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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락카페> 공연리뷰

 

극의 시작은 클럽 파라다이스에서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킴의 마지막 은퇴무대이다. 쇼의 시작 무대는 마치 화려한 그림 한 폭 같다. 킴의 노래는 그녀를 무엇보다도 잘 표현해 준다. 그녀를 대변하고 그녀를 말해준다. 화려한 춤과 노래는 여러 스타일로 퓨전되어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고 “쇼“라는 이미지에 매우 알맞다. 마치 관객들이 그 쇼를 함께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게 한다. 쇼에서 여성은 여성성을 더욱 강조하고 남성은 남성성을 더욱 부각시켜 더욱 화려해지고 더욱 감각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뛰어난 코러스의 춤과 노래실력은 주인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주인공 킴은 마지막 무대에서 권총을 사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장면은, 극의 마지막 장면으로써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파격적인 사건, 그것을 먼저 관객에게 던지고 관객 스스로가 킴의 이야기로 따라오게끔 한다. 확실한 효과를 준다. 곧이어 스토리는 그런 비극적 결말로 이어 질 수밖에 없었던 킴의 이야기를 들려주러 과거로 돌아간다.

10년 전, 그녀는 연인이었던 “준“과 또 그와 함께 꿈을 키웠던 “하드락 카페“를 뒤로한 채 황사장의 사랑과 클럽 파라다이스의 여왕의 자리를 선택했다. 그 후로 그녀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화려한 그녀의 겉모습과는 달리 점점 나약해지고 피폐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정체성 상실에 괴로워한다. 게다가 황사장의 배신과 옛사랑 준의 등장으로 그녀는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

여기 또 다른 주인공 “세리“가 등장한다. 세리는 귀엽고 통통 튀는 밝은 캐릭터로 우울하고 화려한 킴과 대비를 이룬다. 특히 첫 장면에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 또한 매우 ”그녀”스럽다. 같은 멜로디에 편곡이 점점 화려해지면서 변화되며 (A-A'-B-A''-브릿지-마무리)의 형식을 따라 점점 확대 발전되며 그 노래에 맞게 안무도 점점 커져 등장인물들과 함께 매우 조화롭다. 세리는 다른 세 주인공 (킴, 준, 황사장)과는 달리 매우 긍정적인 인물이며 나약하고 평범하다, 하지만 그녀만의 장점으로 지난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준을 변화시키며 그녀만의 방법으로 꿈을 이룬다. 관객들은 그녀의 기쁨과 아픔을 자신들의 그것과 동일시하며 주인공 킴보다 그녀를 더욱 친근하게 느낀다.

그리고 주목할 만한 것은 ‘코믹 캐릭터’의 등장이다. 그들은 주인공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 자칫 무겁고 어두워지기 쉬운 스토리에 감초 같은 역할을 하며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이 작품은 3개의 코믹 캐릭터 집단들이 등장한다. 그 첫 번째가 클럽 파라다이스의 남자 웨이터들이다 이들은 킴의 죽음을 크게 이슈화시키며 관객에게 전달하여 주목을 이끈다. 그리고 갖가지 잡담들로 그들의 무대 뒤 생활을 나름 즐긴다. 두 번째 집단은 파라다이스의 주방 여자 직원들이다. 그들은 엘리의 동료들로써 돈 많은 남자를 꿈꾸기도 하는 조금은 속물적이며 현실적인 인물들이다. 오디션에 나가겠다는 엘리를 무시하지만, 결국엔 그녀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준다. 세 번째 집단은 엘리의 세 언니들이다. 많이 소란스러우며 사랑 지상주의자들인 그들은, 준과 엘리가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특히 남자배우들이 여장을 하고 나옴으로써 그 코믹스러운 캐릭터는 극대화되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관객들은 그들의 매력에 쉽사리 빠진다. 준은 그곳에서 엘리를 통해 자신을 얽매고 있던 과거에서 점차 벗어난다. 엘리 또한 잊었던 자신의 가치를 알게 된다. 이들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사는 평범한 일상들을 보여주지만 조금은 가벼운 그들의 삶 속에 사실은 정답이 있다. 바로 관객들이 그들을 통해 바라보는 자아의 발견이다. 주인공들의 특별하고 화려한 삶이 아니라 나와 비슷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저들의 삶이 진짜 임을 말해주는 것 같다. 관객들은, 그들을 보면서 인생의 조력자 역할에 큰 의미를 주었을 것이며 엘리의 친구들과 언니들처럼 조금은 소란스럽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언제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에서 그들의 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인데,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각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노래와 뛰어난 가사전달력이 매우 돋보인다. 주인공들의 노래뿐만 아니라 극 중간중간 삽입되는 에피소드의 음악 또한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장면 전환에 사용되는 6-8마디의 짧고 간결한 곡은 엑스트라들의 열연(?)과 함께 어울려 매우 참신하다. 그리고 엘리가 준과 함께 오디션을 연습 할 때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을 여러 버전으로 불러 노래가 웃음과 희망을 함께 가져옴을 알게 되는 장면이 크게 인상 깊다. 극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음악 또한 더욱 드라마틱해지는데, 킴이 황사장이 준 마약을 먹고 가슴속 저 밑바닥에서 나오는 자신의 노래를 부른다. 저음에서 더욱 돋보이며 자신의 결말을 결심하면서 외딴섬에 갇힌 지금 그녀의 심정을 그 무엇보다도 잘 표현한다. 킴과 황사장의 결혼 발표 파티장에서 쑥덕이는 손님들의 그 가식적인 축하노래를 3박자의 왈츠곡으로 표현하였으며 그들 특유의 웃음과 어울려 결코 그들이 행복하지 않음을 말한다. 인물들이 대사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멜로디는 대위법적 형식을 취한다. 멜로디는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자신들의 얘기만을 마구마구 쏟아낸다. 황사장과 진의 마지막 외침이 관객을 극도의 감정으로 이끈다. 그리고 노래는 마지막 부분 accel.(점점빠르게)로 점점 빨라져 파국으로 치닫는 결말과 상통한다.

