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신의 오후’가 보여준 시대 초월적인 정신과 그것에서 파생된 춤 동작은 현시대에도 많은 안무가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팔자에게도 정신적으로나 동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이는 힙합 춤의 동작에까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메인사진_레옹 박스트의 무대 위에서 공연 중인 ‘목신의 오후’ 정경 사진
‘목신의 오후’ 무용수들은 발레양식의 외형을 상실한 것처럼 맨발로 무대에 섰으며, 작품에서는 느낀 대로 표현하는 인상파적 특징과 암시성을 가진 상징주의 미적 특징이 무대 연출과 무용 언어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원시주의, 입체파 성향이었던 내면적 깊이의 표현이 상실된) 인공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당시의 미의식에 대응하여 내면에 잠재된 본능적 감정을 불러일으키고자 한 점도 특징이다. 더불어 추하고 야성적인 인간의 본능을 부각시켰던 니진스키는 예술계의 모더니즘 사조와 그 궤도를 같이하기도 했다. 특히 성적인 표현에 있어서는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당시에는 무대 위에서 성행위의 표현이 직접적으로 노출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전주의 발레가 주류를 이루던 시기에 니진스키는 정형화된 발레의 미학관을 넘어 파격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미학관을 내세웠다. 이것은 그 당시 타 예술의 시대적 미학관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진보된 예술적 미학관을 보여주었으며, 그의 도전은 더욱더 진보된 춤 예술적 미학관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니진스키의 ‘목신의 오후’ 작품에서 나타나는 동작은 그 당시 모든 전통 발레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무용수들은 머리와 발을 옆모습으로 유지하는 한편 몸통은 앞을 향해 있었으며 사지를 바깥으로 구부리는 스타일과 팔의 자태를 곡선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는 아마도 고대 이집트 혹은 그리스 화병과 장식에 새겨진 인물상에서 영감을 받은 듯, 2차원적인 구도에 의해 대체된 것이었다. 또한 전통 발레의 기본이 되는 5가지 포지션을 완전히 무시하고 팔에 기하학적인 직선과 굴곡을 보여줌으로써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강조하는 발레계에 충격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는 이후 미의 한 영역으로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이렇듯 니진스키의 혁신적인 동작들은 현시대의 무용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지금의 무용계에서는 그를 모던발레의 선구자로 칭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를 모던발레 뿐 아니라 힙합 춤의 선구자 또는 시조라고도 이야기하고 싶다.
그의 동작 중 괄목할 것은 이집트 벽화와 그리스 화병에 새겨진 그림에서 동작을 유추한 것인데, 니진스키는 실제 그리스 문화에 상당히 심취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일기 중 ‘영혼의 절규’에서는 “저는 그리스를 좋아하므로 딸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저는 ‘목신의 오후’를 고안했기 때문에 그리스를 좋아했습니다”라는 부분이 확인되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선행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나 이집트, 그리스의 그림과 조각에 나타나는 춤 성향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아래와 같다.
수학과 과학이 상당히 발전되었던 이집트의 그림이나 조각을 보면 기하학적 계산을 통해 정확한 황금비율에 따라 조각 되거나 그려진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집트의 그림을 보면 대부분 옆모습을 하고 있거나 부동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그 중 다리 모양을 유심히 살펴보면 ‘턴 아웃’을 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러한 그림과 조각을 자세히 관찰하면 이는 발레와 상당히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다. 발레 또한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춤이기 때문이며, 발레 동작에서도 포즈가 많아 부동적인 움직임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그리스의 그림이나 조각을 보면 이집트의 것보다 동적이며 자율적인 미를 추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각을 보면 당장이라도 움직일 듯 한 유동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발 포즈만 보아도 한결 편하고 일상적인 동작을 취하고 있다. 몸의 비율 또한 수학적이기보다는 자유로운 미적 관념에 따라 표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스 회화는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하지만 도자기 표면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면 이집트의 예술보다 유동성이 있으며, 이집트의 각진 모습이 그리스에서는 곡선으로 변형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이집트 보다 전체적으로 동적이며 자유로운 그리스 조각을 보면 모던 발레나 현대 무용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현대인의 춤인 힙합 춤 역시 그리스의 움직임과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목신의 오후’ 중 ‘판’이라는 인물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인 것을 참고하여 니진스키가 그리스 예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그러한 그리스의 회화에서 영향을 받아 자신의 춤을 그리스 예술에 맞게 변화시켜 새로운 춤 동작을 연구, 창조하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집트나 그리스의 회화에서 확인되는 ‘옆을 보는 동작’은 현대의 힙합 춤 중 ‘킹 턱 스타일(king tut style)’ 또는 ‘이집티언(Egyptian)’이라는 춤과 흡사하다. 실제로 이 춤은 고대 이집트의 벽화나 그리스 화병에 그려진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춤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동작들은 ‘목신의 오후’ 동작과도 유사한 점이 많은데, 이로 미루어보았을 때 니진스키는 거의 100년이나 앞서 힙합 춤을 추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신의 오후’를 통해 많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니진스키는 예술의 미적 성향뿐만 아니라 춤의 독특한 동작과 남자무용수로서의 위치도 확고히 자리 잡게 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금까지 간략하게나마 ‘목신의 오후’에서 힙합 동작을 추론해 보았지만,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하여 그의 작품과 힙합 춤의 킹턱 또는 이집티언(둘 다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에는 대부분 킹턱이라고 불리고 있다.) 춤을 여러 동영상에서 찾아보고 비교해 본다면 춤의 동류성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힙합 춤은 절대적으로 예술 춤과 동떨어진 춤이 아니라, 그 맥을 가냘프게나마 이어온 예술 춤의 또 다른 형식의 춤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글_이우재 up_rockper@hanmail.net
사진_http://tvey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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