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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불만 없어!’, 고영빈의 ‘조지엠코핸투나잇!’

 

‘조지엠코핸투나잇!’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엠코핸(1878~1942)’의 일대기를 그린 모노드라마 형식의 뮤지컬이다. 유령이 되어 브로드웨이에 다시 나타난 ‘코핸’은 자신의 인생을 조곤조곤 관객들에게 늘어놓는다.

- 헬로 브로드웨이, 헬로 코핸
한국의 관객들은 대부분 ‘코핸’의 이름이 아직 생소하다. 대체 ‘코핸’은 누구인가? 단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아버지’라 불렸다는 것만으로 그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또한 막연하게 상상력을 요하는 ‘코핸’의 모습과 성격, 말투, 그리고 그의 삶까지 우리가 과연 공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걱정들은 그 서너 평 남짓한 조그마한 무대 위에서 자잘한 전등 불빛처럼 흩어진다. 특히 특유의 ‘자연스러움’으로 무장한 고영빈은 거짓말처럼 자신만의 ‘코핸’을 현시대에 살아 숨쉬도록 그려낸다. 고영빈의 따뜻한 목소리와 위트 넘치는 표정에 관객들은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이도 또,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아도 ‘코핸’의 삶을 공유한다. 이제는 만날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해지는 ‘코핸’, 한국의 관객들은 이제 더 이상 그가 낯설지 않다.

- 시간 모를 이곳, 관객과의 대화는 현실이 된다
극 중 ‘코핸’이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관객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이 있다. 그 손을 어느 누가 잡지 않을 수 있으랴. 그리고 ‘코핸’은 관객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춘다. 대극장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호흡이다. 이렇듯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관객과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관객은 처음에는 어색한 듯 머뭇거리다가 차차 ‘코핸’에게 동화된다. 그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극 중 질문을 던지는 ‘코핸’에게 스스럼없이 대답을 해버리는 관객들은 그가 대체 누구인지, 그의 업적은 무엇인지 이미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사실적인 대사와 인간적인 그의 모습, 비속어와 은어의 등장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서 그리 생소하지만은 않지만 이 작품에서는 ‘공감’이라는 이유로 특별함을 부여받는다. 그만큼 손을 뻗으면 닿을 듯 한 거리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무대 위에서 ‘코핸’의 입술은 이 세상의 누구와도 소통이 가능한 모든 언어를 담고 있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왕이 매일 밤 듣는 세헤라자드의 이야기 같다. ‘코핸’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배우가 물을 마시는 순간도 무척 간절하다.

- 민첩하고 낭비 없는 라이브 음악
음악은 전체적으로 19세기 초 미국에서 유행하던 빠른 2박자 계열의 신나는 피아노 음악과 3박자의 왈츠곡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30곡에 달하는 뮤지컬 넘버는 매우 다채로우며 신나는 탭댄스와 함께 쇼와 드라마를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하지만 극이 ‘코핸’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한 만큼 신나는 음악 또한 관객에게 따뜻함을 먼저 전달한다. 이는 극의 중반 ‘코핸’이 가족의 죽음을 접했을 때 흘리는 그의 눈물만큼이나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코핸’과 함께하는 음악은 피아노, 드럼, 베이스 그리고 간간히 들리는 퍼커션(percussion, 타악기)뿐이다. 그나마 베이스 소리는 거의 들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음악은 ‘고집스러운 한 남자’의 인생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관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피아노’라는 악기의 무한한 능력을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피아노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어려우며, 가장 단순하면서도 화려하다. 바로 그것을 ‘코핸’의 무대에서 아낌없이 보여준다. 또한 곳곳에 들리는 피아노의 타악적 효과는 멜로디를 포기하지 않고도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한다. 피아노는 재빠른 움직임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스토리에 리듬을 맞추며 작품에 힘을 실어준다.
음악은 극 속에서 늘 ‘코핸’과 함께 한다. 그의 마음을 대신 읊어주기도 하며 그의 말을 꾸며주기도 한다. ‘코핸’은 음악과의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음악이 가진 무한한 매력을 관객에게 표출시킨다. 디테일한 익스프레션(expression 음악적 표현)으로 살아있는 라이브 음악은 더욱 빛을 발한다.

