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에 실존 인물을 등장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실존 인물은 그가 이미 겪어온 삶의 이야기가 있기에 작품을 창작하는데 한계선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실존 인물이 등장한 작품을 선호한다. 실존 인물에 약간의 상상을 얹으면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지고 작품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실존 인물을 다룬 뮤지컬 3개를 만나보자.

▲사진_벨라뮤즈 제공

비운의 황제 고종, 바리스타를 만나다
뮤지컬 ‘노서아 가비’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커피를 접한 것은 고종이다. 고종의 궁중 다례 의식에서도 커피를 사용했을 만큼 커피 사랑이 남달랐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커피 사랑은 그에게 독이 되었다. 1898년 유배를 당했던단 김홍륙이 그의 커피에 아편을 타 암살을 시도한다. 고종은 평소 커피 맛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 목숨을 건지지만 이후 1919년 갑작스럽게 숨을 거두고 만다.

고종의 승하 당시 고종은 건강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에 고종의 죽음에 대해 커피 독살이라는 음모론이 생겨났다. 뮤지컬 ‘노서아 가비’는 이 음모론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소설은 영화화 되면서 이미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뮤지컬 ‘노서아 가비’는 역사적 사실과 가상인물인 ‘따냐’와 ‘이반’의 등장으로 재미를 더한다. 작품은 11월 11일까지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에서 공연된다.

▲사진_쿠 컴퍼니 제공

시인 백석 그리고 그의 나타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인 백석은 교과서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우리나라 대표 문학가다. 그의 유일한 시집인 사슴 초판본은 국내 문학서적 사상 최고가인 7천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백석은 문단에서 토속적인 시어로 한국 근대시의 경지를 한 차원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남북 분단 이후 북한으로 넘어가면서 한국문학사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백석의 동명 시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백석은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김영한을 떠올리며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뮤지컬은 이미 지난 2월 트라이아웃 공연을 통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공연에는 배우 강필석, 오종혁, 이상이가 ‘백석’을, 배우 정인지, 최주리가 백석의 연인 ‘자야’를 맡는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11월 5일부터 1월 22일까지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된다.

▲사진_서울예술단 제공

명성황후, 그녀의 진짜 얼굴은?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1895년 10월 8일 명성황후가 살해당한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것은 일본군이었다. 당시 일본은 조선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친러 세력을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명성황후는 친러 세력의 우두머리였고, 그녀가 없어지자 일본은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한다. 우리는 이 사건을 을미사변이라 부른다.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은 명성황후에 대한 이야기다. 작품은 명성황후의 삶과 죽음을 기존의 역사관과는 다른 새로운 시선에서 들여다본다. 작품이 주목한 점은 고종의 사진은 남아있지만 명성황후의 사진은 한 장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였다.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는 1910년 8월 한 노인이 명성황후의 사진을 찾는 것을 시작으로 명성황후의 삶과 그녀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한다.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은 10월 11일부터 10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이기원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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