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6.8.27 목 10:30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리뷰
김선영의 ‘텔미온어선데이’, ‘난 나를 너무 사랑해!’

 

영국의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유일한 중형뮤지컬 ‘텔미온어선데이’가 한국에 왔다. 이 작품은 주인공 ‘데니스’의 뉴욕여행기를 여성적인 감수성으로 그려냈으며 대사 없이 노래와 연기만으로 극을 전달한다. 제1회 더뮤지컬어워즈와 제13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연달아 여우주연상을 꿰찬 최고의 뮤지컬 배우 김선영, 두말이 필요 없는 가창력의 소유자 바다, 떠오르는 신예스타 정선아가 각각 트리플 캐스팅되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뮤지컬 ‘조지엠코핸투나잇!’과 함께 한국에 모노뮤지컬이라는 생소한 공연 장르를 선사하고 있으며 그 신선함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 Forget about men, BUT...
주인공 ‘데니스’는 실제의 인물처럼 사실적으로 나약하다. 하지만 바로 그 ‘나약함’에 관객과 무대는 더 가까워진다. 남자친구의 외도로 새 인생을 찾기 위해 뉴욕으로 떠나지만 그곳에서도 남자로부터 받은 상처는 멈추지 않는다. 상처를 받더라도 늘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여자들은 세계 어디를 가나 다 똑같은가 보다. 사랑과 이별의 반복은 내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해 줄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주인공 ‘데니스’는 우리가 모두 겪어 본 바로 ‘설렘’을 노래하고 있다. 그녀는 실연에 상처받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곧 새로운 사랑에 설레어한다. 소녀 같은 그 모습에 관객들은 큰 웃음과 함께 공감을 얻는다. 바로 이것이 남자들은 잘 모르는 ‘여자’인 것이다. Forget about men!, 아마 어떤 여자에게도 쉽지 않다. ‘데니스’의 노래처럼 우리는 매일매일 변하고, 지금 이 순간 지나면 또 다른 내일이 오니 더욱 그러하다.

- 무대와 소품, 여성스러움과 모던함의 절정
그녀의 무대는 그리 가깝지 않은 미래에 와 있는 듯하다. 사랑에 빠진 ‘데니스’를 동화 속으로 데려다 놓는가 하면 침대와 전화기 하나 달랑 놓인 그녀의 좁은 방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미래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지 않은 세트는 깔끔하게 잘 정돈된 느낌이다. 의자, 탁자, 블라인드, 전화기, 양초 등 무대 위에 존재하는 모든 소품들은 그 움직임까지도 깊은 모던함을 내뿜는다. 이 섬세함은 바로 이 작품이 여성을 위한 작품이라는 점에 중점을 둔다. 그녀는 이 멀지 않은 미래의 공간에서 멀지 않은 우리의 사랑과 아픔을 노래한다.

- 어떤 것도 다 담고 있는 엔드류로이드웨버의 음악
극의 시작은 라이브밴드의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서곡이다. 이 서곡은 극 전체를 읽어주며 여성적이고 감미롭다.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무대와 객석까지 감싸 안는 느낌이다. 모노라는 이유로 극 속 호흡이 지칠 수 있는 것을 음악의 적절한 드라마틱함과 간명함, 그리고 폭발력이 채운다. 이 음악은 관객을 향하였다가 곧 극 속 캐릭터를 향한다. 이 빠른 전개가 놀랍다.
텐션(tension, 비화성음)과 변박의 적절한 사용은 매우 감각적이다. ‘소녀’와 ‘여자’를 오가는 ‘데니스’의 심정을 그대로 그려낸다. 특히 배우 김선영의 뛰어난 가창력은 작품의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다. 그녀의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목소리는 ‘여성스러움’을 넘어서며 마디별로 호흡한다. 김선영은 ‘외침’과 ‘중얼거림’, 그리고 멜로디 까지 많은 도약과 변화에도 안정감을 보인다. 이 안정감은 극 중 ‘스피드 데이팅’ 장면이나 비버리힐즈에서 ‘타일러’를 기다리는 장면 등에서 특히 더 돋보인다. 분명 무대 위에는 배우 1명뿐인데도 마치 많은 사람이 있는 듯 하다.

- ‘새로움’, 그 딜레마에 빠지다
반복되는 일상은 늘 ‘새로움’을 갈구 한다. 주인공 ‘데니스’ 또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뉴욕행을 선택하지만 그 새로움 또한 결국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 작품의 형식 또한 새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기존 한국의 뮤지컬은 연극적 요소가 많이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 작품은 대사 없이 노래와 표정, 몸짓만으로 극을 이끈다. 이런 그녀의 이야기는 무척 신선하다. 하지만 그 벅찬 호흡이 관객은 어렵다. 그 이유는 바로 쉼 없는 빠른 스토리 진행에 있다. 특히 에피소드 중심의 스토리는 작품의 결론만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신선하다’라는 관점만으로 관객을 큰 감흥으로 이끌 수는 없다. 특히 한국에서는 말이다.

- ‘난 나를 너무 사랑해’
‘데니스’는 소심하고 실수투성이지만 사랑스러운 여자다. 자꾸만 먹는 나이와 푸석해지는 피부를 걱정하고 새로운 사랑을 늘 꿈꾸며, 비디오를 제 때 갖다 주지 않는 바로 나의 모습 그대로다. 그녀의 완벽하지 않는 모습은 관객들이 그녀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데니스’에게 또 하나 내려진 축복, 바로 사랑이 있다. 그녀를 무척 사랑하는 친구들과 어머니는 늘 곁에 존재하며 그녀의 큰 위안이 된다. 바로 이것이 뮤지컬 ‘텔미온어선데이’가 주는 또 하나의 감흥이다. 뉴욕에서는 전화와 편지만의 그녀의 유일한 소통의 매개체가 되며 그것이 그녀의 전부이다. ‘엄마’, 그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가깝다. 이 작품은 “넌 우리에게 항상 최고란다”라는 엄마의 이 단 한마디로 집약된다. 그래서 ‘데니스’는 관객에게 말한다. “난 나를 너무 사랑해”라고.

- 시대정신 구현, ‘내일 찾아 올 나의 운명, 난 기다릴래’
‘텔미온어선데이’, 이 제목처럼 일요일에 말해달라는 이별의 말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그 이해할 수 없는 부분까지 바로 그 자체로 ‘여자’인 것이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 또한 단지 사랑에 대한 극복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결국 스스로 혼자 모든 것을 이뤄냈다. 앞으로 올 상처와 시련 또한 우리에게 벅찰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데니스’가 노래한 것처럼 이 세상 어느 곳, 어떤 때, 어떤 시간에 존재하는 '내 모든 삶을 사랑하라'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포인트이다.

뮤지컬 '텔미온어선데이', 2007년 10월 14일 두산아트센터 공연
제작_설앤컴퍼니
연출_이지나
cast_김선영

공정임 kong24@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