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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컬 붐, 엄정한 시선으로 보기

 

2008년 뮤지컬계를 점찍어 보자면 단연 무비컬이 대세다. 무비컬은 ‘무비(Movie)’와 ‘뮤지컬(Musical)’을 합친 신조어로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뜻한다. 지난 2004년 ‘와이키키브라더스’를 필두로 2006년에 ‘왕의남자’가 제작되었으며 2007년 ‘댄서의 순정’과 ‘공길전’, ‘싱글즈’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2008년에는 보다 많은 작품들을 무비컬로 만나볼 수 있다. 오는 26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올려지는 ‘라디오스타(위 사진)’를 필두로 ‘내 마음의 풍금’, ‘소리도둑’,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미녀는 괴로워’, ‘달콤, 살벌한 연인’, ‘장군의 아들’, '진짜진짜 좋아해',‘은행나무 침대’ 등이 뮤지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영화계와 공연계 서로가 가진 장점을 공유하면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에 ‘와이키키 브라더스’나 ‘싱글즈’처럼 좋은 평을 받은 작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무비컬 제작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의 냄비근성을 나타내는 현상은 아닌지 살짝 걱정도 된다. 영화에서 이미 검증된 콘텐츠라 하더라도 분명 재창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무비컬, 영화와는 분명 달라, 재창조의 노력이 필요해

뮤지컬계는 소설이나 만화처럼 영화 또한 뮤지컬 소재의 일부일 뿐, 무비컬이 큰 이슈거리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또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무비컬 제작의 붐을 두고 뮤지컬과 영화 장르간의 벽이 허물어졌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현장성과 음악의 특징이 짙은 장르이기 때문에 영화의 평면 언어와는 분명히 다르다. 올 여름 배우 오만석이 뮤지컬 복귀작으로 선택한 ‘내 마음의 풍금’을 제작중인 쇼틱커뮤니케이션즈의 김종헌 프로듀서는 “영화와 공연은 예술적 유전자구조가 틀리다. 지금 제작중인 ‘내 마음의 풍금’은 3년 전부터 기획이 되었던 것으로 영화에서 캐릭터와 컨셉만 가지고 오는 것일 뿐, 모든 무대언어는 재탄생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무비컬 붐, 걱정되는 시선도 있어

무비컬 제작의 붐이 사실 꼭 반갑지만은 않다. 일부에서 영화의 흥행을 이용해서 영화의 인지도가 남아 있을 때 뮤지컬 또한 단기간에 제작하려는 경향이 있고, 완전한 창작뮤지컬 보다 투자가 용이하고 홍보 마케팅면에서 유리한 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무비컬이 뮤지컬 소재와 관객 파이확대에 기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투자와 신뢰도를 떨어뜨릴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영화의 침체와 뮤지컬계 급성장(2006년 대비 2007년 성장률 46%, 인터파크 ENT)에 맞춰 이렇게 한꺼번에 붐이 일어나니 조금은 걱정스럽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뮤지컬계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었던 부분이 소재의 다양성과 크리에이터의 육성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유행처럼 번지는 무비컬이 우리 뮤지컬의 장기적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영화의 흥행을 이용해 단기간에 졸속 기획하는 것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그런 공연은 관객, 평단, 투자자들이 실망하게 되며 그것은 결국 시장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히트한 영화일수록 더 만들기 어려워

크게 흥행한 영화라고 해서 뮤지컬 흥행 또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분명 영화와 이미지 비교를 하게 되며 뮤지컬에서 영화보다 나은 그 ‘무엇’을 원한다. 지난 2006년 영화 ‘왕의남자’를 뮤지컬화한 ‘이’가 관객의 혹평을 견뎌야 했던 시행착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뮤지컬계 또한 조심스럽다. 김종헌 프로듀서는 “영화 자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뮤지컬 언어에 대해 확신과 소신과 역량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년, 뮤지컬 ‘싱글즈’를 성공으로 이끈 조행덕 프로듀서는 “영화의 감칠맛 나는 대사와 씬을 모두 뮤지컬에 사용할 수 없다. 영화와는 달리 무대전환이 쉽지 않고 세밀한 감성의 대사들은 무대에서 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비컬이라고 해서 기존 뮤지컬 제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이다. 투자와 홍보가 용이한 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의 부담을 제작자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작자가 소신을 가지고 뮤지컬 제작에 임해야 할 것이다.
뮤지컬 ‘싱글즈’의 조행덕 프로듀서는 “영화를 뮤지컬로 옮길 때 ‘캐릭터를 무대로 잘 살릴 수 있는지’와 ‘원작이 갖고 있는 정서를 손상시키지 않고 갖고 올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싱글즈’ 같은 경우는 그 두 가지와 함께 음악과 안무가 조화를 이루었기에 좋은 평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무비컬, 우리 창작뮤지컬의 소중한 발판이 되길

무비컬이 뜨고 있기는 하지만 뮤지컬은 뮤지컬일 뿐이다. 영화의 흥행과 관계없이 무대에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무비컬이라는 용어자체도 필요 없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엄밀히 말하자면 영화도 원작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올해도 많은 창작 뮤지컬이 관객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많은 사람의 피와 땀을 필요로 하는 분야인 만큼 좋은 작품의 매력은 더욱 값질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작품성으로 인정받고 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생명력이 긴 대한민국표 뮤지컬, 이제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무비컬이든, 무비컬이 아니든 올해에 한번 기대를 걸어보자.



뉴스테이지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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