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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실연남녀’, 세상에게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하여

 

 

뮤지컬 ‘실연남녀’는 엠뮤지컬컴퍼니의 야심찬 창작뮤지컬로 어리바리한 조폭 형제들이 '지아'와 '연오'의 자살을 막으려는 에피소드를 만화적 만화적 상상력과 친근함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극의 후반부에서는 삶의 소중함과 인생의 의미를 깨우쳐준다.

- 만화 같은 이야기, 그 안에 담긴 상처받은 ‘우리’
자살을 하려는 사람과 그것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쫓고 쫓기는 상황과 여러 가지 우연들은 어릴 적 보던 한 편의 애니메이션 속 이야기 같다. 하지만 이들이 입고 있는 무대라는 옷은 분명 색다른 매력이다. 그것은 바로 객석으로 뛰어든 스토리 진행과 공간의 감각적 호흡에 있다. 4명의 배우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객석의 호흡으로 뛰어든다. 물론 이런 것이 꼭 ‘좋다’라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관객들을 무대로 끌어올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그것이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이 손에 잡힐 것 같은 우리 자신이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관객들은 이 작품 속에서 약간의 질투 섞인 외로움을 느낀다. 작품의 처음 시작부터 이미 그들의 해피엔딩이 보이기 때문이다. ‘자살’이라는 소재를 다루었지만 곳곳에 평온함이 가득하다면 믿기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런 캐릭터
어딘가 모르게 친근한 ‘지아’, 어수룩한 형사 ‘연오’, 어리바리 조폭형제 ‘운수’와 ‘재수’, 이들은 모두 참 한결같이 ‘인간적’이다. 이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마치 사소한 일로 동생과 다투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수배중이라는 조폭형제는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라는 의아심까지 들게 한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관객들을 곧 그들의 곁에 서게 만든다. 사랑에 상처받은 ‘지아’와 ‘연오’ 또한 관객들과 가까이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 ‘죽고 싶은’ 마음만은 충분히 안다. 4명의 주인공들의 무척이나 가슴 아픈 사연들에 울컥하고 눈물을 쏟는다. 그리고는 노래한다. “그래도 죽을래?”라고.

-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줘야한다(?)
사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많은 우연성을 띠고 있다. 특히 ‘지아’의 빙의(憑依) 장면이나 권총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 등은 더욱 그러하다. 극의 중후반으로 갈수록 웃음과 눈물의 경계가 너무도 분명해 진다. 이것은 자칫하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 사건의 진행과 결말이 부자연스럽게 가볍다.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줘야한다는 고정관념은 관객에게 그것을 강요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 무대, 관객이 찾은 그림책 속 공간
아름다운 산장이 오롯이 담긴 무대는 짙은 현실감이나 현장감은 없지만 관객과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무대는 변하지 않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연출로 많은 이야기를 담기에 충분하다. 등장인물끼리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톰과 제리’ 같은 느낌을 주기위해 조명과 음악이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음악은 그들의 가슴 아픈 사연과 눈물에서 더욱 절절하다.

- 이 기적 같은 세상에서 당신은 하루에 몇 번이나 ‘죽고싶다’라는 말을 하는가?
결국 멋지게 죽으려하던 ‘지아’와 ‘연오’는 그 심한 열병을 이겨낸다. 그것이 자살을 막으려던 ‘운수’와 ‘재수’의 노력이라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얻은 깨달음에 있다. 아무리 주위에서 어르고 달래도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나약한 인간의 본모습이기 때문이다. 그제야 비로소 그들이 겪은 실연의 존재 이유 또한 보인다.
어른들은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무책임한 듯 보이는 짧은 말은 당장 ‘죽고 싶은’ 내 마음을 달래주지 못한다. 하지만 ‘지아’와 ‘연오’가 죽겠다는 결심을 접었을 때처럼 시간은 매 순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것은 분명하다. 아니, 꼭 무언가를 가르쳐주지 않아도 삶은 살아지는 것이 아닐까. 그 마법 같은 시간이 빚어내는 삶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눈물겨운 자살방지 프로젝트’는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꼭 관객몰이를 하는 배우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이 작품의 첫발은 성공한 듯 보인다.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한국형 창작뮤지컬의 새 길을 또 하나 열었고 그 가능성이 충분히 보인다.

뮤지컬 실연남녀 2007년 10월 28일 공연
연출_김장섭
cast_변우민, 김재만, 신성록, 양소민


공정임 기자 kong24@hanam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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