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2.25 목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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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의 Poetry Sketch
스산한 바람이
산그림자를 잘뚝 잘라먹는 추운 늦가을


간밤 긴 첫서리가 감나무를 하얗게 뒤집어 놓았지만
가지 위 까치밥에 걸린 노을을 탁탁 쪼아 먹는
산새들의 깃털이
아직은... 붉다
텅빈 들판에 겨울 마른 찬바람이
마지막 가을걷이로 나가는 농부의 옷깃을 쭈빗쭈빗 세우지만
아직은... 견딜만하다
가을 찬 우박비에 등허리가 휘도록 몸이 고단한
낙엽이지만
낙엽 귀퉁이를 밟을 때마다
아직은... 낙엽 소리가 파닥파닥 댄다


아버지가 굴리던 바퀴살을 27개 뽑아
굴렁쇠에 무지개 공을 매달아
가을에서 봄으로 굴러보지만
27개의 굴렁쇠는 가을에서 겨울로 굴러가지만
아직은...
내 몸자국마다 향기가 그윽하다
제 마음이 너무 깊어 붉은 울음꽃을 울컥 토하던 장미꽃처럼


노란 탱자울에 살집 좋은 늦가을 참새가
밤톨 새로 벌어진 햇살 몇톨 쪼아 먹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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