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과 저작권』은 기초예술 창작자들의 저작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저작권법에 보장되어 있는 창작자의 권리를 명확히 하여 예술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도록 아르코지원컨설팅센터에서 2007년에 제작 발간한 자료집입니다. 아르코지원컨설팅센터(http://online.arko.or.kr)를 방문하시면 예술과 저작권에 대한 보다 상세한 자료를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등과 같이 저작권법에 의해서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경우 또는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경우가 아니라면,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아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그 권리를 행사 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얻지 않고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하거나 또는 계약의 범위를 벗어나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이다. 즉, 인터넷에 게재된 자료를 마음대로 편집해서 출판하거나 연극공연을 캠코더로 녹화해서 자신의 블로그 등에 업로드 하는 경우가 저작물이나 실연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예이다. 그리고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서 계약은 맺었으나 그 계약에서 정한 방식이나 범위를 벗어난 경우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예를들어 소설의 저작자가 특정 출판사에게만 소설을 출판할 수 있도록 허락했는데 이 출판사가 저작자의 허락 없이 다른 출판사에게 소설을 출판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저작자가 출판사에게 오프라인에서만 출판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전자출판하는 경우 등이 이에 속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경우에는 저작물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이용했는지에 따라서 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 침해가 계약위반이나 무단이용의 형태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저작물을 참고하여 새로운 저작물을 창작한 경우이거나, 보다 적극적으로는 타인의 저작물 자체에 변경을 가하여 이용하는 경우에도 저작권 침해 여부가 문제된다. 이러한 경우에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타인의 저작물에 접근했는지의 여부이고, 둘째는 두 저작물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보통 전자를 의거성 판단으로(미국에서는 이를 접근성 판단이라고 한다), 후자를 실질적 유사성 판단으로 일컫는다.
먼저 의거성 판단이란 타인의 저작물을 보거나 듣거나 혹은 어떠한 형식으로든 접했거나 접할 만한 기회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과거 미국에서는 음악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다루면서 음반의 판매량과 방송회수를 따져보아 접근성을 판단하기도 했다. 오래 전의 판결이긴 하지만, Cholvin v. B. & F. Music Co.(1958)판결에서는 원고의 앨범이 200,000만부 이상 팔리고 이 앨범이 공중파를 통해 방송된 사실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의 음악에 접근했음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한 반면, Jewel Music publishing Co. v. Leo Feist, Inc.(1945)판결에서는 공중파를 통해 방송된 적은 있으나 앨범의 판매량이 10,000부 정도인 경우에는 피고의 접근성을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의거성 판단의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보자. 소설가가 어떤 공연을 보고 공연에 사용된 희곡이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각색되었다고 하면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희곡작가는 순수 자신의 창작임을 주장 했는데, 희곡작가가 거주하는 근처 도서관에서 해당 도서의 대출확인증이 발견되면 이 희곡작가가 문제의 소설을 보았거나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합리적으로 추론될 수 있으며, 저작권 침해 판단 요소 중 의거성의 요건을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의거성의 요건이 만족된 후에는, 두 저작물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따져보는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기 전에 두 저작물에서 보호받을 수 없는 아이디어와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성 있는 표현을 구분해야 한다. 저작권법은 외부로 드러난 창작성이 있는 표현만을 보호하기 때문에 두 저작물이 아무리 비슷하다고 해도 창작성이 없거나, 아이디어만 차용한 것이라면 저작권 침해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작물에 나타난 표현 그 자체가 아이디어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이 둘을 구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구분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의 판례에서는 추상화이론(abstraction test)과 유형이론(pattern test)을 발전시켜왔다. 이 이론은 저작물에서 구체적인 표현을 제거해 나가다 보면 아이디어와 표현의 경계선이 나타나게 되고, 결국 창작성이 있는 표현만을 골라내서 두 저작물을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골라낸 표현들만을 가지고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게 된다. 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샘플링에 대한 저작권 침해 문제가 대두되곤 하는데, 하나의 모티브를 가지고 두 작곡가가 샘플링 과정을 거쳐 각각 음악을 작곡했다고 할 경우, 이 두 곡에 대한 실질적 유사성 판단은 모티브가 된 부분을 제외하고 두 작곡가가 각각 창작적으로 기여한 부분만을 비교하는 것이다.
결국,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에 접근했는지의 여부,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특히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저작물의 특성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음악저작물과 같은 경우에는 곡의 분위기와 멜로디를, 희곡과 같은 어문저작물의 경우에는 플롯이나 줄거리를 포함한 구체적인 사건이나 대사 등이 고려대상이 될 것이다.

[자료출처: 예술과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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