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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본 저작권 9] ‘왕의 남자’ 사건

 

[본 판례는 『예술과 저작권』에서 발췌한 것입니다.『예술과 저작권』은 기초예술 창작자들의 저작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저작권법에 보장되어 있는 창작자의 권리를 명확히 하여 예술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도록 아르코지원컨설팅센터에서 2007년에 제작 발간한 자료집입니다. 아르코지원컨설팅센터(http://online.arko.or.kr)를 방문하시면 예술과 저작권에 대한 보다 상세한 자료를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원고가 창작한 희곡에서 ‘소통의 부재’라고 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라는 대사와 그것이 변주된 대사를 치밀하게 반복 사용하고 있는데, 영화 ‘왕의 남자’에서 조선시대의 광대인 두 주인공 장생과 공길이 장님놀이 장면에서 원고의 허락 없이 위 대사를 사용한 것을 이유로 영화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한 사건이다.

이에 법원은 창작성과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서 이 사건 대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으로써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성 있는 표현이라고 볼 수 없고, 또한 원고의 희곡에서와 같이 ‘소통의 부재’라는 주제를 나타내기 위한 표현으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양 저작물은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시(詩) 등 다른 작품에서도 이 사건 대사와 유사한 표현들이 자주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하며, 원고의 어문저작물인 희곡에서는 이 사건 대사 및 이 사건 대사의 변주된 표현들을 치밀하게 배치하여 이러한 일련의 표현들의 결합을 통해 인간 사이의 ‘소통의 부재’라는 주제를 표현하고 있는 반면, 영화 ‘왕의 남자’에서 사용된 대사는 영화대본 중의 극히 일부분(영화대본은 전체 83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 중 2개의 장의 일부에 인용되고 있다)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대사는 장생과 공길이 하는 ‘맹인들의 소극(笑劇)’에 이용되어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하거나(8장), 영화가 끝난 뒤 엔드 크레딧과 함께‘맹인들의 소극’장면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왕의 남자’가 광대들의 눈을 통하여 조선시대 제10대 왕인 연산군을 둘러싼 갈등과 이로 인한 죽음을 표현하고자 하였던 다소 무거운 이야기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웃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어서, 이 사건 대사가 ‘소통의 부재’라는 주제를 나타내기 위한 표현으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양 저작물은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다고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인 이 사건 대사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성 있는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기존의 판례 이론에 따라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첫째, 주관적 요건으로서 침해자가 저작권 있는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을 것, 둘째, 객관적 요건으로서 침해저작물과 피침해저작물과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특히 ‘어문저작물’의 경우에는 작품 속의 특정한 행이나 절 또는 기타 세부적인 부분이 복제됨으로써 양 저작물 사이에 문장 대 문장으로 대칭되는 부분적 문자 유사성 (fragmented literal similarity) 뿐만 아니라 작품 속의 본질 또는 구조를 복제함으로써 전체로서 포괄적인 유사성 (comprehensive nonliteral similarity)도 감안하여야 한다는 점을 판단한 사안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05. 3. 18. 선고 2004 가단 31995 판결)




[자료출처: 예술과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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