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 관객’은 같은 작품을 보고 또 보는 관객을 말한다. 인터넷 티켓 예매사이트 ‘YES24’에서 2015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뮤지컬 티켓 판매액을 분석한 결과 같은 작품을 2회 이상 본 관객들이 전체에서 50.6%를 차지했다. 6회 이상 공연을 본 관객은 25.7%로 전체 매출의 4분의 1 이상이었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은 ‘회전문 관객’에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 기획사들은 그들을 사로잡기 위해 재관람 할인, 쿠폰 할인 등을 내세우며 ‘회전문 관객’ 사로잡기에 열성을 다하고 있다.

그렇다면, ‘회전문 관객’들은 환대받고 있는 것일까? 소위 ‘덕후’라 불리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엇갈린 대답을 주었다. 뮤지컬 ‘덕후’들과 함께 ‘회전문 관객’에 대해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자.

Q 본인이 처음 회전문을 돌았던 공연은 무엇인가? 그 이유는?

덕후A  뮤지컬 '글루미데이'다. 처음엔 친구의 권유로 공연을 보게 됐는데 작품의 넘버가 너무 좋아서 계속 보게 되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이런 이유로 회전문을 도는 게 아닌가 싶다.

덕후B  처음 회전문을 돌았던 것은 뮤지컬 '삼총사'다. 좋아하는 배우가 공연해서 갔다가 작품 자체에 빠지게 됐다. 뮤지컬 ‘삼총사’를 보러 다니다가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됐다. 친구들도 한몫했던 것 같다.

덕후C  뮤지컬 ‘헤드윅’이다. 공연을 보고 나서 영화 ‘헤드윅’도 찾아보고. 넘버도 찾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여러 번 예매하고 있었다.

Q 본인이 생각했을 때 회전문의 매력은 무엇인가?

덕후A  똑같은 작품이라도 매일 매일이 다르다. 출연 배우에 따라서는 아예 다른 공연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은 공연은 그날 관객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면 이 작품이 ‘관객들과 함께 숨을 쉬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덕후B  사람이다. 나는 뮤지컬 ‘삼총사’를 보면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들과 함께 작품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공연이 끝나갈 때쯤은 그 시간과 헤어지는 것 같아 매우 아쉽기도 했다.

덕후C  공연을 여러 번 보다 보면 내가 보지 못한 부분들을 보게 된다. 처음 볼 때는 큰 스토리만 인지했다면, 두 번째 볼 때는 주연 배우의 세세한 행동들이 세 번째 볼 때는 다른 배우들의 사소한 행동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놓쳤던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알게 되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진다.

덕후A  말을 한 지인도 있고 말하지 않은 지인도 있다. 여러 번 보는 것을 개의치 않아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이해가 안 된다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덕후B  공연을 보는 지인에게만 말한다. 다른 사람들에겐 잘 말하지 않는다. 공연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 나를 '된장녀' 취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덕후C  다 말한다. 당당하게 말하는 편이다.

Q ‘회전문 관객’들은 공연을 보지 않는 지인에게 눈총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경험이 있는가?

덕후A  종종 있었다. 돈을 써도 내 돈이고 굶어도 내가 굶는 건데 왜 그들이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나만 스트레스 받는다는 걸 깨달았다.

덕후B  많다. 왜 욕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 사람들이 네일아트를 하고, 옷을 사고, 가방을 살 때 난 그 돈을 아껴서 공연을 본다. 그 사람들과 나는 그저 돈을 쓰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덕후C  물론 있다.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나를 한심하게 보는 시선은 느껴진다. 처음엔 ‘너희가 공연의 매력을 몰라서 그래’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제는 단련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다.

Q ‘회전문 관객’은 공연기획사에 환대받고 있다 생각하는가?

덕후A  아니다. 환대받았다면 그런 멸시는 안 받았을 거다.

덕후B  반반이다. 여전히 ‘회전문 관객’을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회전문 관객’을 좋아해 주는 공연 기획사도 있다.

덕후C  최근엔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공연 시장이 불황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다.

Q 공연 관계자들이 '회전문 관객' 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생긴 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덕후A  한두 번이 아니라 피로할 정도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연을 올리는 걸 보며 관객을 그저 돈으로만 보나 싶다. 하지만 논란만 있을 뿐 이를 어떻게 고쳐 가야 한다는 논의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변화가 필요하다.

덕후B  공연 관계자의 마음도 있는 거겠지만 내 돈 주고 보는 것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회전문 관객' 때문에 다른 사람이 못 본다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회전문 관객' 덕분에 자리가 비지 않는 것이 아닌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덕후C  누워서 침 뱉는 꼴이다. 그 발언 때문에 관객들이 오지 않으면 결국 공연만 망하는 거 아닌가. 공연 하나를 올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을 텐데 안타깝다.

사진_ 쇼홀릭/창작컴퍼니다 제공

이기원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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