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7월 17일 허밍스 아트홀
연출 민복기
출연 박성준 박승배 서진호 김화주
연극 ‘클로져’는 패트릭 마버(Patrick Marber)의 대표작으로 네 명의 매력적인 남녀를 통해 단순히 사랑뿐 아니라 관계와 그에 따른 소통을 조명하는 깊이 있는 대본으로 1997년 성공적으로 초연을 마친 후, 전 세계 100여 개 도시,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며 널리 사랑받는 작품이다.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사랑과 욕망과 집착이 한국에서는 공감되기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네 사람의 관계보다는 사랑에 대한 각 개인의 ‘진실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기 이 평범한 듯 보이는 4명의 인물은 다소 극단적이다. 강한 듯 다가졌으면서도 아무것도 없는 여자들, 열정적이지만 이기적인 남자들은 지독한 ‘자기 사랑(혹은 자기 학대)’에 빠져있으며 그들의 나약함은 인간의 깊이가 얼마나 얕은지를 보여준다. 당장이라도 삶이 끝날 것처럼 남의 사랑을 원하다가 또 다른 유혹에 결국 힘을 못 쓰는 인간들. 그들이 말하는 ‘사랑해’는 마치 ‘밥먹자’와 같다. 없으면 죽을 것 같지만 막상 내 곁에 두고 보니 소중함이 잊게 되고 가끔은 흰 쌀 밥이 아닌 다른 것이 먹고 싶은 욕망처럼 말이다. 떨리는 심장과 열정을 주다가 다시 지겨움과 귀찮음을 주는 사랑, 이처럼 변덕을 부리는 ‘인간’은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동물인가보다.
무대와 음악은 매우 간명하다. 전체적인 극은 배우 4명에 몰입되어 있으며 그들이 하는 대사, 손짓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한다. 노골적인 성적 대사와 인물들이 가진 이 직업(신문기자, 의사, 사진작가, 스트립걸) 속 이야기는 사실 이 극에서 부차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또한 왜 그들이 사랑이 빠지고 집착하고 싸우고 헤어지고 또다시 서로를 원하는지 또한 별로 중요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냥 인간이 가진 이기적임과 솔직함의 이중성을 수평적으로 나열한다. 말장난처럼 늘어놓는 사랑이란 이름의 유혹들은 이 작품이 인간의 무엇을 그리려고 하는지를 알게 한다.
극중 ‘지현’이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은 사랑에 빠진게 아니라 유혹에 넘어간 거야” 이 작품 전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주는 말이다. 이렇듯 상대방을 끊임없이 유혹하고 갈망하는 인간의 원래 모습을 여과 없이 그려놓은 ‘클로져’는 여기에다 하나 더 하고 싶은 말을 추가한다. 그것은 바로 똑같은 이름의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것의 진짜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단지 나약한 인간은 ‘사랑’이든 ‘유혹’이든 그것을 떠나서 자신의 인생 속에서 그것을 찾고 있다. 결국 이 네 남녀는 모두 이별한다. 나름의 상처투성이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이겨내고 있다. 그리고 그 지겹던 ‘사랑해’라는 말도 또다시 누군가에게서 듣고 싶다. 그것이 인간이 가진 ‘사랑’이라는 이름의 백만가지도 넘는 원래 모습이다.
이 작품이 상처받은 인간들에게 결코 ‘처방전’을 주지는 않는다. 단지 그 부질없는 사랑과 유혹의 양면성을 보여줄 뿐이다.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 또한 인간만이 하는 것. 이작품은 이렇듯 옳고 그름이 없이 화려하면서도 천박한 인간의 감정을 객석으로 던진다. 그리고는 그냥 관객에게 맡길 뿐이다.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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