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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임의 뮤지컬 <동물원> 리뷰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하란 의미일까? 공연을 보고 난 후 이 동물원의 노래 한 소절이 맴맴 돈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과 다들 별고 없다는 안부초차 지긋지긋해진 그 무기력함들 속에 살포시 안겨지는 포근함이라고나 할까.. 나의 빈손에 채워지는 한 겨울 오후의 햇살한줌 같았다.

감미로운 멜로디,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과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같은 추억을 안고 있는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나면서 무대는 시작된다. 그들의 아름다웠지만 가슴 아픈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긴 호흡의 그리움 속으로 관객들은 일제히 빠져들기 시작했다. 자연스런 시대적 배경의 노출과 등장인물의 다양성을 통해 관객들은 ‘맞아! 저런 친구가 나에게도 있었지..’ 하며 무릎을 탁! 치며 미소를 짓는다. 장면전환에 음악의 후렴구 부분만 효과적으로 인용하여 관객의 귀에 쏙쏙 스며들며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에서 ‘비’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학시절 철수는 비와 우산으로 인해 첫눈에 반했던 연희를 다시 만난다. 현재의 철수 또한 딸아이의 병실 밖으로 내리는 비가 그를 다시 추억속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 ‘비’로 인해 그들은 처음 만났고, 또 지금 추억으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는 상황의 원인과 결과를 관객에게 빠르게 전달하는 효과를 준다. 특히 과거의 그들은 그들만의 자유로움과 가치관으로 현 시대에서는 경험해보기 힘든 대학생활을 즐기고, 서로의 기쁨과 아픔을 공유한다. 그럼으로써 지금 그들의 고민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그때 그만큼 즐겁고 기뻤기에 우리의 지금이 힘든 게 아닐까?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캐릭터가 분명하지만 지극히 평범하며 누구나 한번쯤은 만나봤을 법한 우리 주위의 일상과도 같다. 특히 그들이 동아리방에서 다함께 모여 노래를 불러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장면과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다함께 간 MT장면 등은 그들이 이미 친구 이상임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철수 아버지의 죽음과 친구 만승의 죽음으로 그들은 다시 만나지 못했고 그들의 추억 또한 끝난 듯 했다. 10여년 후 철수가 연희를 지하철에서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철수는 지금 매일이 전쟁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스스로가 감당하기 힘든 갈등과 아픔, 그리고 외로움까지 느끼고 있지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지극히 모범적인 아버지다운 아버지상을 보여준다. 그렇게 맑고 야윈 얼굴로 첫사랑 연희와 마주한다. 연희, 그녀가 나타남으로써 철수는 빠르게 자신의 고민과 갈등의 해결점을 찾는다. 그것은 연희가 그를 예전의 ‘철수’에게로 데려다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희 또한 그녀의 가슴 한 켠에 자리 잡은 그리움의 그림자를 못 지워내고 산 지난 세월을 천천히 씻어 내린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만나고 지난 세월의 무게를 벗고 그때의 그들로 돌아간다.

이 작품은 감각적인 면보다는 감성적인 면을 더욱 강조한다. 또한 전체적으로도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을법한 추억거리를 건드리는데 중점을 둔 작품이다. 다만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다가서는데만 치우쳐짐이 아쉽다. 또한 극이 마지막으로 가면서 여러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이 없이 극의 앞부분과 동떨어져 갑자기 해결된 점 또한 아쉽다. 하지만 아름다운 동물원의 음악과 적절한 에피소드, 그리고 등장인물의 이미지에 너무나도 딱 맞는 캐스팅, 즉 뛰어난 연기력과 노래실력은 정말 나무랄데가 없었다. 그 절묘함을 찾아 모든 배우와 스텝들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혼자 남겨지는 우리는 매일을 속이 빈 나무처럼 서있다. 그렇게 우리가 박탈당한 모든 것에 대한 상실감이 느껴지는 일상이라면 그들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 사실 그들은 이미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철이 들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인생이 힘겹게 느껴지는 것은 그 추억의 ‘시작’을 잊고 산 우리의 탓이다. 인생의 정점에 섰을 때 나를 다시 돌아보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저녁노을 끝 어두워진 바다가 지는 해를 품고 잠이 들듯 누구나 가슴속에 붉은 심장을 안고 매일을 살아간다. 그 심장에 붉은 피가 흐르고 있음을 다시금 인지하게 된다. 그 열쇠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고 뮤지컬 <동물원>이 알려준다.

공정임 kong24@hanmail.net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7년 1월 22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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