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의 요령’은 머리와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종류의 영상을 자유롭게 풀어놓음으로써 기존의 체제와 가치가 요구하는 질서와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상태를 구현하고자 하는 초현실주의 그림과, 언어를 음절로 해체시키고 등장인물의 동일성을 상실시키기도 하여 행위의 뜻과
목적을 박탈하는 부조리극과, 비주얼하면서 컨셉추얼하고 유연하면서도 예리하고 위트있는 김영하의 소설이 한 대 모인듯한 묘한 인상이 매혹적으로 강하게 찍히는 공연이었다.
무대과 객석의 전복, 관객 무대에 서다
아르코 대극장 후문, 화려하게 wall painting된 가변식 무대가 열림과 동시에 공연이 시작된다. 조명 바텐이 무대 아래까지 내려와 화려한 빛을 내고 낯익은 오페라의 유령의 메인 테마가 장대하게 울려 퍼진다. 무대와 객석이 전복된 그 공간, 항상 프로시니엄 극장에서 객석에 피트되어 무대를 바라만 보던 관객들은 자유롭게 무대 주변으로 앉거나 서는 이색적임에 호흡이 들뜬다. 가변식 wall이 닫히고 빅탑씨어터와 같은 공간에 들어온 이색적인 정취에 빠져들자 조명 바텐이 무대 위로 상승하며 오페라의 요령이 시작된다.
극중 극의 반복 시퀀스, 다양한 에피소드
오페라의 요령은 부조리극의 반복 시퀀스를 이용한 다양한 에피소드로 전개된다. 장면과 장면의 bridge에 진행되는 나래이션이 오페라의 요령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전개하고 그 과정 속 극중 극으로 진행되는 에피소드가 반복된다. 공포의 순간을 느끼는 연속장면의 vjing, 각 연극의 명대사의 독백의 순환, 무의미하고 소통되지 않는 언어, 말이 전해지면서 변질되는 상황의 연출, 딸과 성교하는 아버지, 불륜, sex toy로 전락하는 여성의 현실 보도 나래이션, 얼굴을 가린 채 옷을 벗는 퍼포먼스, 오페라의 유령 패러디, 말의 탈이나 돼지의 탈을 쓴 현대 사람들을 상징하는 소리, 움직임의 퍼포먼스 등이 그 다양한 에피소드이다.
자유, 감각, 본능 경험해 보셨습니까?
오페라의 요령은 의식, 합리성, 이성에 의해 감추어지고 억압된 무의식의 세계, 비합리성, 욕망을 드러내어 정신을 해방하고자 한다. 현실과 타자의 시선이라는 여과망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유, 감각, 본능을 경험해 보셨습니까? 라고 물으며 우리들의 잠재된 무의식의 세계를 발견하기를 유도한다. 딸과 성교하는 아버지, 불륜을 사건화 하여 보도되는 나래이션과 섹스와 변형된 성기를 symbol화한 영상을 통해 항상 금기시 되어 언급되기 어려운 성적 욕망, 가학적이면서 때론 키치적인 은폐된 욕망을 드러낸다. 그런가하면 돼지의 탈을 쓰고 신문을 보는 이, 돼지의 탈을 쓰고 상자를 들어 성교를 하는 이, 커다란 곰인형의 솜을 마구 빼어내는 이, 말의 탈을 쓰고 회전목마를 타는 이들이 등장하여 현대인의 외피를 넘어 내부에 감추어진 불안한 욕망을 드러낸다.
밉더라도 쓰더라도 뱉지 말아요
오페라의 요령은 은폐되고 뒤틀린 현실 세계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개인이기주의와 합리주의에 만연한 사람들은 타자의 말을 듣지 않는다. 나르시즘에 빠진 채 자기의 말만 늘어 놓거나 타자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자기식대로 타자의 말을 변질 시킨다. 아세이오우, 비시디리피시와 같이 무의미한 말들을 내뱉고 이쪽이야, 그쪽이야. 그쪽아니야. 이쪽이야를 외치며 무질서 속에 질서를 만드는 그들의 움직임은 우리의 현실의 거울을 보는듯 하다. 현실 사회에서 만연한 이치에 어긋나는 일들을 보도하는 나래이션과 ‘밉더라도 쓰더라도 뱉지 말아요’의 가사를 통해 불리는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부조리한 현실의 주인공인 내가 발견된다.
현실이란 무대의 주인공은 아름다운 YOU
오페라의 요령에서 말하고 있는 ‘오페라의 요령’은 이중적 역할을 맡고 있다. 상업 공연이 만연하고 점점 변질 되어 가고 있는 공연계의 메카 대학로에서 지난 24년 동안 굳건하고 순수하게 공연예술계를 지켜낸 장본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현실이란 무대를 배경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를 원하는 배우와 무용수의 욕망을 가진 우리들을 관찰하고 감싸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는 ‘유령’이 아니라 ‘요령’인 것이다. 그러한 요령의 실체를 파악할 때면 샤막 뒤 오픈되지 않은 관객석에 앉아 있는 배우가 보인다. 샤막이 열리고 배우들이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오며 무대 위에 앉아 있는 우리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 순간, 현실이란 무대에 뜨거운 욕망을 지닌 주인공으로의 나와 마주한다. 혹 그것이 억압되고 부조리한 현실일지라도 그 무대에 존재하는 순간만큼은 우린 누구나 오페라의 요령의 따스한 관심을 받는 아름다운 주인공이다.
키네틱 국악그룹 ‘YEN' 연출 김미소 kmgmis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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