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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인간 3] 희곡의 위기, 희곡의 존재방식 - 희곡의 현실적 좌표

 

[아래는 김방옥의 연극론집 ‘21세기를 여는 연극 몸·퍼포먼스·해체’를 일부 연재한 것이다. 기획연재 ‘연극과 인간’은 김방옥의 연극론집을 통해서 한국 연극의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전반적인 한국 공연문화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함이다.]

희곡의 위상이 추락하는 반면에 이 시대는 희곡과 유사한 생활소비문화가 팽배한 시대이기도 하다. 희곡을 압축된 언어와 행동이라고 가정해볼 때 희곡의 본질의 일부를 대중적으로 소모적으로 변용시킨 듯한 생활유희들이 가득한 시대다. 급격히 도래한 전자정보시대에서 젊은이들이 즐겨하는 인터넷의 주요부분이 대화방의 채팅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문자로 표현된 대화형식의 채팅으로 사람을 사귀고 토론하며 밤을 지새운다(고길섭에 의하면 채팅이란 “언어에 대한 천진한 믿음을 절단-폭파시키고 언어를 기꺼이 쳐부숨으로써 언어를 새로운 힘으로 인간의 새로운 실천형질로 생성시키는” 현대의 ‘언어시장’이자 새로운 언어적 ‘아비투스’이다). 세계에서 몇째 가는 이동통신의 강국으로서 우리 사회에서는 길거리에서건 지하철 안에서건 시공을 가리지 않고 사적 대화가 난무한다. 혹은 휴대전화의 액정화면을 통해 문자 메시지를 날린다(일본의 연극평론가 니시도오 코오진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주최한 2000년 12월 16일 ‘동숭아트센터 열림터’에서 열렸던 ‘2000 동북아 연극비평 세미나’에서 발제한 ‘텍스트의 해체 / 해체되는 텍스트’에서 공공장소에서 핸드폰으로 마구 떠드는 최근의 현상은 신체와 언어의 긴장, 그리고 타자의 존재를 무시하는 행위로서 현대의 연극성의 부재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언어에 대한 감각도 유례없이 민감해졌다. 영상정보의 홍수니 이미지의 범람이니 하지만 언어는 아직 익사하지 않았고 살아남으려니 점점 감각적이 된다. 무슨 ‘시리즈’니 ‘삼행시’니 하는 민간의 신종 구비문학들은 드러난 루트도 없이 순식간에 전 국민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간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는 이미지가 주도한다지만 언어로 된 광고 카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촌철살인의 그 한 문장, 몇 글자는 엄청난 부피의 기의로 확장되면서 소비자의 감각적 생활을 지배한다.

희곡(연극)이 지니는 움직임과 변화, 다시 말해 행동적 요소 역시 감각적 쾌락적으로 대체된다. 미래의 주요 오락이 될 것이 확실한 컴퓨터 게임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캐릭터들과 전문 게임 작가들에 의한 흥미진진한 플롯들이 게이머들의 참여만을 기다리고 있다.

희곡의 중심기호였던 인물 역시 대체된다. 만화의 인물들은 시각적으로나 시각과 언어와의 결합에 있어서나 어느 장르보다도 제약이 없는 다각도의 인상적인 묘사로 젊은 독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색인된다. 다양해진 소비생활과 이미지를 중시하는 각종행사들은 각종 캐릭터와 사이버 캐릭터, 캐릭터 산업을 만들어 내며 사이버 세계의 다양한 캐릭터들은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사이버 세계의 동료들이다(더글러스 러시코프에 의하면 컴퓨터 게임의 세계는 “중력 없는 리얼리티”이며 “참가자 내부관점에서의 세계 내 완전 몰입”이다).

영화나 비디오 때문에 연극이 희곡이 밀린다는 말은 이제 진부해졌다. 아니 너무 당연한 생존의 조건이 되어버렸다. 더 나아가 희곡과 연극은 지금 말한 비디오게임과 만화에 소비생활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요즘 학생들은 연극과 학생들도 희곡이라는 장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희곡을 쓰라고 하면 언어보다 이미지 중심으로 사고하고, 시간과 공간은 시나리오처럼 전개 묘사하며, 대화는 대화방 채팅 이상의 깊이를 지니지 못하고 인물은 시트콤이나 만화에서 본 듯한 인물들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우리만의 현실이라기보다는 영상문화와 정보사회로 진입한 세계 공통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마틴 에슬린 같은 학자는 드라마의 범주에 TV 드라마나 영화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자료출처: 연극과 인간, 21세기를 여는 연극 몸·퍼포먼스·해체]
편집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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