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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오, 댄스뮤지컬의 희망을 보다

 

서울예술단이 신작으로 내놓은 ‘오르페오’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 이후로 국내에서 제작된 두 번째 댄스뮤지컬이다.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 댄스뮤지컬이라 함은 대중들의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비보이들의 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쇼에 집중한 작품보다는 기초예술인 무용으로 드라마를 부각시킨 작품을 댄스뮤지컬이라 구분해 보았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이 기존의 것을 새롭게 각색했다면 ‘오르페오’는 그리스 신화와 뮤지컬 연습실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보태어 좀 더 신선한 구성을 이루었다. 이 작품은 대중들에게 댄스를 더욱 가깝게 느끼게 했다는 데에 의미가 깊다. 그러나 더욱 주목해 볼만한 사실은 이러한 일을 해 낸 것이 전문무용단체가 아닌 뮤지컬을 주로 하는 서울예술단에서 이룬 결과라는 것이다.

사실 춤으로만 봤을 때는 전문무용단의 춤과 비교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떠오르는 무용수인 전혁진(동욱 役)이야 테크닉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춤을 선사했지만 아직 무르익지 않은 표정 연기가 극에 대한 집중을 흐트러뜨렸다. 연기가 무르익지 못한 전혁진에 반해 장성희(유리 役)는 감정의 절제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슬픔을 표현했던 과다한 몸짓은 아직 그녀가 몸의 언어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춤과 연기가 따로 분리되는 것이 아닌 연기하듯 춤추는 법을 연구해야 할 듯하다.
또 부부라고 하기엔 두 연기자의 일체감이 떨어졌다. 연령대가 맞지 않아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인물 사이에 부부라고 할 만한 긴밀한 애정선이 섬세하게 그려지지 못한 것이 더욱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댄스뮤지컬이기 때문에 춤의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안무에 있어서 아쉬운 점을 몇몇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춤의 콘셉트가 매우 아쉽다. 이 극은 전체적으로 한국무용의 비중이 크고 그 비주얼도 대단하다. 하지만 그 거대한 한국무용의 뿌리 아래서 주인공 전혁진의 현대무용은 홀로 겉도는 감이 있다. 게다가 엔딩을 장식하는 오펜바흐의 오페라 ‘천국과 지옥’에 맞춘 춤은 흥을 돋우기에는 어색한 감이 있다. ‘천국과 지옥’은 대중들에게 ‘캉캉춤’ 음악으로 확실히 각인 돼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곡은 한국무용 춤사위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어쩌면 한국무용과 캉캉의 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어깨를 들썩이게 되는 캉캉춤의 분위기와 단전에 무게중심을 두고 추는 한국무용의 춤사위와는 거리가 멀지 않나 싶다.
춤의 콘셉트를 한국무용으로 제한했으면 통일감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안무가가 굳이 무용을 삼분법으로 나누고 싶지 않았다면 좀 더 작품에 융화된 춤사위를 사용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극에는 한국무용으로 정확한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 더 어울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 아쉬움은 군무에 강약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남성 무용수들의 춤에는 너무 힘이 들어가 있어 뻣뻣하고 숨 가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창조적이기 보다는 색다름 없는 상투적 춤이 많았다. 대체로 대형의 변화에 중점을 둔 듯한 안무는 남성적 매력을 주기엔 충분했으나 유연성이 없고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는 결투장면이 눈에 띈다. 이는 누구라도 눈을 매료시킬만한 볼거리였다. 그러나 유독 길었던 남자 주인공의 고뇌와 이어지는 클라이맥스의 결투장면은 작품 속에서 자주 사용되어져서 후반부에는 집중을 방해하게 만들곤 했다.

10°정도 경사진 무대는 배우들이 관객석으로 달려들 것만 같은 역동성을 가지고 있었다.(무용수들이 화려한 테크닉을 보여주기에는 어려운 구조였지만) 사각 프레임을 넘어 관객석까지 내려와 있던 무대는 시선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 관객들은 그 곳에서 현실과 몽환의 세계를 드나들곤 했다. 그러나 2개로 되어있는 스토리는 들쭉날쭉하다. 현실과 연습장면이 자주 이동하는 바람에 어느 곳에 비중을 둬야 할지 어려워진다. 이는 스토리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극 속의 극이라는 이 액자 구조의 스토리는 많은 안무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기법이다. 유명한 댄스뮤지컬인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나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바로 풍자이다. 이 안무가는 ‘백조의 호수’ 중 액자구조가 등장하는 시점에서 클래식의 권위주의에 대해 꾸짖고 있다. ‘오르페오’에서도 스타인 동욱에게 취재진들이 달려들 때 무언가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풍자적 요소로 보이기에는 관찰의 깊이가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제의 심오함을 더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 작품은 무엇보다 조명과 영상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신화 부분의 스케일을 단연 돋보이게 한다. 이는 진정 예술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효과였다. 회색 고무판이 깔린 연습실로 보였던 그 곳은 화려한 색채와 영상으로 인해 깊고 거대한 지옥의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의 대단했던 비주얼은 조명과 영상이 대다수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총체적으로 ‘오르페오’는 기대가 높았던 것에 실망감을 주는 작품은 아니다. 위에 나열한 부분들은 속속들이 캐고자 하는 욕구라 해도 좋을 것이다. 사실 ‘오르페오’는 일주일 정도의 짧은 공연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었으며, 전체적인 느낌도 매우 희망적이다.

특히 이 작품은 춤의 대중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무용 전공자보다 더 많은 일반 대중들이 관객석을 가득 메웠으며, 그들의 기립박수와 뜨거운 환호가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우리나라 춤의 대중화에 큰 힘을 보태주었다는 점이 더욱 반갑고 뿌듯하게 다가왔다.  
‘오르페오’는 배우들의 연기력, 조화로운 춤, 스토리 구성의 탄탄함이 좀 더 보완된다면 한국에서 내로라할 수 있는 대작으로 성장할 것이란 확신이 든다.



김유리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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