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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performance] 안무가 박호빈의 ‘엘리베이터 살인사건’, 현대인의 소통 부재에 대한 심리적 접근

 

누구누구의 자녀, 혹은 어느 회사의 대리, 혹은 옆집 사람. 이것이 현대 사회에서 구분 되어 지는 사람들의 환경이다. 이 환경은 간혹 규제된 틀 속에 사람을 가두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결과를 주기도 한다. 어찌보면 댄스씨어터 까두가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선보인 박호빈 안무의 ‘엘리베이터 살인사건’의 배경이 되는 ‘엘리베이터’라는 공간 또한 사람을 규정짓고 속박하는 장소는 아닐까싶다.

작품에서는 이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이 처음 보는 타인과 스스럼없이 어깨와 어깨를 붙이고 가장 가깝게 서게 되는 공간임과 동시에 또 한 켠 에서는 정작 가장 적은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표현되고 있다. 작품은 의문의 변사체를 통해 그 죽음의 원인을 밝혀가는 과정 속에서 그 사건의 표면만을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타인의 꿈과 상상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극적 요소와 결합된 스토리의 전개다. ‘댄스 + 씨어터’를 내세우는 까두의 이름대로 이 작품은 적극적인 대사의 채용이 눈에 띈다. 실제 연극배우 두 명이 작품에 참여해 스토리를 이끌어 간 ‘엘리베이터 살인사건’은 그 덕에 작품의 전개가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움직임만으로는 다소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는 부분에서 대사의 사용으로 관객의 이해를 돕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사적 흐름이 산만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다만, 담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좋았는데 이 날 공연의 하드웨어 부분이 조금의 아쉬움을 남겼다. 배우들의 오디오가 전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며 오히려 관객의 집중을 방해한 점이 매우 아쉽다. 섬세한 오디오 정비가 뒷받침 되었다면 까두가 지향하는 연극과 무용의 결합이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었을 것이란 기대감이 든다.


특히, 변사체가 된 남자의 죽음이 스토킹에 의한 것이라 유추하는 장면에서는 연극적 요소와 움직임이 더욱 효과적으로 잘 표현되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사 위로 스토킹 하는 역할의 여자 무용수가 보여주는 마임 요소가 더해져 설명적일 수 있는 스토리 전개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안무가 박호빈이 작품의 스토리를 전개해감에 있어 무대를 분할한 조명의 사용은 더욱 빛을 발했다. 조명은 엘리베이터를 의미하는 반듯한 사각형의 형태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무대 전체를 필요에 따라 N등분으로 분할하여 공간을 여러 요소로 활용하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작품의 시작부에서 무대의 한 부분만을 차지하던 사각형의 조명틀은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며 무대 전체를 사건의 장소로 만들었고, 그 흐름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또한 무대를 분할한 조명 외에도 무대의 가장 앞부분에는 변사체의 실루엣을 조명으로 표현하면서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엘리베이터 살인사건’이 보여주는 움직임 또한 인상적이다. 정교하고 숙련된 움직임이 주를 이룬 이번 작품에서는 빠르고 잦은 턴 동작으로 현대 사회가 보여주는 급박함과 무질서함을 대변했다. 또한 조명으로 나뉜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의 영역으로 침범을 금하고 주어진 틀에서만 춤을 추는 모습은 점차 개인적으로 변해가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무가 박호빈은 이 작품 안에서 사자(死者)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여러 가지로 추측하고 있다. 박호빈의 상상에 따르자면 의문에 변사체는 자살일수도 있고, 사채와 관련된 문제일수도 있고, 스토킹, 혹은 동성애와 관련된 문제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안무가 박호빈의 개인적인 상상일 뿐, 정답은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 각자에게 달려있다. 엘리베이터는 비록 한정된 공간이며, 구속된 공간이었지만 안무가 박호빈은 관객들에게 열린 결말을 제시함으로써 작품 자체가 아이러니한 매력을 갖게 된다.

댄스씨어터 까두가 보여준 안무가 박호빈의 작품 ‘엘리베이터 살인사건’은 첫째로 파격적 소재와 스토리 구성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다음으로 무용예술만이 갖는 춤 예술의 매력을 더해 관객에게 보다 쉽게 다가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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