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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호호呼好' 우당탕탕 펑~ 유쾌한 사랑 대소동!

 

호호. 공연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서면서도 ㅋㅋ 웃음이 이어질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간간이 염통이 간지러울 정도로 유치한 면이 있긴 하지만 결론은 그래서 ‘더!!!! 재미있다’입니다.

좌충우돌 스물아홉 살 노처녀의 사랑 만들기!
이 작품에는 20~30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일단 여 주인공 강은주(박문영)는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실수 많고 사고 많고 덜렁대면서도 밝고 사랑스러운 노처녀입니다. 순정만화 속 ‘공주과’라기보다는 명랑만화 속 ‘영심과’에 더 맞지요. 신체비율은 4등신이고 먹는 거는 다 다리로 가 무다리입니다. ㅠ.ㅠ 약간 촌스러운 체크무늬 남방에 분홍색 바지는 ‘진짜 현실세계’에서 금방 튀어나간 인물처럼 친근하고 재미있습니다. 의상이 아주 현실 그 자체입니다.
그녀가 스물아홉 겨울에 여전히 짝사랑으로 가슴 아파하고 마음 한번 제대로 고백하지 못한 채 혼자서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도 누구나 그 시절에는 한번쯤 해보았을 법한 에피소드고요.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겨 모르는 남자랑 키스까지 하는 대형 사고를 치는 좌충우돌 노처녀이지요.
그런 그녀가 짝사랑하는 왕자님은 바로 그녀가 근무하는 웨딩업체의 웨딩사진가 조성용(박형재)입니다. 그는 ‘진짜 비현실세계’인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왕자님처럼 생겼지요.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고요. 거기다가 그 남자는 약간 어두운 내면을 갖고 있어서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20대 여자들은 나쁜 남자나 마음에 상처를 지닌 남자에게 빠져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남자들은 착한 여자에게 독약이긴 하지만요. 그러나 그 시절에는 그 독약도 달콤하기만 하고 한껏 낭비해도 좋을 만큼 젊음이 가득하니 뭐 어떻습니까. 젊음이란 게 낭비를 하든 낭비를 하지 않든 결국은 사라지고 말 거 아닙니까. 낭비 안 하고 아껴둔다고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은주는 성용을 짝사랑하지만 마음속으로만 간직한 채 고백을 못합니다. 그랬다가는 완전 짝사랑도 못할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은주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밝고 명랑한 캔디형 여자이긴 하지만 좀 소심한 면이 있습니다.
그런 은주에게는 사랑해주고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해바라기처럼 바라봐주는 친구 박보인(김주후)이 있습니다. 술 마시고 필름 끊겨서 키스를 해버렸던 바로 그 남자입니다. 그는 여자에게 한없는 사랑을 주는 남자! 사랑하는 여자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는 남자! 바텐더로 일하고 있지만 그 어떤 상처로 피아노를 치지 않는 피아니스트!입니다. 박보인 역시 조성용과 마찬가지로 여자들이 이상형으로 바라는 남자 중 하나이지요.
자, 한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라~ 다들 예상한 대로 3각관계가 펼쳐지지요. 그리고 그 관계 속에 숨어 있는 놀라운 반전(뮤지컬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렌드 뮤지컬을 표방한 슬랩스틱 뮤지컬!
이 작품은 뮤지컬 주요 소비층인 20~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겨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스물아홉 살에 가장 하고 싶은 또는 하고 싶었던 것’ ‘겨울에 가장 어울리는 뮤지컬 장르’ 등을 물어본 뒤 그에 맞춰 만든 맞춤형 트렌드 뮤지컬입니다. 공연에 앞서 프리뷰 공연을 통해 뮤지컬 관객들의 의견을 듣고 세밀한 부분들을 조정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트렌드 뮤지컬을 표방한 작품입니다.
근데 구질구질하지 않은 모던하고 세련된 트렌드 뮤지컬로만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슬랩스틱 코미디(slapstick comedy)가 담겨 있습니다. 슬랩스틱 코미디란 통칭 소란스러운 희극이라고도 합니다. 슬랩(slap)은 철썩 때리는 것, 스틱(stick)은 단장 또는 몽둥이를 뜻하며 본시 광대가 연극을 할 때 쓰던 대나무로 만든 몽둥이를 말합니다. 이것이 바뀌어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소극(笑劇)을 뜻하는 말이 되었지요. 오늘날에는 몸으로 웃기는 코미디를 슬랩스틱 코미디라고 합니다.
바로 조성용, 박보인, 강은주의 마음의 소리를 전해주는 그림자 역의 진정(이봉련), 진심(소재한), 진짜(김성연)이 그렇습니다. 때로는 주인공 각각의 마음의 소리를 들려주는 역으로 때로는 엑스트라로 종횡무진 활약합니다. 온몸으로 다 망가져가면서 관객들을 웃겨줍니다. 무대 바닥과 한 몸이 된 것처럼 널브러지고 망가지고 오버합니다.
