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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향기가 내 몸에 화들짝 피었다-무용과 문화복지에 관하여
"내 평생 태어나,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본 건 처음이야.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을 보는 것 같네. 고맙네, 고마워“. 꽃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공연을 보며 손을 꼭 붙잡고 눈물 글썽이며 하신 말씀이다. 그것이 무용을 하며 나를 채우게 했던 중심이라고 기억한다.
무용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봉사이다. 인간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먹고, 입고, 배우고, 소비하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소유하기 위해 살아간다. 정작 맨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인간 그 자체를 존중하지 않고 소유하려고 하는 우를 범하는 걸까? 소유를 극복하고 내가 사회적 가치에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몸이고 무용이다. 예술가의 조각과도 같은 몸을 가지고 장단과 움직임이 어우러져 타인의 가슴을 파고드는 무용은 그 체험적 가치가 대단히 높다.
나는 무용을 시작한지 채 6개월이 되지 않았을 때 30여명이 조금 안 되는 한민족예술단에서 활동했다. 무용전공자와 초등학교, 중등학교, 고등학교 학생들로 몇 달에 걸쳐 6~7가지의 작품 레퍼토리를 만들어 심한 병환으로 요양 중인 꽃동네 사람들을 방문해서 공연했다.
한국무용의 디딤과 호흡도 채 이해하기 힘들었던 상황이었지만 누군가에게 한 순간의 기쁨을 주기 위해 30여명이 함께 움직이고 연습하고 땀 흘리는 모습은 ‘무용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느끼게 해 주었다.
공연 당일 새벽 4시경부터 시작한 일정, 첫 공연에 대한 긴장감, 연속 2번의 리허설로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나지만 공연막이 올라가고 삶에 지친 할아버지, 할머니의 건조한 눈매에 넉넉한 웃음이 피고 몇몇 할머니의 손이 자꾸 눈물을 훔쳐내는 광경을 보면서 무용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무용이 인간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감정을 전해줄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따금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면 무언가에 홀리듯 공연정보를 뒤져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충전감을 느낀다. 더욱이 삶에 가로놓인 질환, 환경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복지시설, 병원 등을 찾아 최소한의, 고귀한 봉사를 실천할 수 있는 내 몸이 있다는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박유나 rainfall79@hanmail.net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6년 11월 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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