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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는 냄새 맡음으로 인해 너와 관계 맺는다, 장은정무용단 ‘육식주의자들’

 

태초에 빛이 있었다. 아니, 태초에 ‘냄새’가 있었다. 무용 ‘육식주의자들’은 모든 육체와 정신, 그리고 형이상학적인 것들을 ‘냄새’라는 행위에 기초하여 피력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무용 ‘육식주의자들’은 작품이 끝날 때까지 어떤 냄새를 풍긴다. 그것은 물(物)의 냄새일 수도 있고, 비물(非物)의 냄새일 수도 있다.

무대를 가로지르는 긴 의자를 사이에 두고 여자와 남자가 식사를 한다. 남자는 앞에 놓인 음식들을 게걸스럽게 씹었다 토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경멸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달그락 달그락 하는 접시 소리만 오가는 적막한 무대 위에는 단절되고 폭력적인 움직임들이 조심스레 오간다.

이어 얼굴이 지워진 여러 명의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 등장한다. 인간이라기보다 동물적이고 동물적이라기보다 어떤 한 기관에 가깝다. 혹은 세포처럼 알알이 분열되고 단순화된 형상이다. 눈을 가린 그들은 계속해서 타자의 냄새를 탐닉한다. 그들의 움직임은 철저히 ‘냄새 맡기’에 집중돼 있다. 무대 곳곳에서 여러 가지 냄새가 풍기고 관객들은 그러한 냄새들을 오직 눈으로만 맡을 수 있다. 후각이 시각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이어 무용수들은 무대를 오가며 계속해서 자리를 바꾸고 또 서로의 냄새를 찾아 부산하게 움직인다. 결국 그들은 서로의 냄새를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동시에 자아와 타자 사이의 구분을 시작한다.

‘냄새 맡기’를 통해 자기 자신과 타인을 인식하게 된 무용수들은 드디어 소통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역시 철저히 냄새를 통해 교감될 뿐이다. 이러한 행위 속에 위와 아래, 약자와 강자가 드러난다. 각각의 무용수들은 서로가 서로를 포획하며 자기가 가진 자의식을 타자에게 부여하고자 한다. 그들은 계속해서 얽히고설키는 동작을 통해 동물적 서열화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끝없이 좌절되기 일쑤다. 자신의 자의식만큼이나 타자의 자의식 또한 굳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전복을 시도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타자에 대한 폭력적인 내재화가 곧 이들의 관계 맺기임을 암시한다.

결국 무용수들은 냄새를 통해 집단을 구축하고자 한다. 몸들이 모여 어떤 거대한 ‘무엇’을 표현하지만 그 모습은 기괴하다. 그들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이 역시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그들은 흩어지고 모였다가 교감하고 거부한다. 이 ‘냄새 맡는’ 몸들은 끝내 무대 곳곳에 널브러져 실패와 시도를 반복한다. 순환의 움직임이다.

장은정의 ‘육식주의자들’은 인간이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들을 몸에 근거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러한 후각의 은유화를 통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모든 개인들은 끝없이 타인과 관계 맺기를 원하고 그 방식은 언제나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은정은 이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에 대한 냉소적 비판의식을 작품화하는데 주력했으며, 움직임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심도 있게 보여주었다. 무용 ‘육식주의자들’은 지난 2월 6일부터 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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