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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똑똑한 척하는 인간들이 사랑에 빠지지 못할까봐 가을을 만들었다! 이 글을 읽기 전, 당신이 먼저 해야 할 일 한 가지! 환하게 활짝 한번 웃으십시오. 다섯을 세겠습니다. 다섯, 넷, 셋, 둘, 둘 반, 하나. ……. 다 웃으신 거죠? 기분도 좋아지셨죠? 자, 그럼 이제부터 제 얘기를 들어보세요. 아마 지금부터 하루 이틀 그렇게 며칠이 지나지 않아 하늘은 부쩍 높고 푸르러질 테고 땅위에는 은행나무들이 황금 하트들을 왕창 떨어뜨릴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논스톱 직행 열차를 타고 어김없이 그 가을의 한복판을 지나가게 되겠지요. 가을에는 꽃들이 지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바람도 스산하고 비도 차갑습니다. 그뿐이 아니지요. 가을을 지난 뒤에는 황량하고 혹독한 겨울로 달려갈 것이라는 생각에 몸도 움츠러들고요. 그래서 가을은 초콜릿 차처럼 따뜻하고 달콤한 사랑이 절실히 필요할 때죠. 어쩌면 신은 똑똑한 척하는 인간들이 사랑에 빠지지 못할까봐 가을을 만든 건 아닐까요? 그런 이 가을에 꼭 한번 보면 좋을 뮤지컬 한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화장을 고치고」. 초콜릿 차 한 잔처럼 따뜻하고 달콤하고 유쾌합니다. 특히 옆구리가 허전하고 외로운 분들은 꼭 보셔요.
당신이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237+α의 이유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는 사랑에 관한 뮤지컬입니다. 그 흔한(?) ‘진짜 사랑’ 한번 제대로 못해본 우리 시대의 똑똑한 척하는 청춘남녀의 이야기이죠. 남의 일이 아닙니다. 또한 바로 당신의 일이고요!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의 여자주인공 혜리는 일은 100점이지만 사랑은 0점입니다. 설상가상 겉으로 보기에는 사랑 따윈 관심 없다는 식이죠. 제 주변에도 똑똑하지만 이상하게 사랑에는 젬병인 그런 여자들이 많습니다. 사무실에선 미스 카리스마, 연애에선 미스 헛똑똑이! 근데 혜리와 같은 똑똑한 여자들은 왜 사랑에 빠지지 못할까요? 그 이유가 237가지가 넘을 것입니다. 237가지는 미국 심리학자들이 남녀 2000명에게 섹스를 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나온 이유의 가짓수입니다. 그 이유 중에는 ‘상대방에게 끌려서’라는 것도 있지만 ‘취했기 때문에’ ‘두통을 없애려고’ ‘칼로리를 소모하려고’와 같은 다소 사소하고 황당하고 하찮은 이유들도 있습니다. 아마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이유에도 섹스를 하는 이유만큼이나 사소하고 하찮은 이유와 말도 안 되는 핑계가 많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 사랑에 빠져서는 안 돼!” 그 이유는? 돌봐야 할 가족들이 있어서, 상처를 받을까봐, 일을 하지 못하게 될까봐, 내 가슴은 너무 작아서,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해서, 나이가 너무 많아서, 감정싸움을 하고 싶지 않아서, 거절당할지 몰라서 등등. 모두 다 비겁한 핑계고 사소한 이유들입니다. 상상을 해보세요. 우리가 지금 임종을 맞고 있다고 칩시다. 그때 우리는 회사에서 더 많이 일하지 못했고 야근을 하지 못했고 그래서 승진이 늦어졌던 것들을 후회할까요? 아니, 우리는 용기 있게 사랑하지 못했고 사랑하는 사람과 더 오래 함께 있지 못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더 자주 많이 하지 못했던 것을 천 배는 더 후회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지금 사랑에 빠지면 안 될 이유란 없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정답 중 하나는 “지금 당장 후회 없는 사랑을 시작하라”입니다.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의 주제이고요. 운명적인 사랑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할까? 여자들이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여자들은 모두 마틴 루터 킹 목사만큼이나 절실하게 사랑에 대한 ‘드림(Dream)’과 ‘호프(Hope)’를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내 영혼의 섬세한 무늬들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을 만나겠다는 드림,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나를 단번에 알아봐주는 ‘소울 메이트’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겠다는 드림. 그 운명적인 사람이 반드시 나를 찾아 올 것이라는 드림. 아마 그건 나이가 많건 적건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지요. 그러나 그러다가 최악의 경우 꽃다운 청춘은 다 지나가고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처럼 마냥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사랑은 고도가 아닙니다. ^^ 자,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를 보고 정신 좀 차리고 생각해보자고요.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두려움 없이 혹은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에 빠져보십시오!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는 달콤하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솜사탕처럼 가볍고 달콤합니다. ‘개그콘서트’나 ‘웃찾사’를 볼 때처럼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일면 핵심을 찌르듯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청춘남녀의 일과 사랑의 공식이 담겨 있고요. 주인공 혜리는 잘 나가는 플로리스트로 일중독자입니다. 요즘 말로 골드 미스 혹은 알파 걸이지요. 하지만 그녀는 실전 연애에서는 상처받을까봐 두려워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버린 완전 생짜 초보입니다. 그녀는 휴일에도 회사에 나가서 일하고 명절에도 집에서 자장면을 먹으며 일을 합니다. 명절인데 부모님을 만나러 집에 가지도 않고요. 그녀는 일에서 성취와 보람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슴 한 구석이 휑하니 뚫린 것처럼 외롭기만 합니다. 