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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 리뷰] MODAFE, 댄스컴퍼니 더 바디 'WAITING !'

 

 

모든 인간의 삶이라는 건 미래라는 시간, 계시와 같은 사람과의 만남을 갈구하는 기다란 쳇바퀴다. 문학적으로 말해보자면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고고와 디디가 기다려온 ‘고도’에의 기다림으로 반복된 굴레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리멸렬한 생에 반항하는 가장 현명한 반응이란 상황을 조롱하면서 씨익 한 번 웃어주는 것. 상황을 놀면서 이를 즐기는 태도일 것이다.
분주한 도시의 빠른 속도는 만물의 이치를 주관하신다는 신인 고도의 실체와 존재감 따위란 망각한 채 기계적이고 효용도 있는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주문한다. 하여 우리의 마음은 마치 미로 속 길을 찾듯 그렇듯 늘 미심쩍고 통쾌하지 못한 것일 터. 인간의 운명적인 천형과도 같은 매인 기다림이라는 실존이라는 화두를 직시해 내면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으려면 어느 만큼은 일상과는 거리를 둔 일탈된 조건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제 26회 국제 현대무용제  MODAFE 아르코 극장의, Dance Company The Body의 ‘WAITING’ 속 기다리는 사람들은 가상의 해변가로 모여들었다. 그 곳에서 성인 무용수들의 듬직한 체구와는 다소 부조화스럽다 여겨지는 심드렁한 장난들을 친다.

정체 모를 앳된 느낌의 아가씨 한 명과 장난기가 배여 있는 한 무리의 원색 조끼정장 청년들과 문학 속 'B사감'이 연상되는 깐깐하고도 새침스럽게 뵈는 노란 정장차림 뿔테 안경의 아가씨. 이들은 과연 어떤 관계들일까? 이들은, 우리는 과연 그 누구의 그 어떤 처분, 결정을 기다리나?
바닷가에 모인 일군은 우비 아가씨라는 듯 노란 양산을 들고 노란 정장을 입고 빙글빙글 돌거나 아이 같은 남자들의 놀이 가운데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가득한 이방인다운 존재가 되어 관망하고 있다. 또는 지팡이로 서로를 찔러보고 모자를 던져 주고받으며 여성 무용수에게 농을 걸기도 한다. 여기에 양산과 지팡이, 바닷새의 끼룩거림이나 전위적이지만 장난기 배인 어조의 파편화된 색소폰 음절이 아방가르드 스타일로 분절되며 진공하고 있다.

소소하고 우스꽝스럽게 장난질치는 몸짓 하나 하나, 유치한 어른 광대 같은 서커스는 과거 무성영화 속의 슬랩스틱 코미디나 뮤지컬 속 가창 장면 따위가 연상되는 것이어서 그 어떤 로맨틱 코미디 같은 서사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이들의 외면은 쿨 한 척 한데도 코믹한 장난 속에는 머뭇거림이나 애달픔, 의식과 무의식, 희망과 절망의 경계에서 명확히 규정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선의 애잔한 뉘앙스가 배어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 빛깔은 아가씨가 든 우산의 빛깔처럼 노오란 그 빛깔에 가까운 성정이었다 해야 할까?
해변의 무료함 가운데 닫힌 공간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들은 3,40년대 모던 걸과 모던보이 차림새의 젊은이들이었다. 출연진들이 죽음에 다가가는 노쇠한 이들이 아니기에 이들의 기다림이란 칙칙하고 무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무대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감각을 혼동시키는 부조화스러운 해변가의 정장차림과 이에 반하는 앙증맞은 마임서커스다운 몸짓, 그리고 결정적으로 해변이라는 배경설정은 기다림이라는 질기고 무거운 테마를 발랄한 형이상학으로, ‘유쾌한 실험’으로 풀어가는 데 유효적절했다.

댄스 컴퍼니 ‘더 바디’ 그들의 기다림이란 지리멸렬한 것이 아닌‘말 걸고 싶음’. ‘사랑을 기다린다는 것’. ‘사랑을 받고 주고 싶은 외로운 마음’, ‘새로운 감각에의 기대’, ‘희망을 기다리는 기쁨’ 등등에 대한 설레는 애수가 스며있는 그 것이었다. 함께 노는 것. 사람 간의 장난치고 노는 것, 관계를 지향하는 노력을 취하는 것은 삶의 지리멸렬을 무시하고 이를 또 극복할 수 있을 삶을 갉아먹는 기다림이라는 테마에 가장 현명하게 대응하는 처세법일른 지  모른다. 기다리는 가슴들이 부유하는 기류 속에서 무료함을 달래는 소망을 담아내는 몸짓 게임놀이에는 묘묘한 웃음과 페이소스가 내재되어 있다.

댄스컴퍼니 '더 바디'를 이끄는 류석훈 단장은 모던함의 아름다움을 유머와 결합시킬 줄 아는 통통 튀는 젊은 감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신진 안무가-. 그는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우리의 모호한 인생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주요한 이미지인 ‘기다림이라는 테마와 절체절명한 인간의 화두를 가벼운 유머로 풀어냈다. 철학이 유머가 되는 지점을 몸으로 표출해내는 더 바디의 ‘기다림’은 그런 의미에서 삶으로서의 춤, 춤으로서의 삶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고답적인 표현의 범주 만을 답습하지 않는 진취적 실험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현실적인 애수를 담으며 유쾌하면서도 여운이 긴 ‘댄스컴퍼니 더 바디’. 이들의 이어질 무궁한 행보가 감각적인 가벼움의 테두리 안에서만 정체되지는 않는 한층 더 웅숭깊은 웃음의 표현 법으로 익어갈 것을. 몸으로 행할 수 있는 발랄한 사유의 가능성을 실험해가는 이들의 새로운 행보를 호기심과 경의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 '더 바디' 만의 그러한 진취적인 성취를 기대해본다.


정순영 holy-lux@hanmail.net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7년 6월 22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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