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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리뷰] 뮤지컬 ‘킹 앤 아이’

 

Ⅰ.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
지난 5월 18일부터 시작된 뮤지컬 ‘킹 앤 아이’의 스토리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겠지만, 사실 그 내용은 참 개성 있다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Pretty Woman’처럼 백마 탄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그런 흔한 이야기가 아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고통스런 사랑 이야기도 아니다. 신분의 차이를 극복한 그런 거대한 스토리도 아니다. 그저 문화적 차이를 좁혀 나가는 과정 속에서 생겨난 소소한 사랑느낌 정도라고나 할까?
어쨌든 이 작품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극적인 부분도,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도 없지만 ‘킹 앤 아이’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모든 요소가 수평을 이루고 있는 ‘안정감’이 아닐까

Ⅱ. '클래식' 뮤지컬의 스펙터클한 경쾌함
‘킹 앤 아이’는 브로드웨이에서 1956년에 제작된 작품이다. 1957년에는 남우주연상 등 아카데미상 5개 부문을 수상하며 율 브리너를 스타로 키웠고, 1999년도에는 주윤발이 리메이크 영화에서 시암왕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오랜 시간을 거쳐 진화 되었기에 이 작품은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물론 실존 인물들을 다룬 이야기라 할지라도 할리우드의 미국식 평화주의 같은 제국주의적 분위기는 관객들을 다소 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에서 짙게 풍기는 고전주의가 보는 이로 하여금 심적으로 평안함을 준다. 그렇다. ‘킹 앤 아이’에서는 시작부터 ‘클래식’ 작품을 보는 듯 잔잔하면서도 벅차오르는 환희를 느낄 수 있다.
그 '클래식 뮤지컬'의 규모도 참 웅장하다. 거대한 무대 장치와 금빛, 붉은빛이 만연한 색채는 눈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 요소들은 관객들에게 위압감을 조성하지는 않는다. 위엄있어 뵈는 왕의 캐릭터부터 실제로는 모든 이를 평등하게 느끼게끔 친근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마치 열대과일 망고스틴을 맛보는 느낌이다. 딱딱해보이는 외관과는 다르게 매우 달콤한 과육을 자랑하듯 '킹 앤 아이'의 작품자체는 싱싱하고 활기가 넘친다.
또한 구조적인 면에 있어서도 조화로움을 꾀한다. 발레에 있어서 스토리와 상관없이 하나의 유희로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디베르티스망’이라고 한다. 고전 발레는 디베르티스망으로 인해 스토리에 질질 끌려가는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세계의 신선함과 예술성을 포함하게 된다. 다른 장르에서도 이러한 구성을 사용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사실 대부분 작품과의 이질감이 짙어지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액자구조’를 띄는 작품도 많이 볼 수 있다. 극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집어넣는 이 구조는 디베르티스망 보다는 작품과 좀 더 연관성을 가지면서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킹 앤 아이’도 이러한 액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노예처녀 텁팀이 ‘엉클 톰스 캐빈’을 각색하여 공연하는 장면은 태국의 이국적이고도 화려한 전통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이는 전체 구성에서 오는 차분함을 뒤엎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클래식 뮤지컬 ‘킹 앤 아이’는 방콕 왕실의 화려함과 가벼운 이야기로 스펙터클함과 경쾌함의 호흡이 적절하게 이루어져 있다.

Ⅲ. 인간적인 뮤지컬 '킹 앤 아이'
사실 브로드웨이 팀이 직접 내한 한다고 하면 많은 관객들은 한국 뮤지컬과 비교를 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췄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비교분석 하는 것에 있어서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이들은 평화로운 연기를 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구조에 있어 유독 부각되는 면은 없다. 사실 뮤지컬에서 화려한 춤과 폭발적인 가창력을 우선시하는 관객에게는 이러한 면이 다소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품 전체를 보면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침이 없는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마치 고전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조화로운 예술성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작품에 대한 평가와 개인적인 견해는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작품 속 근엄한 시암왕의 속내는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했던 것처럼 ‘킹 앤 아이’는 대작(大作)이라는 타이틀에 비해 인간적인 면모가 가장 돋보이는 ‘인간적인 뮤지컬’이라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킹 앤 아이’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작품이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 산업이 먼저인지, 작품의 질적 우수성이 먼저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앞으로 한국 뮤지컬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확답을 줄 것이다.

현재 고양 아람누리 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뮤지컬 '킹 앤 아이'는 6월 15일(금)부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로 그 무대를 옮겨 24일(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yuri40021@hanmail.net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7년 6월 11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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