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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소의 공연리뷰] 삶의 이율배반에 대한 아름다운 정답 - <뮤지컬 7인의 천사>

 

여기 ‘고난이 곧 축복’이라고 말하는 연극이 있다. 이 연극은 삶의 도처에 서식하는 ‘이율배반’을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우린 삶을 고난이라고 느끼고 절망하는 순간 우린 반사적으로 그와 상반되는 희망을 꿈꾼다. 고난이라는 삶의 지옥 같은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이룰 수 없는 그 애절한 아름다움 때문에 현실의 고난을 더 절절하게 혹은 격렬하게 느낄 수 있다. 삶의 대립된 이쪽에서 저쪽을 바라보며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 내 삶의 섭리이기에, 삶의 도처에 서식하는 ‘이율배반’은 인생의 불가사의로 또는 순리로 우리가 죽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이다. 대립된 이쪽에서 저쪽을 그리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비극적인 일상을 사실주의적이면서도 낭만적이게 그려내는 ‘뮤지컬 7인의 천사’는 우리의 삶으로부터 울려 퍼지는 일상의 변주곡이다.

천사의 공간과 일상의 공간이 오버랩 된다. 일상의 공간에서는 아이가 탄생을 기다리며 산모가 진통중이고, 천사의 공간에서는 고난이 축복이 되는 증거가 되겠다며 천사 럭키는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한다. 천사 럭키가 지상에 내려가기 전 동료 천사들은 럭키의 부탁을 받고 일생동안 겪을 고난을 시뮬레이션 해준다. 부모와의 결별, 장애, 연인과의 이별, 도박, 배신, 자식의 죽음, 불치병이라는 고난을 선고 받고 가상 체험을 한 그는 몸서리 쳐지게 두려운 고난 앞에서 생명으로의 재탄생을 보류시킨다. 그러나 자신을 기다리는 지상의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에 천사 럭키는 탄생이라는 최종 결단을 내리고 ‘고난이 곧 희망’이라는 그 증거가 되기 위해 일상의 공간에서 태어나 즐거움의 비명을 지른다.

‘뮤지컬 7인의 천사’에는 ‘리얼리즘’과 ‘낭만주의’라는 대립된 개념이 잘 용해되어 있다. 새하얀 무대 장치와 소품, 배우들의 의상이 만들어 내는 서정성의 비쥬얼은 우리를 낭만주의로 이끌며 ‘천사의 공간’이라는 다소 작위적인 공간에 매료되게 한다. 그 공간에서 천사와 만나는 생경함이 지루해질 쯤이 되면 ‘고난’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사건들은 우리 내의 일상과 너무나 닮아 있다. 연속되는 고난을 간접 체험 하며 삶의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온몸으로 느끼고 나면 ‘희망’이라는 이름 앞에서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함에 힘을 더하는 것은 음악으로 라이브 밴드 반주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극적인 생동감을 만들어 내며, 극적 주제와 메시지를 담은 ‘나 태어날래’와 ‘자장가’는 반복적으로 들려져 공연을 보고 나서도 귓가에 남아 흥얼거리게 한다. 또한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위트 있는 대사와 템포의 완급 조절, 배우들의 살아있는 캐릭터가 공연을 입체감 있게 만드는데 기여하는 바가 크다. 다만 고난 퍼레이드시 일정한 템포감으로 순환되는 구조가 다소 지루하게 하는데 관객에게 다 주려 하지 않아도 작품의 수준이 뛰어나기에 조금 덜어 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리 현대인은 고단하다.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며 불완전한 얼굴을 하고 말한다. ‘난 왜 이렇게 힘들까, 행복해 졌으면 좋겠어.’ 라고. 무엇을 고난이고 무엇을 행복이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 두 가지의 개념이 너무나 극과 극에 존재해서 그 간극이 넓게 느껴질 뿐이지 그 둘은 샴쌍둥이와 같이 붙어서 존재한다. 고난이 있기에 희망이 존재함을, 희망이 있기에 고난이 존재함이 진리인 것이다.
고난에서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뮤지컬 7인의 천사’를 보라. 그 대립되는 이율배반을 체감하게 될 때쯤이면 하얀 세상에 내려와 웃고 있는 당신이 희망의 증거임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미소 kmgmiso@hanmail.com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7년 2월 5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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