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They have their exits and their entrances,
And one man in his time plays many parts...
세상은 무대요,
모든 남자와 여자는 배우에 지나지 않으니
모두 퇴장과 등장을 하고
사람마다 주어진 시간에 여러 배역을 한다.
- <뜻대로 하세요> 중에서
드디어 연극사의 큰 산,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만나는 시간이 왔다.
희곡은 무대에서의 상연을 전제로 집단이 듣고 볼 수 있는 형태로 완성될 것을 의도하나, 다른 문학 작품은 개인에 의해 읽히고 상상으로 경험될 것을 의도한다는 사실로써 구별된다. 즉, 희곡은 형식적으로는 언어를 매개로 한 문학적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무대에서의 형상화를 전제로 한 스펙터클, 행동 등의 다양한 양식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하여 희곡은 사건들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는 공간(무대)을 매개로 하여 미적 원리를 나타내므로 그것이 형상화될 극장, 무대 상황과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 인물의 등퇴장 지시나 시간·공간의 설정, 무대지문 등 희곡을 다른 문학형식과 본질적으로 구별시키는 요소도 극장 공간과 밀접한 관계 때문에 존재한다. 따라서 극작가는 작품을 구성할 때 무엇보다도 이러한 공간적 상황을 염두에 둔다. 결국 극장 공간은 희곡의 극적 현실구성과 극작술에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비록 극작가가 특정 극장을 위해 작품을 쓰지 않는다 할지라도 작품을 쓰는 동안 머릿속으로는 나름대로 작품이 공연될 환경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전과 현대 희곡을 구분하는 중요한 지점이 바로 물리적인 공연 환경인 극장과의 관련성에 있다. 현대의 작가들은 발전된 기술 덕분에 물리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쓴다. 작품에 공간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고전희곡 작가는 작품을 공간에 맞추어 썼다. 희곡이 속한 시대의 극장에서 가능한 기술적 범위 안에서 희곡을 구성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비극은 대부분 궁정 앞을 배경으로 한다. 이는 당시 극장에 스케네라는 고정된 배경건물이 존재했고 이 앞이 연기구역이었다. 따라서 이를 이용해 믿음직한 상황을 연출하려면 작품의 배경이 건물 앞이 되어야 했고 인물들의 신분을 감안하여 궁정 앞을 배경으로 설ㅗ杉�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역시 고대 그리스 희곡에 종종 등장하는 신들의 강림 장면은 그 당시 극장에 ‘마키나’라고 하는 플라잉 장치가 있었기에 작가가 그런 장면을 작품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고전희곡을 통해서 당시의 공연환경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영국 연극사의 르네상스라 할 수 있는 엘리자베스시대의 대중극장은 극작술과 극장이 밀착된 또 다른 전형을 보여준다. 엘리자베스시대의 극작가들은 당시 무대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고 희곡을 썼다.
