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떠한 미망(迷妄)의 길을 걷더라도 인간으로서의 노력을 계속한다면 결국에는, 혹은 어떤 식으로든 구원을 받으리라. 이것이 괴테가 소설 ‘파우스트’를 쓰게 된 모티브가 되었다면, 제 3회 비움무용단 정기공연 ‘Oh, My God-파우스트, 하늘에 닿다’는 그 괴테의 사상에 대한 조그마한 의구심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과연 신이 우리를 구원하는 것인지, 혹은 조금 더 나아가 신이 존재는 하는 것인지.
작품의 시작은 마치 아프리카 밀림의 정글을 연상시킨다. 특별한 무대장치나 부수적인 설명이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 다른 움직임과 소리를 내는 무용수들은 야생 상태의 어느 한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무용수들이 직접 내는 기이한 소리들과 각각의 움직임 등은 현존하는 모든 것에 대한 생명력을 말하고 있다. 그 생명들은 각자의 영역 안에서 유유히 거닐기도 하고, 서로간의 부딪힘을 통해 갈등을 빚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각각의 소리와 서로 다른 움직임을 가진 그 생명들이 결국 바라보는 곳은 한 곳이라는 것이다. 무용수들의 다양한 움직임은 각자 다른 곳을 향하다가도 최종적으로 신의 존재를 의미하는 ‘하늘’로 향하는 시선을 통해 하나로 모아진다. 움직임 역시 두 손과 두 발을 땅에 짚고 동물적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과 하늘을 향해 뻗는 움직임으로 양분되지만 이 역시 모든 상황과 생명이 절대 신을 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다.
음악의 사용이 거의 없이 무용수들의 소리만으로 진행되던 작품의 전개는 라이브로 연주되는 국악이 접목되며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각자의 움직임이 돋보였던 1장과 대비되는 동작으로 무용수들이 한데모여 보여주는 군무가 젊은 무용단의 성격을 여실히 드러낸다. 탈춤을 연상시키는 신명나면서도 절도 있는 무용수들의 군무가 라이브 국악 연주와 어우러져 우리 춤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해내고 있었다. 연주팀 ‘콜럼버스’의 라이브 국악 연주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빛내주었다면,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의 중극장은 작품의 주제가 설득력을 갖는 데에 큰 일조를 한다. 깊고 넓게 파인 무대는 작품을 감상함에 있어 더욱 시원한 맛을 살려줄뿐더러, 유난히 높은 천장은 안무자 안덕기가 말하고자 한 하늘, 그리고 신의 존재에 대한 신비감을 더했다. 또한 순간적으로 한 곳에 모아지는 핀 라이트의 사용은 작품 내의 에너지를 한 곳에 응축시켜주는 효과를 가졌다.

더욱이 안무자 안덕기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작품 내 곳곳에 주제를 암시하는 동작을 삽입함으로써 관객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부로 가면서 젊은 안무가 특유의 개성이 조금 사라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무속신앙적인 집단무의 도입은 작품에 힘을 더했지만 신에 대해 열망하고 갈등하는 모습 등은 다소 직접적인 부분으로 드러나 조금 더 세련된 구성을 보여준다면 현재보다 더욱 진일보한 작품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제 3회 비움무용단 정기공연 ‘Oh, My God-파우스트, 하늘에 닿다’는 70분 남짓한 작품 안에서 분명한 진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야생 상태로 짐작되는 생명들에게서 보인 행동 양태들이 현시대까지도 반영되고 있는 진리를 춤으로써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서사적 전개로 설명적으로 이어지던 작품은 정작 결론 부분에 이르러서는 모든 문제의 답을 관객에게 넘겨버리고 있다. 각각의 개성으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마지막에 이르러 인간들이 찾게 되는 신의 문제는 결국 각자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안무가 안덕기의 작품 ‘Oh, My God-파우스트, 하늘에 닿다’는 처음부터 신의 존재 여부를 논란의 여지로 삼고, 종교적인 문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고자 한 작품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모든 문제의 답을 각자에게 돌리면서 그저 한 번 정도 우리가 쉽게 넘겨버리고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의 작품으로 남기는 것이다. 옳고 그르다의 범위는 아니지만 이번 정기공연은 통해 비움무용단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될 수도 있고, 쉽게 수면위로 드러내기 힘든 종교와 신에 대한 문제를 거론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관객과 소통하려는 젊은 무용수들의 노력 또한 효과적으로 드러났음에 이번 작품이 더욱 빛이 날 수 있었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시대에 쉽게 놓쳐버릴 수 있는, 혹은 어쩌면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전통적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이런 젊은 창작가들이 존재하기에 앞으로 비움무용단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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