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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인간 2] 희곡의 위기, 희곡의 존재방식 - 들어가며

 

[아래는 김방옥의 연극론집 ‘21세기를 여는 연극 몸·퍼포먼스·해체’를 일부 연재한 것이다. 기획연재 ‘연극과 인간’은 김방옥의 연극론집을 통해서 한국 연극의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전반적인 한국 공연문화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함이다.]

오늘날 희곡은 연극계 주위에 희미하게 존재하고 있다. 희곡은 우리의 예술적 관행 속의 명제로 공허하게 끼어있거나 그리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문화적 제도상으로 존재한다. 매년 초 각 일간 신문사는 신춘문예 공모 중에 희곡이라는 장르를 끼워 넣는다(최근 들어 몇몇 신문사의 신춘문예에서 희곡장르가 탈락되기 시작하고 있다. 2001년 신춘문예의 희곡부문을 모집한 중앙 일간지는 대한매일,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뿐이다). 몇몇 문화재단이나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문학상에도 아직 희곡이 들어있어 적지 않은 상금이 수여되기도 하며 문예진흥원 같은 정부기관의 지원 대상에도 희곡이나 극작가는 빠지지 않는다. 지원심사 신청이나 공연을 앞둔 연출가들은 아직도 좋은 희곡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신작 희곡을 구하는 극단 워크샵에서 가끔은 신인 극작가를 초빙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의 희곡은 그 존재의 의미나 존재의 방식 면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감각적인 소비문화가 팽배한 오늘날, 원래 미약한 전통 위에 선 우리의 희곡은 독자적인 문학 장르로도 외면당하고 있으며, 연극예술의 기본토대라는 전통적인 위치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연극의 초점이 희곡으로부터 공연으로 옮겨온 포스트 모던시대에 이르러 희곡은 연출자의 ‘공연적’ 상상력을 위한 텍스트로 전락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몇 안 되는 극작가들은 희곡창작을 위한 충분한 동기부여를 받지도 못하고 창작물의 고유한 권리를 보장받지도 못하며 미래적 전망도 지니지 못한 채 불확실한 정체성 속에서 시달리고 있다. 오늘날 희곡은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신춘문예의, 문화재단의, 문예진흥원의, 연극제의, 대학로의 주변을 배회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연재에서는 오늘의 한국연극에 있어서 이러한 희곡의 취약한 존재방식에 관한 주된 문제점들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자료출처: 연극과 인간, 21세기를 여는 연극 몸·퍼포먼스·해체]
편집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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