당시를 대표하는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는 극장의 주주이자 배우였고 전용극장을 가진 극단의 전속작가였다. 특히 그가 속해 있던 극단의 성공을 좌우할 만큼 영향력 있는 작가였고, 관객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작품을 썼다. 현재에도 그의 희곡을 통해 당시의 극장 구성 요소와 그 활용상태를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그는 항상 자신의 작품이 공연될 극장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썼다. 그가 당시에 가장 인기 있는 작가였다는 사실은 그가 작품을 집필하는데 있어 주어진 무대 여건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했다는 증거가 된다. 그가 무대에서의 동작이나 효과를 염두에 두고 극작을 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현재까지도 공연대본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엘리자베스시대 무대와 극장 구조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여관 뜰 무대(inn-yard theatre)이다. 배우들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하는 순회공연이 증가하자 각 마을의 여관이 극장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극단주, 극작가, 배우로 구성된 유랑 순회극단은 경제적인 면과 운반가능여부를 고려했을 때 시각적이고 사실적인 무대화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그 결과 대사로써 시간, 공간적 분위기를 나타내고 이를 받아들이는 관습을 공고히 했다. 여기서 고전희곡의 또 다른 특징! 바로 길이가 길다는 것. 하루 중 시각, 계절, 인물들이 있는 장소 등을 현재라면 조명의 색이나 무대장치로 몇 초 안에 바꿀 것을 과거에는 야외에서 햇빛 받아가며 공연하니 여의치 않았다. 기댈 곳은 단 하나, 대사였다. “아, 밤이 찾아왔구나!” “자, 그럼, 상상력을 발휘해 주십시오. 이 극장 안에는 이제 막강한 두 왕국이 있습니다. 인접하여 우뚝 솟은, 양 진영의 전선은 위험한 해협에 의해 떨어져 마주보고 있습니다.” 관객의 상상력에 의존하여 대사를 통해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알려주는 것이다. 어디 이뿐이랴, “친구들이여, 로마인들이여, 시민들이여, 내 말 좀 들어보게!”라든가 “마침 줄리엣 아가씨가 이리로 오고 계십니다.”라면서 등장하는 인물들까지 관객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대사를 이용하는 양식을 가리켜 언어무대장치라고 한다. 언어무대장치 때문에 과거의 희곡은 길이가 긴 것이다. 역으로, 과거의 희곡에서 시간이나 공간적 배경을 나타내는 대사들을 빼내면 그 길이가 확 줄어든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시대의 여관은 사각형의 뜰에 아치모양으로 세워졌다. 객실과 연결된 1층의 회랑(gallery)이 뜰을 삼면 혹은 사면으로 둘러싸고 있었고 객실의 문을 뜰을 바라볼 수 있도록 탁 트인 베란다 쪽으로 열려 있었다. 바깥에서 이 뜰로 통하는 주 출입구가 있었고 뜰에서 여관 건물로 향하는 또 다른 출입구가 있었다. 건물 한쪽을 배경으로 덧마루 무대를 뜰을 향하도록 세워 배우들은 여기서 공연을 했다. 무대 뒤에 커튼이 있어 여관으로 연결되는 문이 없을 경우, 배우들은 이 커튼을 통해 등퇴장하였다. 객실 손님과 부유한 관객들은 발코니나 창문에서 관극했고 보다 가난한 계층은 뜰(pit)에 서서 보았다. 여기서 유래된 엘리자베스시대의 극장은 형태상으로 돌출무대에 속한다.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Shakespeare in Love)>의 무대가 된 지구극장(Globe Theatre, 그러나 영화는 백조극장(Swan Theatre)에서 찍었다.)이라든가, 당시 런던 템즈 강 남쪽에 모여 있던 극장들은 모두 이 여관 뜰 무대에서 유래한 돌출무대양식을 취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뮤지컬 제작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프로덕션의 급선무인 것처럼 당시 극단운영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다른 극단을 물리치고 보다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작품을 발굴하는 것이었고 그런 재능을 갖춘 작가를 물색하는 것이었다.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 재미를 창조해야 하는 것과 수적으로 불어난 극단 및 극장 사이의 경쟁은 극작가에게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극작가는 무엇보다 유행에 민감해야 했고 관객의 기호를 잘 파악해야 했다. 새로운 연극에 대한 요구가 대단해서, 그 당시 한 작품의 평균 공연 횟수는 10회를 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극작가들은 극단의 상연 목록을 늘리기 위해 신속히 일해야 했으며 때로는 두세 명의 극작가들이 한 작품을 합작하기도 했다. 한 극단에서 많은 관객을 끈 작품을 공연하면, 경쟁 극단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비슷한 주제의 작품을 제공하도록 자기 극단의 극작가에게 의뢰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작가들이 극단의 상연 목록을 늘리기 위해 다른 작가의 예전 작품에 몇 가지 시사문제를 덧붙여 새로운 작품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글 김지명(SMG tech 무대감독) jeemong@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택아트센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