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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곤혹스럼움을 가르쳐주는 말 ‘Yes’

 

나의 어린시절, 어른들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 것은 큰 잘못이었고 그래서 늘 내 입에서 나오는 마지막 말은 ‘네, 아니오’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일, 대답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냐고 반문하겠지만 나에게는 예전부터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그 ‘힘든일’은 내가 중학교시절 음악공부를 하면서부터 자연스레 없어졌다. 무엇이든 표현하라는 선생님은 내게 ‘네, 아니오’의 대답을 원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내게 진심을 표현하라고 가르치셨다. 나의 마음이 음악에 고스란히 묻어나도록 하는 방법 말이다. 그런 예술적 감성은 나의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견제하도록 해 주었고, 그렇게 나는 자기학대와 자만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갔다 하면서 어른이 되어갔다. 내가 지금 음악을 업(業)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통해 내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세상과의 소통, 그 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사실 내가 나온 그곳은 아주 작은 우물 안에 불과했다. 그곳에서는 내게 더 큰 어른이 될 것을 요구했고, 나는 또다시 ‘네, 아니오’를 강요하는 단절의 세상 앞에 섰다. 이제는 나를 표현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한다. 물론 나는 여기에 곧 적응하겠지만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강요와 억압은 나를 늘 ‘Yes'라고 대답하게 만들고, 내가 ‘Yes'라고 대답하는 순간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잘 모르겠다. 이말, 저말 다 맞는 말(혹은 틀린말) 뿐이다. 지금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는 종종 예전의 우물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좁게 둘러싼 우물벽이 모진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지 않을까하는 그런 어린 생각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그곳 또한 나를 배려하지 않는 ’세상‘임을 알고 있다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나면 퉁퉁 부은 내 두발이 말을 건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이 비극의 한 장면 같은 대화는 아직 끝이 안났다. 나도 길 끝에 가봐야 알겠고 그 두려움 속에도 ‘정답’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Yes’를 강요하는 단절의 힘으로 이 세상이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또 그 ‘Yes’라는 대답이 ‘뒷심’이 강한 나를 겨우겨우 끌고 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오늘도 그것에 익숙해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것과 세상이 사람을 대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적절히 견제하여 조절하는 것, 이 모두가 내게 던져진 숙제이다.

kong24@hanmail.net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7년 5월 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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