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체를 적재적소의 시간과 공간에 배치하는 대가로 불리는 ‘이칙 갈릴리’. 그의 창작력은 무한히 크고 그가 내뿜는 재치와 통찰력은 원초적인 힘처럼 세차다. 조명을 이용하여 시각을 지배적으로 혼돈 시키는 ‘이칙 갈리리’가 선보인 유럽의 최첨단 무용은 창의력과 시청각적으로 매우 실험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 이칙 갈리리의 ‘영원토록’
안개꽃이 만발한 듯, 미세한 입자들이 비칠 만큼 몽롱하게 피어오르는 조명.. 그리고 현악기의 줄을 켜듯 짜임새 있게 연주되는 무용수들.. 이 모든 것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혼돈의 군무처럼 보인다. ‘고레츠키’의 감동적인 음악은 무용의 본질인 움직임으로 가득 채워졌다. 따로 또 같이, 각자가 하나가 되어 몸을 섞고 주고받으며 에너지는 점점 긴박해지고, 이 섬세하고 우울한 판타지는 고요하나 크나큰 울림으로 승화되었다.
- 이칙 갈리리의 ‘카멜레온’
‘존 케이지’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이칙 갈릴리’의 독자적인 시적능력의 만남이라!
‘카멜레온’은 철저한 계산이 깔려있는 함축적인 시처럼 은유적으로 또한 시적으로 여성들의 감정 변화를 암시한다. 6개의 의자에 6명의 무용수가 줄지어 앉아 빠르게 변하는 감정을 줄줄이 나열한다. 여자들도 알 수 없는 여성의 매너리즘이 담긴 동작들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웃음 짓게 만든다.
- 이칙 갈리리의 ‘부디’
가슴을 두드리는 타악기 리듬이 통쾌하다. 무엇보다도 조명의 스펙타클함이 공간의 생명력을 배가 시켰다. 스피드 있게 무대를 분할하는 조명은 마치 구멍 구멍으로 순식간에 두더지들이 튀어나오는 두더지 굴을 연상 시킨다. 예측 불가능한 역동적인 조명과 한 몸이 되어 쉴 새 없이 몸을 놀리는 무용수들 역시 활동 적이고 리드미컬하다. 한 시도 눈을 떼기 힘든 무대였다. 4가지 작품 중 관객들의 환호를 가장 많이 받았던 ‘부디’. 그 이유는 두드림의 타악리듬과 배꼽으로부터 끌어져 나오는 몸짓들에서 찾아 볼 수 있겠다. 소리로 흥을 돋우며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는 퍼포먼스역시 한국인의 감성을 두드리는 요인이 아니 였을까..?
공연은 끝이 났지만, 시동 꺼진 차에 켜져 있는 라이트처럼 공연의 잔향은 언제까지나 소비될 것 만 같다. 당대성과 진보성을 함께 겸비한 이칙갈릴리의 무대는 감성과 지성을 동시에 자극하며 무용과의 소통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정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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