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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미친키스, 다음 차례는 바로 당신...

 

음악이 흐른다. 음울한 멜로디를 자아내는 아코디언은 절망적인 삶의 나락으로 이끈다. 그것은 보랏빛이다. 그 음색은 괴기스럽지만 미치도록 절규하고 싶어지게 한다. 무대는 마치 궁지에 몰린 들고양이처럼 날카롭고 서늘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 사랑은 그저 추억일 뿐이었나...
이상하다. 장정, 신희, 영애, 인호, 이 네 인물들은 현재의 사랑을 말하고 있지 않다. 열정적인 사랑은 과연 누구에게 갈구하는 것일까?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사랑했던 추억에 불과하다. 약속, 소유, 집착, 열정을 말하지만 모두 지나간 얘기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지나버린 그 세계에 머물러 있다. 각각 다른 곳에서 숨 쉬고 있다. 그들은 살아 있는 사랑만을 기억하고 그것이 다른 곳에 존재함을 인지하지는 못한다. 그곳은 천국일 수도, 지옥일 수도, 이도 저도 아닌 곳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미 엇갈려 버린 사랑은 다시 마주하기 어렵다.

# 집착에 중독된 위기의 사람들
주인공들은 매우 위태롭다. 교수 인호는 정열에, 부인 영애는 발에, 장정은 소유에, 신희는 자유연애에, 은정은 돈에 집착한다. 집착은 그들을 망망대해(亡亡大海)의 길로 안내한다. 그럼에도 집착에 중독된 이들은 돈의 노예도 불사하고 불나방처럼 뛰어든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을 비난할 순 없다. 그저 안타까울 뿐...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왜 발인가?
영애는 “내 발을 사랑해 줘”라고 말한다. 그리고 벤치 위에는 그녀의 빨간 구두가 치워지지 않은 채 놓여있다. 왜 하필 발과 신발인가? 발은 인간의 몸에서 가장 아래 부분이다. 또한 은밀하기도 하다. 그리고 신발은 자신의 존재를 의미한다. 자신의 가장 은밀한 존재... 그것은 영혼이다. 부인은 몸의 쾌락에 빠진 듯 보이지만 진실한 사랑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마지막까지 순수했던 지난날의 사랑을 추억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녀는 가장 애처로운 인물이다.  

# 비극을 만드는 사나이 ‘장정’
주인공 장정은 동생에게 창녀가 되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다. 신희에게 진정으로 널 사랑한다고 말해보지도 않는다. 그는 단 한 번도 정곡을 짚는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런 그가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내 동생은 창녀”라며 울부짖는 모습은 너무도 이기적이다. 동생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자신의 괴로움만 인지할 뿐 희롱당하고 상처받은 동생의 상처는 알려하지 않는다. 약속의 책임만을 묻는 그는 변질된 사랑에 대한 신희의 회의감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세상의 고통은 모두 짊어진 듯 보이는 그이지만 사실은 모든 이에게 아픔을 주는 근원이다. 그는 히스클리프와 같다.

그들의 사랑은 참으로 위대하다. 자신의 비행을 합리화하는 수단이 되고, 또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어 버리니 말이다. 누구의 잘못이라 명백히 밝힐 수도,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다 짚어볼 수도 없다. 이유는 인간을 미치게 만드는 사랑이 개입된 데 있다.
장정은 소설 ‘폭풍의 언덕’의 주인공 히스클리프와 닮았다. 그는 히스클리프가 될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이미 그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지독히도 악마 같던 그 히스클리프 말이다.
장정은 자살한 동생에게 삭막한 키스를 한다. 그것은 죽은 동생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인 동시에 성애(性愛)에 대한 표시이기도 하다. 그리곤 “이제 누구에게 키스 할까”라고 분노한 얼굴로 말한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온 몸에 키스한다. 이는 깨달음이다. 인간의 깊은 외로움의 주체는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앎이다.  
누구나 그리움이 있다. 모두들 ‘너’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너’가 존재했을 때 과연 나를 채울 수 있었던가? 혹 참고 인내하지는 않았던가? 사랑을 두고 자신의 반쪽인 ‘너’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너’는 ‘나’일 뿐이다. 나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 장정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장정만이 아닌 모두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그리움의 대상이 ‘나’라는 사실을 모르기에 삶은  ‘너’를 찾아 헤매는 데 소비될 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항상 외롭다.
그러나 해결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스스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은 열정을 쏟아야 한다는 간단한 진리다. 자, 이제 미친 키스를 받을 차례는 바로 당신에게 왔다.

공연일시 : 2007.09.08.
공연장 : 정미소
제작 : (주)엠뮤지컬컴퍼니
연출 : 조광화
출연 : 엄기준, 전경수, 유하나, 김정균 외



김유리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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