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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랑의 세레나데’, 친절한 원국씨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대학로 창조콘서트홀에 가면 발레리노 이원국씨가 조곤조곤 읊어주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들을 수 있다. ‘대중들이여~ 창문을 열어다오!’, ‘사랑의 세레나데’는 클래식 발레와 이원국 발레단의 창작발레를 해설과 함께 선보이는 갈라 콘서트 이다. 그간 해설이 있는 발레는 여러 곳에서 많이 공연되어왔다. 하지만 이번엔 대학로라는 차별화된 공간이다. 생각을 전환 시킨다는 것은 말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발레리노 이원국의 새로운 시도는 그의 황금 같은 시간이 저당 잡혀 있지만, 그 거스름돈은 평생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로에 가면 발레의 낯설음을 극복할 수 있다
여태껏 발레는 뮤지컬이나 연극처럼 쉽게 접하기 힘든 장르였다. 그런데 여기, 꽉 조인 튜튜를 입고 핑크빛 토슈즈를 신은 발레리나들이 수천의 부레부레를 하며 대학로의 자유로운 기류에 진입하고 있다. ‘사랑의 세레나데’는 컨셉이 확실한 목표 지향적 공연이다. 발레의 대중화 혹은 산업화라는 하늘을 향해 한창 자라나고 있는 포도나무와 같은 공연이다. 그 뿌리는 발레의 산업화에 있고, 그 가지는 발레의 대중화에 있고, 그 잎은 무용수들의 무대 제공에 있고, 그 열매는 관객들에게 있다. 명확한 컨셉만큼이나 공연의 흐름도 분명하다. ‘백조의 호수’, ‘해적’, ‘스파르타쿠스’, ‘돈키호테’ 등 잘 알려진 클래식 레퍼토리와 ‘조르바’, ‘애증’, ‘옹헤야’ 등 창작무용이 세밀하게 순서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사이사이 진행되는 웃긴 해설과 재치 있는 입담은 메인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센스 만점 부록이다. ‘사랑의 세레나데’ 에는 환상적인 조명도 웅장한 오케스트라도 없다. 하지만 작고 초라한 무대이기에 관객과 주고받는 에너지는 더 강하다. 발사 직전 잔뜩 당겨진 새총처럼 팽팽해진 무대의 긴장감, 마룻바닥에 부딪히는 경쾌한 토슈즈소리, 작은 실수에 얼음백자처럼 하얗게 얼은 생생한 표정까지 생동감 있게 생중계되어진다. 공연이 마무리 지어질 때면 시작 전 배운 ‘브라보’를 연신 외치며 발레와의 어색함이 시원하게 소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공연의 원동력인 ‘사랑의 세레나데’는 무용인들만의 잔치가 아닌 모두를 위한 놀이터이다. 큰 무대에서도 한 봉지 따로 챙겨 가지지 못한 샘솟는 엔돌핀과 치솟는 신명남을 비로소 이 무대에서 온전히 챙겨간다.

토슈즈 한 켤레로 대학로를 전복하다
발레리노 이원국씨의 실험정신은 작은 시작으로 무수한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첫 번째, 빈틈을 노려라! 모든 연극이 쉬는 월요일의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비어있던 무대를 활용 하는 것은 극장의 입장에서도 경제성이 뛰어나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이니 매주 월요일을 발레의 날로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둘째,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익숙함을 이용해라! 공통된 분모는 낯설음도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예술의 전당에서 정장을 빼입고 점잖게 봐야할 것만 같은 발레가 자유롭고 거침없는 대학로 문화와 손을 잡았다. 대학로라는 열린 공간은 발레가 소수의 문화라는 알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품에 품을 것이다.
세 번째, 친해지기 위해서는 만남의 횟수를 늘려라! 대관료가 비싼 대극장에 비해 소극장 이 가지는 장점을 뽑아냈다. 소극장에서는 같은 예산으로 관객과 더 자주 만날 수 있다. 장기공연이 가능해지면 무용수에게도 플러스알파다. 리얼 버라이어티 장소인 무대는 그 어떤 곳보다도 훌륭한 연습공간이다. 매주 무대에 오르는 것은 무용수들에게도 좋은 학습 기회가 될 것이다. 게다가 경제성 있는 소공연장의 확대는 젊은 창작자에게 실험 무대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과 무용수의 인큐베이팅 기회를 증가시킨다. 지금 이원국씨의 도전은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앞으로 불확실성의 연속성에 대해 확실하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완성으로 갈 것이다.


이정연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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