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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인간 24] 세기말과 세기 초의 연극, 그 위기와 모색에 관하여 (2)

 

흔히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말한다. 경제의 무한경쟁만이 펼쳐진 미래사회에서 경제는 더 이상 재화의 생산이라기보다 문화가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 전망 속에서도 연극 환경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연극은 영화처럼 자동차 몇 십 만대의 수출가에 해당하는 외화를 벌어들일 문화산업의 대열에 끼어들지도 못하며 이미지 조작을 통한 상품화의 대열에 끼어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연극의 이런 운명은 이미 20세기 초에 발터 벤야민이 현대는 영화나 사진, 음반과 같은 대량 복제예술의 시대라고 말했을 때 이미 예측된 것이었다.

이제 시작된 21세기에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달로 인한 영상과 사이버 공간의 문화가 사람들을 빨아들일 것이며 자본주의적 조작에 의한 이미지 산업은 여전히 범람하며 사람들을 도취시킬 것이다. 아마도 연극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이러한 기술문명이나 공허한 기호의 조작에 항거하는 인간적 가치의 회복에 있을 것이다.

연극과 예술은 그 시작이래 두개의 상반적 경향을 두 축으로 해서 그 양자간을 오갔다고 할 수 있다. 그 하나는 대체로 현실인정적인, 아폴론적인, 이성적인, 사실적인 재현적 축이고 나머지 하나는 현실초월적인, 디오니소스적인, 감성적인, 본능적인, 시원적인, 반사실적인, 재현적인 축일 것이다. 지난 연극사를 돌아볼 때 20세기 연극은 후반부로 올수록 후자의 축 쪽으로 기울어져왔으며 90년대의 포스트모던한 연극들에서 후자적 특성들이 맹위를 떨쳤다. 그리고 앞으로 올 십년도 크게 이런 경향으로부터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전반적으로는 현실의 재현보다는 연극을 통해 또 다른 연극적 실재를 창조하는 비재현적 연극이 주조를 이루게 될 것이다.

다만 새로운 십년을 맞으면서 기대해 보는것은 90년대의 비재현적 연극들이 인간부재의 스펙터클이나 이미지의 창조에 몰두했다면 새로운 시대의 비재현적 연극은 인간적 가치와 체취를 보다 소중히 하는 그런 가치관의 변화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살아있는 인간의 행위를 전제로 하는 연극예술의 경우 사이버 세계의 가상현실에 대한 반동으로서 인간과 인간의 직접적 만남과 현장감이 더욱 강조되는 연극, 가상세계 속의 화려한 만능적 이미지에 대한 반동으로 소박하고 단순하면서도 인간적인 에너지에 가득찬 연극이 빛을 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과정에서 퍼포먼스의 진정한 의미가 새롭게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삶과 예술 사이의 경계에 위치하며 행위자의 행위 자체와 그 과정을 강조하며 관객의 적극적 참여와 그 공연의 유동적 결과에 주목하는 퍼포먼스 계열의 공연은 타장르까지를 통합하며 때로는 축제와 이벤트 형태를 띠며 각광을 받을 것이다.



자료출처 연극과 인간, 21세기를 여는 연극 몸•퍼포먼스•해체
편집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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