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산허구리’ 프레스콜이 지난 6일 오후 3시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렸다.

희곡을 고치지 않겠다고 장담했던 연출 고선웅은 외부 보도 최소화를 원했을 만큼 강력한 한방을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특별히 장면을 추가한 이유에 대해 “약속을 지키려고 했지만, 시체는 누워있고 막이 내리면 끝나는 것은 정리가 안 되고 심란하기만 해서 장면을 하나 붙였다”며 “바뀐 것은 거의 마지막 장면이다”고 말했다.

고선웅 연출은 “복조는 어머니가 실성한 눈에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훨씬 낫죠?”라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사실적인 무대와 소품들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사실주의 극을 영세한 극단에서 올리기는 쉽지 않다. 소품 하나까지 고증해가면서 준비했다. 배우의 연배와 인생의 깊이도 봐야 해서 엄두 내기가 어렵다”며 실상을 고백했다. 이어 고선웅 연출은 “많이 울었다. 심란하게 살았네... 옛날분들...”이라고 말끝을 흐려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희곡 ‘산허구리’는 일제강점기, 서해안 어촌마을 어민들의 처절한 생존을 사실적으로 담았다.

상어에게 한쪽 다리를 내어 준 나이든 아버지와 반쯤 실성한 듯 보이는 어머니. 첫째 아들과 큰 사위는 이미 바다에서 잃었다. 둘째 아들 복조는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해 생사를 알 수 없다. 남편을 잃고 도적질로 연명하는 큰딸, 둘째 딸 복실, 셋째 아들 석이 앞엔 어쩔 수 없는 현실만이 존재한다.

희곡 ‘산허구리’는 함세덕 작가가 1936년, 21살의 나이에 발표한 첫 작품이다. 식민지 시대 우리 민족의 궁핍한 현실을 고발하고 현실을 극복하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작품은 국립극단의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으로 고선웅이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았다.

희곡 ‘산허구리’는 10월 7일부터 31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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