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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더욱 거칠어진 그에게서 진한 매력을 느끼다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이 대사를 예상하고 온 사람이라면 뮤지컬 ‘햄릿’에서는 아쉽게도 들을 수 없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이 록 뮤지컬로 재탄생 하면서 보다 거칠고 남성적인 매력으로 관객에게 다가온 것이다. 록 음악에 맞춰 햄릿이 좀 더 사나이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선 '죽느냐, 사느냐’ 따위의 고민은 생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햄릿의 카리스마는 작품의 서두부터 예고됐다. 아버지의 장례식 장면에서 문에 기댄 햄릿의 뒷모습은 슬픔이 가득하면서도 살기가 넘쳤다. 스토리 자체는 원작과 같지만 고급스런 색채, 웅장한 무대, 강렬한 음악, 거친 햄릿의 모습은 매우 신선했다. 뮤지컬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가 굵직하면서 다소 공격적으로 다가왔지만 오히려 이러한 느낌은 대중들의 구미에 잘 맞을 듯했다. 요즘 사람들이야 워낙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 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이 작품은 최근 무대에 오른 작품 중 가장 대극장다운 스펙터클을 갖추고 있었다. 아버지의 환영이 침실에서 나타날 때는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음악과 영상까지 완벽한 일체를 보였다. 여기서 이 작품은 소재들의 구성도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악과 함께 활활 타오르며 리듬을 맞추는 횃불은 현대적이고 거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훌륭한 역할을 해냈다.
또 이 작품은 적당한 선을 잘 지키고 있다. 극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무대의 전환도 매우 빨랐기 때문에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그리고 적당히 쉬운 스토리에 적당한 무게감도 있다. 이러한 부분은 관객에게 지루함 없이 끝까지 잘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대극장 공연이니만큼 춤에 대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춤 테크닉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어설프지 않고 정확한 움직임을 구사했다. 다양한 구도의 변화는 대극장의 넓은 무대를 심심하지 않게 잘 채워갔다. 크지 않은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군무 자체는 단순했지만 화려함보다는 동선을 깔끔하고 다양하게 변형하여 만족을 이끌어 냈다.

배우들은 웅장한 음악을 잘 감당하지 못한 아쉬움이 좀 남는다. 하지만 거투르트 역의 서지영은 가장 안정감 있게 극의 중심을 잡았으며, 햄릿 역의 김수용은 연기경력답게 살아있는 표정연기로 극을 잘 이끌었다. 그의 목소리는 록 뮤지컬에 매우 어울리는 듯했다.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그는 작품 전체의 소화력이 뛰어남을 인지하게 했다. 커튼콜에서까지 쇼맨십을 발휘해 결국 그에게 기립박수를 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배우였다. 그의 넘치는 끼는 진정으로 박수를 보낼 만했다.

이 작품에서 단연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무대장치이다. 연출의 대부분은 무대세트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무대는 세 개로 나누어져 장면이 바뀔 때마다 재빠르게 돌아가며 변신을 시도했다. 급회전 하는 무대는 살벌하면서도 힘이 넘쳤다. 마치 눈앞에서 영화가 펼쳐지듯 완벽한 연출이 돋보였다. 무대가 돌아갈 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움을 과시했으며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오필리어의 죽음에서는 소름끼치도록 자극적이며 리얼한 연출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답고 슬픈 장면이었지만 무엇보다 공포감도 느낄 수 있었다. 매우 획기적인 연출이었다.
하지만 가장 경이로웠던 부분은 단연 결투장면이었다. 방향을 전환하는 무대 위의 결투는 마치 액션영화와 같은 연출이었다. 폴로신(follow scene : 촬영물의 움직임에 따라 이동하면서 촬영한 화면)을 보는 듯 박진감이 넘쳤다.

그러나 극이 너무 무대효과에 의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트의 비주얼이 너무 강해 작품을 보고 난 후 기억에 남는 부분이 매우 한정적이다. 이 뮤지컬은 예술성이 높으며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색채와 무대연출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일까? 시각적인 부분이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는 듯하다.

실수로 죽인 오필리어의 아버지를 붙잡고 미치광이처럼 춤을 추는 햄릿의 모습은 이들의 슬픈 운명을 복선처럼 말해준다.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고, 피를 부르는 잔인한 인간의 세계에서는 살아남은 자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이 나라의 왕은 모두 죽는다’는 햄릿의 말이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사랑도 복수도 모두 죄가 되어버린 그 곳에서 나지막이 퍼지는 조용한 선율은 그들의 삶처럼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록 음악의 신나는 비트와 고전적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뮤지컬 ‘햄릿’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대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캐스트 : 김수용, 서지영 외
제작 : ㈜PMG네트웍스, ㈜포이보스
공연장 : 유니버설아트센터


김유리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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