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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신선한 도전 ‘조지 엠 코핸 투나잇!’

 

- 작은 고추가 맵다! ‘조지 엠 코핸 투나잇!’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의 무대는 모노 뮤지컬이니 만큼 매우 간소하다. 그 무대에는 피아노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벽에는 흑백의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마룻바닥과 은은한 조명은 마치 다락방에 있는 듯 아늑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우연찮게 난입한 한 마리 날벌레가 무대 위를 자유롭게 배회하며 낡은 방안의 느낌을 아주 사실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그 작은 공간은 배우와 관객들이 하나 된 열기로 빽빽이 들어차 있다. 비록 한 명의 배우만이 극을 끌어가지만 무대는 그를 감당하기에 협소하다. 그렇게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의 밀도 높은 완성도는 작은 무대이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는 옛 말을 실감하게 만든다.

- 코핸, 21C 사람들과 대화하다
지금, 코핸은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무대 앞에 섰다. 모든 걸 다 가졌지만 겸손은 가지지 않았다는 어느 신문의 평가에서처럼 그는 자기 자랑과 거들먹거림으로 관중들에게 말을 붙인다. 그러나 허락도 없이 반말을 해 대는 그가 밉지는 않다. “헬로우~! 브로드웨이”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영락없이 신이 난 어린아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코핸은 그렇게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자신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 한다.

-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너의 스승이다.”
코핸의 유령이 나타나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이 설정은 억지가 아니다. 노래하고 춤추다 숨이 찼는지 물을 마시고 슬퍼하는 그의 모습이 마치 현실인 것처럼 자연스럽다. 게다가 코핸 아버지의 “네가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너의 스승이다”라는 특별한 가르침은 현 시대에도 역시 의미심장하다. 그는 비록 가방끈은 짧았지만 그렇게 인생에서 만난 스승들로 인해 화려한 인생을 산다. 아니, 그 끝은 어쩌면 조금 서글펐을지 모르나 사람들의 마음속의 그는 언제나 밝고 화려하게 남아있다. 그의 바람처럼...

- 임춘길, 진정한 코핸으로 호흡하다
임춘길은 오랫동안 무대에 선 만큼 노련하다. 오늘 공연이 국내 최초의 무대였기에 그 노련함이 더욱 돋보인다.
그의 탭은 섬세하며 그루브한 움직임은 끝까지 신중함을 잃지 않는다. 피아노에서 내려오는 탭의 리듬과 바닥을 두드리는 지팡이의 소리까지 모든 게 리드미컬하게 맞춰져 있다.
그는 춤과 노래를 마친 후 불과 몇 마디 대사를 꺼내지도 않은 채 또 노래를 시작한다. 물론 흔들림은 없다. ‘카브리올(도약 중에 수평으로 올린 발을 다른 발로 치는 동작)’과 같이 노래와 함께 하기엔 호흡 부분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동작에서도 그는 놀라울 만큼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종반부에 가면 그의 슈트는 조끼까지 모두 땀으로 젖어든다. 100분 동안 보여주는 그의 짙은 열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진정으로 응원하게끔 만든다. 우스갯소리로 마치 릴레이 경기를 보듯 관객들의 애간장을 태우게 한다고나 할까? 사실 그의 목소리에는 뚜렷한 개성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이 무대에서만큼은 배우 임춘길이 아닌, 진짜 코핸을 만들어 나가며 곡에 맞춰 변화무쌍한 면모를 보여준다. 때문에 그에게 강한 색깔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배우로서 가장 큰 이점이라는 확신을 준다.
클라이맥스였던 피아노 위의 탭댄스는 가히 예술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임춘길은 그의 개인적인 인기와는 별개로 온전히 자신이 그려내는 작품으로써 관객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배우이다.

- 신속한 코핸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지 엠 코핸이라는 한 인물의 이야기를 꼭 100분이나 되는 러닝타임으로 끌고 가야 했을지 의문이 든다. 사람들은 그를 알고 싶어 하지만 세세한 일대기를 모두 알아야 하기엔 배우도 지치고 관객의 기력이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 인터미션을 사용할 수도 있고, 스토리를 줄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극을 좀 더 팽팽하게 속도감을 주는 것이 더 간결하면서 깔끔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또한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외쳐대는 ‘브로드웨이’는 알게 모르게 우리 정신세계를 지배한다. 물론 뮤지컬이라 하면 브로드웨이를 떠올리는 건 사실이지만 지나친 강조는 관객을 아연하게 만든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즐겨 쓰는 이러한 연출은 정신적인 문화 침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코핸의 이야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최초 모노 뮤지컬 ‘조지 엠 코핸 투나잇!’
뮤지컬 하면 누구나 열정적인 노래와 춤과 연기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뮤지컬에서는 이 세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뮤지컬은 노래, 춤, 연기의 파트가 너무도 확연하게 구분되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국내 뮤지컬에서는 노래와 함께 간간히 보여주는 율동 정도가 허다하다. 그 가운데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은 위의 세 요소가 그 어느 작품보다도 정확하게 짜여 있다. 때문에 작품을 접한 관객들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는 비록 공연의 초기 단계지만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1인극이라는 시도가 결코 무모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 한국 뮤지컬 시장이 더욱 확산 되면서 기술적인 부분은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배우의 성장은 그에 반해 더뎌 보인다.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의 출연자는 100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꺼내 보여야만 한다. 때문에 한 배우로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또한 그 배우들의 성장은 한국 뮤지컬 발전에 일조할 것이란 믿음을 준다.
모노 뮤지컬이라는 대범한 시도로 국내 뮤지컬 장르의 다변화를 촉진시킨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은 11월 30일까지 동양아트홀에서 펼쳐진다.

공연일시 : 2007.09.07.
공연장 : 동양아트홀
제작 : 쇼팩
연출 : 이지나
출연 : 임춘길
 

김유리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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