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시라노 드 벨쥬락’은 서양과 일본의 문화, 사랑과 욕망, 말과 신체라는 세 개의 요소를 통해 고립적인 일본 사회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작품은 스즈키 메소드로 풀어가는 프랑스 최고의 로망스로, 이탈리아의 음악을 타고 일본의 무대로 옮겨온 프랑스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극 ‘시라노 드 벨쥬락’은 인간의 신체와 언어의 드라마로 불린다. 작품에는 거대한 코로 인해 열등감을 지닌 시라노와 또 다른 시라노인 교조가 등장한다. 이들을 통해 근대 일본이 가지고 있던 콤플렉스, 서양을 향한 일본인들의 관심과 동경, 그리고 그로 인한 일본인들의 정신적인 부자유를 중첩시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오늘날 우리들의 상황을 비추면서 횡적인 파악을 하고, 원작 ‘시라노’의 핵심만을 뽑아내 인간이 사랑하는 것이 몸인지, 말인지 또한 마음은 몸에 따르는 것인지, 말에 따르는 것인지 등의 직접적인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진다.

또한 가부키를 연상시키는 무대장치 속에 진행되는 유럽의 이야기는 로맨틱한 통속적인 소재로부터 정념의 과잉된 표현을 가지런히 세련되게 무대 위로 펼쳐 놓는�. 오랫동안 배양해 온 듯한 억제된 긴장으로 정적이지만 격렬하게 느껴지는 육체의 움직임은 통속과 초월, 과잉과 억제, 정념과 추상이라는 불균형 속에서의 조화를 보여준다.

- 세계 실험극 운동의 주도자, 연출가 스즈키 타다시는 누구인가

연극 ‘시라노 드 벨쥬락’의 연출 스즈키 타다시는 일본인이 갖는 문화와 독특한 신체적 움직임을 가지고 ‘스즈키 훈련법(Suzuki Method)’을 창안했다. 그는 ‘트로이의 연인들’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린 후, 셰익스피어 극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을 시도했던 ‘리어왕’ 등의 연출을 통해 국제적으로 유명한 현대 연극연출가로 떠올랐다. 1966년 와세다소극장(현 SCOT)을 창단하고, 1982년부터 ‘토가연극제’를 주최하여 일본의 작은 마을을 가장 모험적인 연극 활동이 일어나는 예술 촌으로 변모시키며 여전히 새로운 연극 창조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인간의 신체와 언어의 드라마, 연극 ‘시라노 드 벨쥬락’은 명동예술극장에서 10월 16일부터 17일까지 공연된다.(공연문의:1644-2003)


김수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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