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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인간 10] 작은 배에 같이 타고... (2)

 

[아래는 김방옥의 연극론집 ‘21세기를 여는 연극 몸·퍼포먼스·해체’를 일부 연재한 것이다. 기획연재 ‘연극과 인간’은 김방옥의 연극론집을 통해서 한국 연극의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전반적인 한국 공연문화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함이다.]

좌담, “배고팠던 연극정신과 비평정신은 어디로”를 읽고-

◎ 연극계의 혼돈상: 중독자들끼리의 폐쇄된 순환계

지난 좌담회에서 우리 극계의 혼돈상에 관해 지적된 구체적 내용들은 주로 기획적인 측면이었다. 즉 연극작품의 내실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포장과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획이나 제작적 측면이 ‘연극’을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 그리고 뮤지컬 등 오락물에 대한 편향에 관한 우려였다. 이런 지적에 십분 동감을 표시하면서도, 한편 현재 우리 연극계의 문제는 보다 내부로부터의 근본적 진단을 요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현상에서 일단 한 걸음 물러나 지금의 연극계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그 문제들은 오히려 가장 내부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좌담에서 지적된 노골적인 자본주의적 날갯짓이 외부사회를 향한 몸부림이라면 오늘날 우리 극계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오히려 지극히 내부적이며 자폐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현상들-즉 사회전반의 운행으로부터의 연극계 전체의 소외, 연극계 내의 의식의 부재와 혼돈, 그리고 작가, 연출가, 관객, 평론가를 포함한, 일컬어 ‘연극중독자’들끼리의 일종의 ‘폐쇄된 순환계’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이런 연극계의 자폐적 양상은 뒤집어 말하면 사회적 구조로부터의 소외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사회의 제 양상과 긴밀한 함수 관계를 지닌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우리 극계의 빈곤함과 혼돈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연극문화가 의식화되기 시작한 소위 신극사 이래 끝없는 한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항상 좋은 희곡이 없었고 제작환경은 빈곤했으며 질 좋은 두꺼운 관객층이 없었고 비평가들은 오만하며 무능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좌담에서 언급되었듯이 오늘의 연극상황에 유난히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연극계가 이전보다 더욱 더 나빠졌다기보다 사회전반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연극의 위상 자체가 추락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좌담에서 한상철선생은 지난 70년대의 연극상황 들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자평하고 있다. 그 이후 20여 년이 지난 오늘 연극계는 그때만 못하다는 얘기들이다. 그런데 이런 단순 비교 이전에 지난 20년간에 연극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상황에 일어났던 많은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선 연극 창작의 담당자들에게 변화가 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당시 서울에 불과 몇 개안되던 대학의 대학인들 중심으로 형성되어있던 소위 엘리트적 문화의 분위기가 현재의 다수의 지적 대중으로 희석되고 확산되면서 비교적 균질했던 연극문화의 구성 성분이 복잡해지고 연극 문화의 기반이 약화되었다. 더구나 82년의 공연법 개정은 원하는 사람 누구나가 쉽게 연극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고 대학로의 뒷골목은 이들 설익은 욕망의 해방구가 되었다.

또 하나 주목해야할 것은 문화전반에서 순수예술을 떠받쳐주던 인문교양적 토대가 영상이나 정보문화산업으로 대체되었다는 점이다. 요즘 웬만큼 똑똑하다는 문화계 젊은이들은 문학이나 연극보다 영상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 이미지가 욕구를 자극하고 욕구가 소비를 창출하며 경제논리가 문화논리를 지배하는 후기 산업사회에서 영상 정보분야는 TV물, 광고 등 소비성문화와 곧 연계되었고 따라서 가치관의 붕괴가 왔다. 순수문화와 소비성 오락문화의 경계가 무너지고 누구도 진지함과 무거움을 견딜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전통적 연극의 진지함과 느림을 견디지 못하며 사회적 트렌드는 구매력 있는 젊은이들의 감각적 취향을 따라가기 바쁘게 된다. 인간과 인간이 수공업적으로 만나는 연극예술은 사회전반의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되었고 각종 언론들도 더 이상 연극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는다.

뮤지컬류를 제외하면 연극은 이제 더욱 더 분명히 소수의 예술이 되고 말았다. 70년대의 연극이 그나마 인문학의 광휘를 희미하게나마 두르고 있던 모더니즘 시절의 소수예술이었다면 오늘 90년대 말의 연극은 단지 소외되었을 뿐인 정체불명의 마이너 아트가 되고 만 것이다.




[자료출처: 연극과 인간, 21세기를 여는 연극 몸·퍼포먼스·해체]
편집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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