준과 황사장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킴을 사랑한다. 그들은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 일뿐 킴을 사랑하는 마음은 서로 같을 것이다. 여기에 황사장의 캐릭터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발전시켰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황사장이 자신이 킴을 파국으로 내몰았음을 스스로 깨닫고 늦었지만 후회하며, 클럽 파라다이스 또한 변해가는 결말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세상에 처음부터 악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어쨌든 누군가가 희생되었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효과를 좀 더 확대해석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여자들은 꽃은 좋아해”
이 작품의 주인공은 킴도 엘리도 아닌 바로 “꽃”이다. 킴에게 항상 차고 넘치는 꽃은 화려하지만 곧 시들어 새로운 꽃들에 밀려 버려진다. 그녀는 그 꽃이 꼭 자신과 같다고 느낀다. 또, 킴은 이 비극의 시작 또한 “꽃“이라 생각한다. 킴은 자신의 첫무대에 기다리던 준의 꽃이 오지 않았음에 상실하며 그때 이미 이 끝을 예견한 듯 보였다. 그녀의 마지막 무대에 꽃을 들고 나타난 준에게 ”10년 전 그때 왔어야 했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그리고 빨간 꽃잎이 내리는 무대 한가운데서 그녀는 아름답고 화려했지만 고통스러웠던 그 삶을 마감한다. 이렇게 ”꽃“은 바로, 여리고 여린 그녀이다. 누구든 저 꽃처럼 희미해 질것임을 말하는 것일까? 그녀가 울고 떠났지만 누군가는 다시 시작한다. 그렇게 꽃은 다시 피었고 누군가의 기쁨이 된다. 밤과 경계 없이 허물어지는 늦가을 저녁노을 같다.

이 작품은 10년의 역사답게 꺾고 다듬은 각색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각기 다른 캐릭터를 더욱 발전시켰으며 거기에 음악과 춤의 조화로움이 크게 돋보인다. 음악과 춤은 더 이상 나무랄 곳이 없다. 한국 창작뮤지컬의 본보기가 되는 작품으로써 손색이 없다. 탄탄한 스토리 진행과 수준 높은 춤과 노래로 관객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여기 <하드락카페>가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바도 크다. 극 중 하드락카페는 마치 한국의 창작뮤지컬이 화려하게 펼쳐질 무대와 같다. 그 곳은 사람들이 외면하여 소외된 듯 보이지만 그곳이 가진 잠재력은 무한하다. 극 중 준의 대사처럼,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보기 전에 그 외면에 먼저 홀려서 진짜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와 준의 노력은 사람들을 변화시켰고 하드락카페 또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제 점점 하드락카페, 즉 우리의 진짜 작품을 보게 될 관객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이제 닻이 올라가고 깃발이 펄럭인다. 새로운 희망은 물결위에 부서지는 햇살위에서 더욱 빛난다. 관객들은 엘리와 준처럼 노래를 부르고 희망을 다시 품게 되었다.


공정임 / kong24@hanmail.net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7년 1월 28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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