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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허용순 ‘침묵의 소리 (sound of silence)’

 

공연은 첫 시작 부터 상징적이다. 사랑, 믿음, 진실, 아픔, 외로움.... 만나고 헤어지며 품어지는 잔잔한 애환의 감정들. 무용수는 어둠속에서 작은 빛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그 잔상들을 수화로 그리고 음성으로 이야기한다. 상징성을 내포한 시작과 끝, 그리고 음악과 안무의 조화로운 플롯 구성이 극적인 요소를 극대화 시켰고, 또 그로인해 안무가의 소리 없는 외침은 무대를 통해 객석으로, 공연장 전체로 울려 퍼졌다.  

처음과 끝을 맺는 플롯 뿐 아니라, 매번 장면에 걸맞게 등장하는 소품들 또한 상징적이다. 세 여인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반사해내는 문들이 그러하다. 각기 다른 모양의 문들은 그녀들의 사연에 단서를 던진다. 많은 만남들 속에 수 없이 시련을 지나쳐온 첫 번째 그녀, 정작 진정한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녀의 문은 좁고 길쭉하다. 마치 그동안의 상처로 인해 좁아진 마음 길처럼 말이다.

두 번째 그녀의 문은 거칠고 투박한 단면을 가지고 있다. 떠나간 남자를 잊지 못해 멍들고 지친 그녀처럼, 그리고 다시 돌아온 그에게 다가가지는 못하고 무너져가는 심정처럼 비스듬하게 기울어져간다. 남과 여, 그들의 휘청되는 마음을 담아내는 또 하나의 소품은 벤치 이다. 썩어버린 동아줄을 탄 것 마냥 아슬아슬한 그들의 마음이 길다란 벤치의 양끝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다. 닿을 듯 닿을 수 없는 아련한 사랑의 연민을 무용으로 표현 한다면, 이 정도이지 않을 까 싶다. 게다가 너무나 넓고도 깊어 황량하고 쓸쓸 하기까지 한 바다의 메아리와 그 안을 헤엄치는 애절한 멜로디들은 모래를 적시는 파도처럼 감성을 휩쓸고 간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남으로 인해 마음의 눈이 멀어져 버린 세 번째 여자가 있다. 검은 안대로 두 눈을 가린 여자는 금속성 강한 메마른 음악에 몸을 맡긴다. 무대를 수평으로 쪼개는 조명에 그녀의 마음마저 금이 간 듯, 그녀의 움직임에 상처가 묻어난다.  

허용순의 ‘침묵의 소리’는 무대를 캔버스삼아 사랑의 감정과 갈등을 덧칠하는 화가와같다. 찢겨진 캔버스에 번져가는 사랑의 상처는 쓰라리다. 하지만 이는 성숙하기 위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세 여인의 몸을 따라 붓질 되는 세 가지 그림들이 ‘사랑’의 형태와 의미들을 고뇌하게 한다. 사랑의 물감은 짜면 짤수록 오묘한 색을 토해내는 무한의 빛깔을 가진 것일까??


이정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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