- 가짜처럼 보여도 진짜야!, 뮤지컬 문(Moon)과 뮤지컬 문(門)
이 작품에서 소품이라고는 노란 초승달 모형과 낡은 가짜 피아노뿐이다. 그는 벽에 걸려 있던 노란 초승달을 뮤지컬 문(Moon)이라 했다. 그것은 극 내내 은은한 빛을 내어 외로운 ‘코핸’과 함께 한다. 그렇게 그 오랜 불빛이 바로 ‘코핸’의 뮤지컬 문(門)이 된다.
‘코핸’의 삶은 현시대에서 참으로 막연하게 다가온다. 그 시절을 가볼 수 없으니 더욱 그러하다. 더군다나 여기는 미국이 아닌 한국이 아닌가? 하지만 극중 ‘코핸’은 외친다. “가짜처럼 보여도 진짜야!” 아무도 그를 대신할 수 없기에 더욱 그 대사가 와 닿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의 삶을 알기위한 작품이 아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단순히 ‘코핸따라하기’에 바빴다면 관객의 감동은 없었을 것이다. 모자와 지팡이, 탭슈즈 그리고 말끔한 정장이 그를 말해주는 스타일의 전부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 고답적인 모습까지도 뮤지컬 문(門)을 열었던 그를 한국관객들이 진짜처럼 느낄 수 있을 만큼 새롭게 다가온다.

- 간명한 무대와 약한 폭발력이 주는 단조로움
이 작품의 무대는 그 시절 브로드웨이 극장 무대의 뒷모습이다. 낡은 나무 바닥과 좁은 계단,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소품이 가득한 무대 뒷모습은 사람의 흔적을 잃은 듯 보인다. 이 무대는 ‘코핸’의 이야기를 듣기에는 충분했지만 지나친 단조로움은 배우에게 더 큰 부담감을 안겨준다. 극장의 무대 뒤를 쉽게 볼 수 없는 관객들을 위해서라도 배우의 동선을 무대 저 뒤까지 넓게 주고 현장성 짙은 에피소드를 조금씩 넣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배우가 안고 있는 무게감은 전체적으로 극이 수평적이라 느껴지게 한다. ‘코핸’의 드라마틱한 인생에 비해 관객들이 그 인생의 굴곡을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즉,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기는 하였으나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무엇인가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 간명한 무대와 수평적인 드라마틱함도 때로는 깊은 감명을 주기도 한다. 정식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코핸’이 음악으로 관객을 울리고 웃긴 것처럼 말이다.

- 어떤 말도 필요 없는 삶의 이유 바로 ‘가족’
“인생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너의 스승이란다” ‘코핸’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제일 먼저 배웠다. 가난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부자라 생각했던 그의 어린 시절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다. 인생의 스승이었던 아버지와 자상하고 따뜻했던 어머니, 그리고 밝고 착했던 누나는 언제나 그의 편이 되었다. 가족이 주는 그 작은 안정감이 바로 그가 브로드웨이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그의 삶을 통해 사람들이 자주 잊고 사는 것, 바로 ‘가족’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코핸‘에 우리에게 던져 주는 것, 인생의 의미
모두가 그를 존경했다. 왜냐하면 그는 ‘조지엠코핸’이기 때문이었다. 단지 한 시간 반짜리 이 작품으로 어찌 그를 다 말할 수 있으랴. 하지만 이 작품은 ‘위인전’이 아니다. 또 ‘코핸의 업적’을 논하자는 것도 아니다. 단지 지나치게 고요한 우리 인생을 그가 노크하고 있을 뿐이다. 극 중 코핸은 말한다. “커튼콜도 없는 마지막 공연, 그것을 향하여 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야” 무엇을 논하고자 이 작품이 머나먼 한국까지 왔는지 바로 이 대사가 담고 있다. 삶의 무게를 안고 춤을 추는‘코핸’의 발자국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것 같다.


뮤지컬 ‘조지엠코핸투나잇!’, 2007년 9월 8일 동양아트홀
제작 (주)쇼팩
연출 이지나
출연 고영빈




공정임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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