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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명의 희곡 읽기 5] <시학> - 우리들의 그리스식 연극 (1)

 

<나의 그리스식 웨딩>이라는 영화가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그리스인들의 삶, 그리스인 부모 밑에서 자란 딸이 미국인 남자와 결혼하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무척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스인이라는 자부심에 그리스인은 그리스인끼리 결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딸의 결혼에 반대하지만 아버지나 친척들의 그리스 중심주의를 약소국으로, 이상한 민족우월감에 사로잡힌 편협한 민족주의로 치부하는 딸의 갈등이 볼만 했다.모든 언어의 어원을 그리스어에서 찾으며 억지 주장을 펴는 귀여운 아버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단어에 대해 그리스 어원을 주장하는 그의 모습이 억지스러웠지만, 실제로 연극과 관련된 단어들만큼은 확실히 그리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 theatre는 theatron(보는 장소), drama는 dromenon(행위하는 인간), tragedy(비극)은 tragos(산양)+ode(노래), scene(장면)은 skene에서 비롯되었다. 유럽의 부자나라들에 밀려서 지금은 발칸해역의 한 나라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진정한 유럽여행의 종착지는 그리스라는 말이 있듯이, 또는 연극을 포함한 서양문화의 발상지가 그리스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공연을 하는 우리들이 주의 깊게 살펴볼 나라가 바로 그리스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On the Art of Poetry>에 관하여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모든 연극의 이론이 바로 이 책에서 시작되었기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은 공개용으로 저술된 것과 강의용으로 저술된 것으로 양분된다. 전자는 시기적으로 더 먼저, 그리고 광범위한 독자층을 위하여 대화형식으로 저술된 것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간행했다. 후자는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이 세운 학교 뤼케이온에서 제자들에게 강의하기 위하여 저술한 것으로서 기원전 1세기 로마에서 간행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들은 바로 후자에 속하는 저술들이다. 그런데 이들 저술들은 뜻이 불분명하고 전후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시학> 역시 이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시학>은 완전한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이 유실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중세 연극 편에서 다시 말하기로 한다.) 그러나 <시학>은 인류 최초의 과학자에 의하여 저술된, 문예비평에 과한 최초의 저술이라는 점에서 후세에 큰 영향을 주었다.
여기서 시학의 시는 문학 장르를 총칭한다. 당시에는 소설이나 희곡이 모두 서사시 또는 극시(비극시와 희극시) 등 운문체로 쓰였다. (우리가 아는 산문의 희곡이 등장한 것은 입센의 <인형의 집> 이후가 되겠다.) 즉 시학은 시의 본질과 작시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정립하려는 시도로 저술된 것이다.
그리스 시대에 시는 교육 및 축제와 관련해서 그리스인들의 생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시가 종종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연극이 풍요를 기원하며 신을 모시는 축제에 기원을 두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스에서 이 기원의 대상이 된 디오니소스 신(Dionysus 또는 바쿠스 신, 포도주의 신이다)을 모시는 축제가 해마다 봄에 열렸는데, 작가들이 각자 제출한 비극 3편과 희극(사티로스극) 1편씩에 대해 최고작을 가리는 경연대회 형식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바로 당시의 비극경연과 관련해서 작시술에 대한 실용적인 지침을 주려는 목적에서 저술된 것 같다. 다시 말해 드라마의 구성에 있어서 추구해야 할 점은 무엇이며 피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드라마가 추구하는 효과는 무엇이며 그와 같은 목적은 어떤 수단에 의하여 달성될 수 있는가, 극작가가 무대 공연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평가들이 시인에 대하여 제기하는 비난은 어떤 것이며 이러한 비난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하여 일종의 기술적인 가르침을 주는 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듣는 3일치, 기승전결의 건축적 구성, 카타르시스 등 연극을 규정하는 표현들이 바로 이 <시학>에서 나왔다. 이러한 기술적인 측면이 후세에 많은 문제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서양 문명비평사에서 이 <시학>만큼 지속적이고도 큰 영향을 미친 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학>은 모두 26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문예출판사에서 간행한 <詩學>(아리스토텔레스 외, 천병희 譯)을 참고로 하였다.

A. 모방의 주요 형식으로서의 비극과 서사시와 희극에 관한 예비적 고찰
제 1장 시는 사용하는 수단에 의하여 구별된다.
제 2장 시는 그 대상에 의하여 구별된다.
제 3장 시는 모방의 양식에 의하여 구별된다.
제 4장 시와 그 여러 종류의 기원과 발전
제 5장 희극과 서사시

B. 비극의 정의와 그 구성 법칙
제 6장 비극의 정의와 그 질적 여러 부분의 분석
제 7장 극의 배열과 길이
제 8장 행동의 통일성
제 9장 시인은 개연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을 그려야 한다.
제 10장 단순한 플롯과 복잡한 플롯
제 11장 급전․ 발견․파토스
제 12장 비극의 양적 여러 부분
제 13장 비극의 주인공
제 14장 비극적 행위
제 15장 비극의 등장인물의 성격에 관한 제법칙, 무대 위의 기계장치의 사용에 관한 주의
제 16장 발견의 여러 형태
제 17, 18장 극의 구성에 대한 부칙
제 19장 비극의 등장인물의 사상
제 20장 언어의 궁극적 구성 요소
제 21장 조사의 종류
제 22장 조사의 특징

C. 서사시의 구성 법칙
제 23장 서사시는 행동의 통일성을 유지해야 한다.
제 24장 서사시와 비극의 유사점과 차이점
제 25장 서사시 또는 비극에 대한 가능한 비평과 이에 대한 답변
제 26장 비극은 서사시보다 예술적으로 더 우수하다

그렇다면 그는 비극을 과연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있는지, 그가 어떻게 등장인물, 플롯, 심리, 대사의 족쇄를 연극에 채웠는지, 그리고 요즘 문학 지향적 연극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보면 그의 <시학>이 얼마나 뿌리 깊은 현상이었던가를 다음 편에 살펴보도록 하겠다.




글 김지명(SMG tech 무대감독) jeem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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