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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임리뷰] 연극 <휴먼코메디>

 

Ⅰ.
연극 <휴먼코메디>는 이른 봄날 나른한 권태로 다가오는 우리 일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어떤 감각적 해석도 없고 비주얼한 화려함도 없다. 대신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 삶의 진정성(眞情性)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한다. 진정성이란 참되고 애뜻한 정이나 마음을 말한다. 또한 <휴먼코메디>는 ‘인간적이다‘라는 말이 모두 포함하고 있는 이기적임과 따듯함의 양면성을 모두 그려낸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 작품을 통하여 삶의 ’여백‘과 ’가득 참‘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 할 수 있다.


Ⅱ.
첫 번째 이야기, 가족

-숨차게 뛰노는 가족의 의미.
이 이야기에서 배우들은 ‘쁘띠마스크’라는 빨간 공모양의 소품을 코에 달고 등장한다. 이 ‘쁘띠마스크’는 인물의 희극적 요소를 극대화 시키는 도구로써, 탁구공처럼 통통 튀겨서 웃음을 전달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희극적 요소와 비극적 사건의 결합이 매우 독특하다.
여기 가족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느림보 큰아버지’ 때문에 가족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가 참 힘들다. 우여곡절 끝에 찍은 사진 한 장이 매우 소중하다. 하지만 곧 ‘아들’과의 가슴 아픈 이별이 다가온다. ‘아들’은 이 가족사진 한 장을 두고 돈을 벌러 멀리 떠난다.
이 이야기 속에는 ’여백’이 가득하다. 그것은 가족들의 끝없는 ‘서성거림’이라 할 수 있다.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믿음, 드러내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그 마음을 관객들은 알 것 같다. 가족들은 먼 길 떠나는 아들에게 무심한 듯 마음에도 없는 말을 툭 내뱉는다. 그러면서도 조금이라도 ‘아들’을 늦게 보내려고 노력을 한다. 말끝을 흐리는 어머니, 태어날 아기의 이름을 지어 달라는 부인, 그리고 큰아버지의 선물, 이 모든 것이 아들과의 긴 이별을 삼켜내려 노력하는 가족들의 눈물이다.
첫 번째 이야기 ‘가족’은 가족사진을 매개체로 하여 가족의 의미를 콕 찍어낸다. 사진을 찍기 전, 온 가족이 모여 티격태격하는 그 ‘가족다움’은 고된 인생길에 만난 맑은 저녁과도 같다. 저 ‘가족다움’과 함께 잠시 쉬었다가 또 벅찬 내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맑은 저녁 말이다. 그렇게 이 작품에서의 ‘가족사진’은 등장인물의 고된 삶에 결정적인 힘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다른 사진들처럼 단순히 그 시간을 정지 시켜 담아 놓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들’은 결국 돌아오지 못했고 극은 비극으로 끝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은 소멸하는 빛의 아름다움을 본다. 시간위로 흘러가는 그 여백 가득한 ‘가족다움’을 말이다.


두 번째 이야기, 냉면

-흔한 소재에 대한 색다른 시각.
이 이야기는 ‘냉면’이라는 노래를 소재로 하여 독특한 음악극의 형태를 취한다. 가곡 ‘냉면’의 우스꽝스러운 노래 가사 그대로를 극 속에서 살려내는데, 그 과정에서 배우들은 매우 큰 웃음을 자아낸다. 과장된 의상과 어색한 표정 등, 배우들은 배우가 아닌 것처럼 연기하는 ‘진짜’ 배우였다. 관객들은 배우들이 집어던진 웃음을 고스란히 받아 낸다. 그 굉장한 평범함 속에 알 수 없는 어떤 해방감이 여기저기 연이어 튀어 오른다. 그리고 다른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어떤 친근한 위안을 받는다. 그것은 배우들의 모습에서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 얼비치기 때문이다. 숨기지 못하고 쏟아내는 곤혹스러움과 어색함, 그 일상의 작은 반항이 우리에게도 똑같이 있기 때문이다. 웃음을 넘어 웃음의 길을 품고 있는 듯, 이 작품 속 단 한곡의 노래에 따뜻한 봄날의 저녁하늘을 통째로 품에 안은 것 같다.


세 번째 이야기, 추적

-미워할 수 없는 ‘인간다움’
이 이야기는 권총을 든 강도가 한 모텔에 머무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이다. 앞의 두 작품과는 달리 배우들이 1인 다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도 그 호흡이 무척 빠르다. 관객들은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기에도 바쁘다. 이런 극의 빠른 진행은 관객을 극 속으로 아득하게 빨려 들어가게 한다. 배우들이 1인 다역을 하는 건지, 아니면 13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건지 그조차 구별이 쉽지 않다. 극의 종반에는, 그들이 무엇을 그렇게 애타게 쫓고 있었는지조차 어리둥절하다. 그들은 아무데도 가지 않았는데 서로 멀리 있다. 관객들은 그 호흡이 매우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모텔주인할아버지, 손녀딸, 권총을 든 강도와 그의 애인, 정치인과 연예인, 기자들, 건물주인 등 이들 모두는 각자가 지극히 이기적이며 세속에 빠져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보듬어주고 싶기도 하다. 굽이굽이 험한 자신의 인생길 위에 서있는 그들을 말이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부딪히고 긴장하면서, 요동치는 극의 울림이 분수처럼 흩어졌다. 그러면서 약간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설정이 큰 웃음을 자아낸다. 이 작품은 그렇게 수분 가득한 웃음으로 ‘인간다움’이 가지는 고정관념에 작은 반항을 일으킨다.


Ⅲ.
연극 <휴먼코메디>는 전혀 다른 3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휴먼’이라는 단어 안에서 하나의 주제로 일맥상통 하며, 일반적인 연극이 흔히 빠져드는 상투성으로부터 자유롭다. 모든 장면의 표현은 최소화되었다. 음악, 의상, 대사 등 이 모두가 넘침이 없다. 특히 건반하나로 편곡된 음악은 굉장히 심플하지만 극의 빠른, 혹은 느린 전개를 유도하면서 그 음악적 효과를 높였다. 또한 극과 극 사이 인터미션의 감각적인 사용도 돋보인다. 관객에게는 숨기는 법이 없다. 모든 상황을 예상할 수 있도록 오픈한다.
그리고 마지막, 그들의 특별한 엔딩에 관객들의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연극 <휴먼코메디>는 제 몸을 울려 노오란 웃음꽃을 터뜨린다. 마치 흙 냄새 풍기며 허리를 잔뜩 구부린 채 우리를 반기는 시골 할머니 같다. 얼른 뛰어가서 안아드려야 할지, 다 컸다며 내외를 해야 할 지 생각하게 하는 우리 할머니 말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구불구불 관객에게 다가온다. 쉽게 한번 웃고 즐기는 작품이 아니라 ‘코메디’의 관념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작품에서의 ‘코메디’, 즉 웃음은 눈물까지 포함하며, 그 눈물 또한 지나갈 것임을 모두 담고 있다. 여기 이 세 가지 이야기들로 관객들은 크게 웃었고, 또한 깊고 고요한 생각에 잠겼다. 웃음과 눈물이 반복되는 우리 인생은 사실, ‘길고긴 고단함’이 아니라 ‘단 한번의 긴 호흡’이 아닌가라는 생각 말이다.


공정임 /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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