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형학적 무늬로 꾸며진 무대 위에 쟁쟁한 기타소리가 울려 퍼진다. 흑백이 강조되어 얼핏 보면 전라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무용수들이 나타난다. 영국 무용계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마이클 클락은 [으으으음...]으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나게 되었다. 평소 현대음악에 많은 영감을 얻는다는 그답게 [으으으음...]은 섹스 피스톨즈, 스티븐 손드하임의 묵직한 락 음악으로 안무를 펼쳤다. 그야말로 컨템퍼러리 무용의 세련미와 감각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의상이 빚어내는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다. 전면은 흰색과 살구색, 후면은 검은색으로 된 매끈한 의상은 무용수들의 동작을 시시각각 다른 느낌으로 전달해주었다. 격렬하지는 않아도 힘 있는 움직임은, 강렬한 리듬마저 리드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날렵했고, 여러 명의 무용수들 간의 이음새는 거침이 없었다. 가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무대 위의 거친 쏟아지는 거친 리듬을 온몸으로 받으며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관객을 몰입시켰다.
이어지는 공연에서는 무용수들은 옷을 벗고 맨 몸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열 두 명의 무용수가 어우러져 온몸으로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냈다. 무대 위에는 해질녘 같은 잔잔한 조명이 비치고 그 위로 깃털 토시만 걸친 배우들은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춤을 췄다. 몸이 만들어내는 굴곡과 그림자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무대를 연출했다. 아스라한 느낌의 무대 위에 무용수들은 썰물처럼 차 들어왔다가 밀물처럼 빠져나갔다.
인터미션 후에는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배경으로, 오히려 앞선 무대보다 현대적인 안무를 선보였다. <봄의 제전>은 마이클 클락이 흠뻑 빠져있다는 스트라빈스키 프로젝트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두 대의 피아노로 편곡한 음악을 무대 아래서 직접 연주했고, 무대는 여덟 개의 거울이 세워져 분위기를 압도했다. 상체를 벗은 무용수들은 때론 긴박하고 어지럽게 줄서는 음 사이에서 움직였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여러 안무가들이 아끼는 곡이다. 그만큼 많은 영감을 주고, 몸짓으로 승화되어 왔다. 마이클 클락의 이번 작품도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이 누차 회자된 터라 기대를 많이 받아온 작품이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두 대의 피아노로 울리는 <봄의 제전>은 극적인 선율을 뽐냈지만, 원곡의 풍성함은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배경의 거울 역시 기대 이상의 연출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무용수 개인 개인이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은 경외심이 들 정도였지만 앞 작품보다 긴장감은 덜했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유쾌한 첫 작품의 인상이 너무도 강렬하게 남아있었기에 마이클 클락과의 첫 만남은 또 하나의 새로움이었다. 절반 이상의 프로그램이 진행된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무대 위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신선하고도 젊은 예술적 풍경을 맛보기 위해 이날도 많은 관객들이 아르코 극장을 가득 매웠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19일까지 계속된다. 발랄하고 참신한 예술적 기운이 필요하다면, 어서 동참하시길 권유하는 바이다.
김수영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Hugo_Glendin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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