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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미친키스’, 헛도는 열정과 접촉으로부터 온 사랑

 

연극 ‘미친키스’는 연출 조광화의 작품으로 7년 전 국내에서 초연되었다가 엠뮤지컬컴퍼니에 의해 다시 제작된 작품이다. 제작 초반부터 뮤지컬계의 라이징 스타 엄기준과 김소현이 캐스팅되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으며 더블캐스팅 된 신예 장효진과 전경수 또한 대등한 연기를 펼치고 있어 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극 중 작가이자 흥신소 직원인 ‘장정’은 마음이 변한 연인 ‘신희’에게 점점 집착하고 ‘신희’는 그런 ‘장정’이 힘에 겹다. ‘신희’의 대학교수인 ‘인호’와 그의 아내 ‘영애’ 또한 욕정으로 변한 사랑에 서로의 마음을 닫는다. 이들은 모두 타락으로 물들어 어두움의 극을 달린다.

- 넌 날 사랑해. 그렇지?
이들의 고단한 사랑은 쉴 새 없이 말을 퍼붓는다. 그것도 서로 다른 언어로 말이다. 서로 마주보면서 못 알아들을 외계 언어로 ‘너를 사랑한다’고 소리 지르고 있다. ‘신희’는 2년 전 자신이 말로 해버린 결혼 약속으로 ‘장정’과의 사랑이 퇴색되어감을 알게 된다. 말과 약속으로 퇴색된 사랑, 그 사랑도 변하고 인간도 변한다. 이 작품은 인간의 ‘말’과 ‘약속’이 주는 의미의 무색함을 알게 한다. ‘말’이 없었다면 자연스러웠을 ‘약속’, 하지만 우매한 인간은 그것을 모른다.

- 극 속 캐릭터, 인간성의 극과 극
극 속 캐릭터들은 지극히 평범했다. 관객들의 공감을 확 끌어당기는 친근함과 유머까지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본디 악한 존재라고 했던가? 이들의 어긋난 열정은 인간의 어두운 저 밑바닥을 자극한다. 이들은 너무나도 외롭고, 너무나도 사랑이 하고 싶다. 그래서 말로써 행동으로써 그리고 절규함으로써 서로를 자극한다. 마지막에 가서는 그 자극이 협박이 되고 상처가 된다. 이 작품은 인간성에 대한 선(善)함과 악(惡)함, 차가움과 따뜻함 등 극과 극으로 치닫는 인간의 본능을 자세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관객에게 그것을 내던지고 퍼뜨린다.  
열정이 넘치는 ‘장정’, 그 열정은 사랑이 아니라는 ‘신희’, 그리고 너무 열정이 없는 ‘은정’, 과거의 열정은 욕정일 뿐이었다는 ‘영애’, 이들은 누가 잡아당기기라도 하는 듯 ‘평범’에서 멀어지고 차가운 바닥 아래로 떨어진다.

- 만져지는 대사, 만져지지 않는 소품
‘미친키스’의 대사는 인간의 내재적 욕구를 자극한다. 때로는 웃음이 되고 때로는 어둡고 황폐하다. 이들이 내뱉는 비유와 직설은 인간들의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정의를 역설(逆說)한다. 특히, ‘말(言)과 약속’에 대한 ‘인호’의 설명이라든지, ‘초밀도 생물’, ‘초능력 소년’, 그리고 ‘내 머리위의 독수리’ 등 각 인물들이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려고 사용된 비유는 매우 풍요로우며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한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이들의 방대한 대사는 어느 하나 놓칠 것이 없다. 이 말로써 희망은 욕망이 되고 욕망은 절망이 되는 인간의 내면이 더욱 섬세하게 그려진다.  
또한 관객들은 작품 속에서 소품의 숨은 의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이 왜 모두 맨 발인지, 왜 소설 ‘폭풍의 언덕’인지, 그리고 ‘영애’의 판타지 속 ‘구두’와 ‘장정’의 담뱃불까지 이것들의 존재 이유가 작품 속에 확연히 드러나 있다. 신문지 한 조각까지 어느 것 하나 헛된 것이 없다. 이러한 소품들은 깊은 의미를 부여 받으면서 관객과 더욱 가까워진다.  

- 같은 공간, 다른 호흡
이들의 간명한 무대는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좁은 이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른 곳을 향해 걸으며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는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것은 이들의 호흡이 매우 견고하여 빈틈이 없기 때문이다. 무대 위, 무대 밖, 무대 뒤에서까지 배우들은 서로 교차되고 마주치고 싸우고 그리고, 서로 사랑한다.  

- 색(色)으로 인지하고 반복으로 각인시키다
‘장정’과 ‘신희’의 핑크빛 사랑이 검붉은 욕망으로 변했다. 무대는 ‘신희’의 핑크색 스카프, ‘장정’의 자줏빛 가죽 바지. 붉은 피, 하얀 깃털 등으로 지배하는 색이 끊임없이 변한다. 관객들은 그 색이 주는 의미를 안다. 왜냐하면 이 색들이 주는 의미는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또한 간결하면서 반복되는 음악은 배우들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의식까지도 이완시킨다. 비슷한 흐름의 테마를 변주하여 반복하지만 전혀 다른 극 전개에도 그 음악은 무척 잘 어울린다. 또한 라이브로 연주된 끈끈한 아코디언의 소리와 차가운 전자 오케스트라 소리는 분명 이질감이 있지만 극 속에 충분히 융화되어 관객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이렇듯 이들의 음악은 극에서 너무 멀리 있지도 또 너무 가까이 있지도 않다.      
마지막 장면, 땀으로 뒤범벅이 된 배우들 위로 하얀 깃털이 흩날릴 때 흐르는 마이너(minor, 단조음악)의 왈츠에 관객들은 매우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장정’은 그 3박자의 왈츠곡에 자신을 맡기고 홀로 남은 자신을 보며 웃는다.      

- 접촉을 해야 사랑이 느껴지는가?
창녀가 된 동생에게 화가 나서 죽으라고 했더니 정말로 죽어버렸다. ‘장정’이 자신의 사랑을 지키지 못한 이유와 동생이 창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접촉에의 지나친 갈망에 있다. 이 작품에서 ‘미쳤다’고 말하는 ‘키스’는 바로 이 접촉의 어긋난 열정을 말한다. 어둡고 음산한 이 열정은 ‘장정’의 노여움과 함께 관객들을 극의 절정으로 내몬다. 사랑의 욕망을 접촉으로 해결 하려했던 이들은 그 접촉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그리고는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이들의 사랑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잘못된 이들의 사랑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저 밑바닥 심리를 사랑이라는 보편적이고도 어려운 언어로 묘사한 것이다.
‘장정’은 동생의 시신을 끌어안고 ‘폭풍의 언덕’의 히드클리프처럼 어둡고 황폐해 졌다. 그리고는 외친다. ‘정열은 미쳐 날뛰는 퇴폐다!’ 라고.

9월 20일 극장 정美소
연출_조광화
출연_장효진, 전경수, 김정균 등


공정임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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