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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는 '월드컵'이라는 문화에 대해

 

6월의 문화적 화두는 단연 월드컵이었다. 월드컵은 전통적으로 온 세계가 공유하는 축제의 장이 되어왔고 ‘글로벌 문화’라고까지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닌, 거대한 문화의 덩어리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는 월드컵의 문화적 기능이 최대로 발휘되었다. 자발적으로 응원에 나서고 질서 있는 마무리까지 보여줬던 우리 국민들의 모습에 외신들은 감탄했고, 역사적, 경제적 배경으로 인해 우리 스스로가 항상 자신없어했던 ‘민족적 자긍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도 할 수 있구나!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구나! 라고 외치며 국가대표팀 선수들 몸짓 하나하나에 웃고 울며 단단히 뭉쳤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모습은 참으로 놀랄만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열린 2006 월드컵의 모습은 2002년 월드컵의 그것과는 다른 점이 많아 보인다. 우선 광고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TV를 켜면 온통 ‘우리는 또 할 수 있다’ 유의 자신감에 가득 찬 문구를 넣은 광고들이 난무하였고 국민들에게 2002년의 감동을 떠올리도록 ‘종용하는’ 광고 또한 많았다. 월드컵에서 기적을 맛본 대한민국은 거대한 문화적 축제인 월드컵을 상업적으로 최대한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이런 계획은 여러 가지 부딪침과 반발을 낳았다. 그 대표적인 예로 양대 통신사가 각각 다른 응원가를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광고를 한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국민들의 비난을 낳았다. 억지로 전 국민을 붉은 악마로 만들려는 광고와 언론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2002년에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시민들의 달라진 모습이었다. 2002년도에 보여주었던 질서와 시민의식은 토고전, 프랑스전, 스위스 전에는 없었다. 토고전이 끝난 뒤 첫 승리의 기쁨에 취해있던 시민들은 ‘첫 승리’라는 핑계로 버스위에 올라가 남녀가 뒤엉키고, 주차해 놓은 차들을 부수고, 그 와중에 성추행을 저지르고, 임산부 배에 소리를 질렀다. 이쯤 되면 흥분과 광기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월드컵이란 핑계로 이성을 벗어던진 시민들에게 더 이상 문화시민의 얼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오히려 ‘당신은 애국심도 없나?’ ‘4년에 한번인데 그냥 넘어갈 수 없느냐?’ 라는 비난을 던진다. 4년에 한 번이라도 이런 식으로 월드컵을 즐기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급기야 ‘안티 월드컵’을 주장하는 단체까지 생겼다. ‘월드컵 때문에 집나간 이성’을 되찾자는 것이 그들의 목소리였다.
우습게도 이런 광기들은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하자 바로 수그러들었다. 언론과 광고는 더 이상 월드컵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제 월드컵 소리를 듣지 않게 되어서 시원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듯 많은 문제점을 낳았던 2006년 월드컵은 이제 과거가 되었다. 과연 앞으로 4년 후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월드컵을 맞아야할지,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생각해야할 과제로 남게 되었다.


김예솔 lunapine@hanmail.net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6년 8월 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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