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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인간 22] 마무리와 시작의 사이 - (6) 탈 극장 공간

 

[이번 ‘99년 서울 연극제’는 두 가지의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고 하겠다. 첫째는 그 동안의 경연형식을 축제형식의 진행으로 바꾼 것이고, 둘째는 90년대 혹은 20세기의 마지막 연극제라는 점이다. 이 글은 ‘99년 서울 연극제’의 제도적, 진행적 측면보다는 참가한 공연 작품에 관해 평가해달라는 주문을 받고 쓰는 글이다.]

대학로가 향락과 소비의 공간이 되면서 무천, 미추, 연희단 거리패 등 몇몇 뜻있는 극단들이 새로운 예술혼과 작업환경을 찾아 동숭동의 좁은 실내공간들을 탈출하고 있다. 이번 연극제에도 그런 움직임이 반영되고 있다.

《햄릿 프로젝트》의 경우 죽산의 무천 캠프에서 공연되었던 작품을 실내무대화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었다. 죽산 캠프에서의 공연은 광활한 자연환경을 살린 해체적 공간배치와 인물설정 대신 의미의 지나친 분산과 산화가 문제되었다. 문예극장 공연의 경우는 일단 야외공연을 위해 해체한 공연을 실내무대를 위해 그 규모만을 압축시키면서 그 의미의 공백이 더 두드러진 결과가 되었다. 그러나 자연과 호흡하고 교류하려는 김아라의 연출적 시도는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철안 붓다》는 참담한 붕괴의 기억을 간직한 성수대교 밑의 공사장에서 공연되었는데 그 환경 자체는 작품의 분위기와 어울려 이번 연극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설치된 무대의 종류, 연출, 그리고 극작술은 그 주변환경과 필연적 관계를 맺지 못했다. 앞으로는 이러한 탈극장적 공연이 더욱 많아질 전망이고 그를 위한 기본 철학, 연출, 극작, 무대, 그리고 평론의 패러다임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며 미래의 연극제도 이런 숙제로부터 무관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처럼 이번 99서울 연극제는 지난 연극제들에 비해 일단 한국연극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는 동시대성과 다양성을 담아 관객의 호응을 얻는데는 성공했다고 본다. 이제 2000년 연극제의 주제는 ‘연극, 무엇인가? 어디로 가는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과연 이번 연극제에 포착된 한국연극의 흐름 자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가 아닌가에 대한 원론적 논란의 문제를 다루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논란의 요지란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첫째로 연극에서 ‘인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동적인 인간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탈인간, 신인간의 모습도 결국은 인간다운 인간에 대한 관심의 변형이 아닐까?

둘째로 이와 관련해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는 가장 인간다운 표상이라는 전제에 의해서다. 우리 연극에 좋은 언어가 없다는 문제는 물론 심각하다. 그러나 한편 언어가 잦아든 퍼포먼스에서도 인간의 모습은 감동적일 수 있으며(무대 위의 이병복 선생의 뒷모습이나 우리가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던《아를레끼노》에서 그 노인 연기자의 존재!) 문제는 우리에게 원래 좋은 언어가 부족했다는 점이지 공연성때문에 언어가 축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좋은 언어는 좋은 무대와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다.

셋째로 정체성의 문제다. 오늘날은 지구촌화니 문화상호주의니해서 전인류가 동질화되어 가는 경향이 있는 반면 그 차별성 역시 강조되는 모순의 상황에 있다 80년대식의 복고열풍이 아니라 뿌리 깊은 우리만의 연극은 끊임없이 모색되어야 한다.



자료출처 연극과 인간, 21세기를 여는 연극 몸•퍼포먼스•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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