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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깊고도 깊은 이름으로 완성된 작품, ‘인당수 사랑가’

 

‘과연 사랑이 무엇일까?’라는 물음으로 지난 2002년 초연된 뮤지컬 ‘인당수사랑가’는 그동안 꾸준한 관객의 사랑으로 6년의 세월동안 더욱 성숙되어 왔다.

- 도창(導唱), 관객의 마음을 읽어주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도창(導唱)의 활약이다. 도창이라 하면 우리의 옛 창극에서 등장하는 역할로 일종의 해설자이다. 극 안과 밖을 오가며 관객과 대화하고 극을 진행시킨다. 또한 극의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하는 것도 도창의 역할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할머니 도창은 관객에게 무척 가깝다. 마치 손녀딸에게 옛날이야기를 하는 할머니처럼 친근하고 포근하다. 물론 힘겨운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구해주지는 않지만 그 대신, 작품 속에서 함께 하지 못하는 관객의 마음을 등장인물에게 전달시켜준다. 도창 또한 객석에서 함께 눈물짓는 관객 같다.

- 이 작품에는 조연이 없다?
그렇다. 여기엔 모두 빛나는 주연들뿐이다. 이미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들의 처음과 결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스토리 전개는 관객을 앞서간다. 그 빈틈없는 극의 전개 속에 빛나는 조연들의 활약이 있다. 주책없지만 마음씨 착한 ‘방자’, 중후한 매력의 ‘변학도’, 딸 밖에 모르는 ‘심봉사’, 그 밖에 일인 다역을 소화해내는 배우들까지 이들의 활약은 모두 주연감이다. 관객의 호흡을 밀고 당기는 이들은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특히 ‘변학도’의 캐릭터는 매우 새롭다. 싱그럽고 통통 튀는 ‘몽룡’과는 사뭇 다른, 튼튼하고 묵직한 뿌리 깊은 나무의 느낌이 난다. 그는 ‘춘향’에게 사랑보다는 현실을 말한다. 그리고 그도 어쩔 수 없이 ‘춘향’을 사랑하게 된다. 그가 내뱉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관객들의 큰 공감을 얻으며 그는 원래의 이미지인 ‘탐관오리’의 옷을 벗는다. 남자 배우라면 분명 이 ‘변학도’의 캐릭터를 한번쯤은 욕심낼 만 하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 이 소리 들리느냐?
‘소리’,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그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사랑’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쓰인 ‘소리’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귀로 들을 수 있는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춘향과 몽룡은 그들의 사랑을 ‘소리’로 간직한다. 이것은 단순히 노래나 대사가 아닌 상상이 필요한 ‘소리’이다. ‘사랑이 오는 소리’, ‘마음이 열리는 소리’, 등 ‘춘향’의 대사 속 이 소리들은 매우 추상적이다. 하지만 이것은 관객들에게 깊이 각인된다. 관객들은 그것으로 그들의 사랑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 ‘소리’들은 관객들을 마치 앞 못 보는 심봉사를 다루는 듯 하다. 그렇게 아주 조심스럽게 사랑의 의미를 전달시킨다.
그 밖에도 ‘춘향’과 ‘몽룡’이 첫 눈에 반하는 ‘소리’, 도주한 ‘몽룡’을 잡으러 멀리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 ‘춘향’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소리’, ‘춘향’의 꽃상여위로 ‘몽룡’이 뒤늦게 도착하는 ‘소리’ 등, 이것들은 심오한 복선을 깔고 있다. 관객들은 이 소리를 들으면서 어렵지 않게 그 다음 장면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 한국적 운율, 그 정갈한 맛깔스러움
사실 이 작품에서 노래와 안무의 구성이 작품의 전개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노래보다 대사가 더 관객의 마음에 꽂히고 안무의 구성보다 그들의 몸짓이 더 강하게 관객에게 안기기 때문이다. ‘춘향’과 ‘몽룡’의 첫 만남, 첫 날밤, 그리고 가슴 아픈 이별까지는 그들의 동작으로 감정이 더 세밀하게 표현되어지고 ‘변학도’가 등장한 씬 부터는 주옥같은 대사로 작품의 무게중심에 발을 맞춘다.
이들의 몸짓과 대사에는 깊이와 가벼움이 함께 공존한다. 이 공존은 참으로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또한 전체적인 정서 line 또한 한국적 운율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뮤지컬 ‘인당수사랑가’의 큰 매력 중 하나이다.

- ‘춘향’과 ‘몽룡’의 사랑만이 ‘사랑’의 정답은 아냐
작품 속에 그려진 ‘변학도’의 사랑과 ‘심봉사’의 가슴 아픈 애정은 ‘춘향’과 ‘몽룡’의 사랑 못지않다. 감옥에 갇힌 ‘심봉사’와 ‘춘향’의 대화 장면은 이 작품을 한층 더 높이 평가하게 하는 바로 그 장면이다. 서로를 끔찍이도 아끼는 이들은 서로를 걱정하느라 마음이 다 헤질 지경이다. 그렇다. 그들이 그토록 말하는 ‘사랑’이 ‘심봉사’, ‘변학도’에게도 있었다.

- 사랑, 그것은 고통을 동반하는 것
이 작품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이별 후 고통의 세월을 보내는 ‘춘향’의 모습이다. 즉, 극의 초반 ‘춘향’과 ‘몽룡’의 만남-사랑-이별은 아주 빠르게 전개된다. 반면, 고통스런 ‘춘향’의 긴 기다림은 매우 세밀한 정밀화를 그리는 것 같다. 마치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한순간이고 그것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려주려는 듯 말이다.
아마도 죽음을 선택하는 ‘춘향’이 어리석다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리석음’으로 더 많은 관객의 마음을 산다. 그것은 그 지고지순한 마음이 현 시대에는 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이 마음도 죄가 되나요?”
이 ‘춘향’의 명대사는 ‘춘향’뿐만 아니라 ‘몽룡’, ‘변학도’, ‘심봉사’, ‘방자’, 심지어는 ‘몽룡’의 아버지까지 관객들에게 묻고 싶은 말일게다. 그리고 말하고 있다. ‘죄가 된다면, 그 죄 값은 달게 받을 터이니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과 행복하게 살게 해 달라’고 말이다.
한 낮 바람 같던 사랑에 목숨을 던진 ‘춘향’과 ‘몽룡’, 그들이 현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겠다. 그것은 관객이 집어가는 메시지가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에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은 이렇게 눈부시게 살아있어요!’라고.

뮤지컬 ‘인당수사랑가’는 12월31일까지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에서 열린다.

관람_11월 7일 공연
제작_(주)파임커뮤니케이션즈, STAGE-T
연출_최성신
cast_장덕수, 강윤정, 고승수, 이승원 등


공정임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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