외롭다 보니 더욱 일에 매달리고요. 그런 그녀는 인터넷상에서 남들의 연애 상담을 해주는 연애컨설턴트이기도 하지요. 정작 자신은 사랑을 전혀 모르면서요.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실전에 약한 사람이 이론에는 강하잖아요. 그런 그녀의 사이트 회원 중에는 연애전과 8범의 바람돌이 지섭도 있습니다. 지섭은 혜리에게 진정한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사랑에 대해 조언하는 일을 그만두라고 비수를 꽂는 정말 얄미운 안티 회원입니다. 혜리와 지섭은 사랑을 아느냐 모르느냐를 두고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이지요. 하지만 대학시절 사랑에 실패한 뒤 마음을 닫고 사는 혜리와 사랑을 여덟 번이나 했지만 모두가 떠나버린 지섭은 둘 다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바보이자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해 외롭고 한심한 영혼들이죠. 그 둘은 인터넷상에서 채팅을 하며 차츰 마음을 열고 서로를 좋아하게 되지요. 하지만 사실 그 둘은 현실세계에서는 사이가 안 좋은 이웃사촌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못 잡아먹어 안달이고 사소한 일들로 티격태격 합니다. 그 두 사람이 진정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들이 유쾌한 웃음과 함께 새콤달콤하게 전개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사랑을 시작해보라고’ 권유합니다. 아마 많은 소심하고 예민하고 사랑에 마음 열기를 주저했던 분들이 이 뮤지컬을 보고 용기를 얻고 사랑을 시작해보지 않을까요? 뮤지컬「화장을 고치고」는 똑똑하지만 사랑에 빠지지 못해서 외로운 청춘들에게 치어리더처럼 응원을 하고 용기를 줍니다. “자, 그만 머뭇거리고 용감하게 사랑을 해보는 거야!”
남자들은 말하지 “여자들은 남자들을 몰라.” 근데 그럼 남자들은? 남자들은 여자들을 하나로 묶어서 “여자들이란…… ooo이다”라고 정의내리기를 잘합니다. 하지만 꽃 안에 수천만 종의 꽃들이 있고 그 종들마다 다 다른 자기만의 꽃말을 지닌 것처럼 여자들이 다들 각각 자기만의 꽃말을 지닌 단 한 송이의 꽃임을 모를 때가 많습니다. 지구상에 수백만 종의 꽃들이 피어 있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꽃들도 많은 것처럼 우리들의 사랑도 수백만 개의 각각 다른 빛깔의 사랑이 존재합니다. 사랑은 꽃처럼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을 통해 단 하나의 꽃말을 지닌 단 한 송이의 꽃을 만나는 거지요.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는 이 가을 우리에게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시종 웃음이 터지는 유쾌한 에피소드들 사이에서도 사랑 그 자체의 위대함을 놓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열게 하고 다시 한 번 사랑을 해보라고 권해주고요.
그리고 몇 가지 남은 이야기들과 아쉬운 점들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는 왁스의 동명 히트곡을 제목으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입니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가요나 팝의 히트곡을 뮤지컬 곡으로 사용한 작품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 팝 뮤지컬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 작품에서는 제목과 스토리라인이 매끄럽게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음악도 인상적이지 않았고요. 스토리 진행 역시 너무나 뻔한 결말에 이릅니다. 모두가 예상한 것에서 한 치의 어긋남 없는 결말을 맞습니다. 그 사이에 어떤 긴장감이나 반전도 없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에피소드인 요리 강의 부분을 크게 부각시킨 것도 생뚱맞다는 느낌이 더 강하고요. 그 에피소드에 집중하다 전체의 서사를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구성에는 인과관계나 기승전결에 따른 분량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왜 구성에서 그 에피소드가 커져야 하는지 개연성이 필요하니까요. 인물 형상에서도 알파걸이면서 사랑은 전혀 할 줄 모르는 혜리(백주희)는 지나치게 푼수 같은 면모만을 강조했습니다. 장소도 사무실이 아닌 방 안에 있을 때가 더 많고요. 혜리의 대사 처리도 너무 빠르고 발음도 약간 부정확했습니다. 연애 전과 8범의 바람둥이 지섭 역시 바람둥이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의 설득력이 약하고요. 식상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전체적인 스토리는 영화 「유브갓메일(You've got mail)」「썸원라이크유(Someonelike you)」「전차남」을 적절히 섞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들. 연기에서는 여주인공 혜리는 무대장악력인 카리스마에서 조연들에게 많이 밀렸습니다. 여주인공인 혜리가 가수 왁스의 노래를 부를 때도 감정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요. 멀티걸1(김지숙 분)과 멀티걸2(이소영)의 가창력과 연기력이 오히려 더 빛났습니다. 특히 멀티걸1의 경우에는 가창력이 아주 뛰어났습니다. 그런 점은 양날의 검처럼 단점도 있습니다. 멀티걸1의 대사와 노래와 연기에 자연스레 주목하게 되다 보니 멀티걸1을 중심으로 감정이입과 서사진행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전체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합니다. 문제는? 뮤지컬 관객들의 눈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프로듀서스」「시카고」「그리스」「캐츠」 등을 본 관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치열한 긴장과 정신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텔레비전에서는 단편영화 같은 「베스트극장」과 400억 원을 들인 「태왕사신기」가 공짜로 방영되고 있습니다. 한국 창작뮤지컬은 그 수많은 경쟁 작품들을 이겨내야 하니까요. 물론 결국에는 이겨낼 것입니다.
글 : 안현주 bread-wine@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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