“이 한 몸 바쳐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리!”라는 결의가 대단합니다. 이 세 명의 역할은 조연을 넘어서 비중 있는 주연급 조연의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객석에서 관객들은 배를 잡고 웃어야 했습니다. 이들은 때론 주인공들의 마음속 진정, 진심, 진짜를 들려주고 때론 만화적인 장면에서 악극의 변사처럼 해설을 해주고 때론 장난꾸러기 악동 요정처럼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인공들의 마음을 진정, 진심, 진짜라는 이름의 그림자들이 들려준다는 설정도 아주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지금은 1등이 아니지만 언젠가 1등이 될 만한 팀!
뮤지컬 「호호」는 진행이 무척 빠릅니다. 배우들의 대사도 엄청 빠르고요. 시작하자마자 현란한 볼거리가 펼쳐집니다. 바텐더들의 바 퍼포먼스, 차력쇼가 연상될 정도로 신기한 불쇼까지 이어지지요.
여자 관객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와 장치들도 많습니다. 밤에 혼자 공원에 앉아 있는 은주에게 케이크를 선물해 주는 보인, 은주와 성용이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마법 같은 사랑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나오는 연기, 그 연기 사이로 포옹하는 장면,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을 축복해주는 것처럼 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며 떨어지는 눈, 그동안 피아노를 치지 않았던 보인이 프로포즈를 하는 것처럼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 술에 취한 은주를 업어주는 성용 등.
스물아홉 살 여자들이 꿈꾸는 사랑에 대한 로망이 모두 담겨 있는 사랑의 종합선물세트이지요. 하지만 99%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1%의 아쉬움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 작품입니다. 마치 원고를 다 쓴 다음 마지막 퇴고를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일단, 여느 뮤지컬처럼 한두 명의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가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여느 뮤지컬처럼 한두 명의 가창력이 안 되는 배우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풍부한 성량이나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배우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전반적으로 보통 정도 혹은 보통보다 좀 나은 정도의 가창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가사들이 잘 표현되지 않았고요. 배우들이 대사를 빨리 하다 보니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불분명한 경우도 있습니다.
무대장치는 아기자기한 새로운 실험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노력한 흔적이 잘 보였습니다. 스토리에서는 동성애 코드를 다루는 부분이 설득력이 없습니다. 패닉 상태에 빠질 정도로 너무나 깜짝 놀랄 만한 반전입니다. 그 동성애 코드를 숨겨놓다 보니 조성용의 캐릭터가 때론 실패해서 희화화된 부조리극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본인은 아주 심각한 표정인데 관객들은 그 표정을 보고 심각한 감정에 동화되기보다는 웃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이때 보는 관객들도 웃으면서 정말 난감해집니다. 마음속으로 배우에게 미안한 감정도 생기고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삼각관계의 장치로 동성애라는 어두운 코드를 넣을 거라면 보다 더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보다 더 치밀한 인과관계가 필요합니다. 조성용과 박보인의 관계가 사랑의 라이벌에서 사랑의 당사자로 바뀌는 부분이 생뚱맞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전반은 재미있었는데 후반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대략 난감한 상태에 빠집니다.
이런 1%의 아쉬움들이 남아 있지만 남은 99%의 전체적인 느낌은 열정적이고 젊고 실험적이고 노력하는 모습이 다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잘해보겠다는 의욕이 과하다 보니 세밀한 감정표현보다 다소 내지르는 듯 센 연기들이 많기도 했지만요. 어쨌든 지금은 1등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1등을 할 만한 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됩니다.
또한 배우들이 관객들과 친해지기 위해 많이 노력을 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리 배우들이 나와서 관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행복하세요~”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공연이 다 끝나고 나서도 배우들이 공연장 입구에 서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진도 함께 찍어주었고요. 배우들의 관객 팬 서비스가 정말 확실했습니다. 저도 그 덕분에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과 인사하는 조성용 역의 잘생긴 남자 탤런트 박형재 사진을 찍어왔답니다. ^^


안현주 bread-wi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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