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뮤지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은 바로 짜임새 있는 안무이다. 현재 창작뮤지컬은 소극장에서 활성화 되고 있는 탓에 화려한 춤을 감상하기는 어렵다. 소극장 중심의 뮤지컬은 연극적인 요소가 짙기 때문에 춤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대극장과 중극장의 경우에는 점차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댄싱 섀도우’의 경우에는 전문 무용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동작에서 느껴지는 강렬하고 스펙터클한 면은 부재했지만 발레의 리프트와 깔끔한 동작의 연결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공길전’에서는 해학적인 걸음걸이와 독창적인 꼭두각시 인형의 몸짓, 분명한 구도의 변형 등 한결 발전된 안무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분명 퇴보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화려한 춤사위는 차치하고서라도 대극장이건 소극장이건 장르 불문하고 동일한 동작을 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예로, 자신의 몸을 훑는 섹시댄스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동작은 남, 여를 가리지 않고 서사극에서조차 등장하고 있다. 어쩌면 스텝 하나, 손짓 하나 바뀌지 않고 동일할 수 있을까... 한숨이 터지고 난감해지는 상황에 봉착할 때면 한국 뮤지컬이 가야할 길이 아직도 멀었음을 인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견디기 힘든 상황은 ‘카피’한 장면을 알아챌 때이다. 신선한 발레 팬터마임을 선보였던 어느 작품에서의 일이다. 안무의 콘셉트가 발레이려니 했으나 이는 큰 착오였다. 문제는 클라이맥스에서 보여줬던 춤이 유명 안무가를 모방한 듯 보이는 것이었다. 동일해 보이는 의상에서 오는 전체적인 분위기, 주요 동작을 토대로 변형한 움직임과 동선이 ‘카피’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원작의 어려운 안무를 한 단계 발전시켰으면 차라리 좋았을지 모르겠으나 더 낮은 수준의 쉬운 동작으로 바꿨기 때문에 당황스러움을 감추기 어려웠다.    

남의 물건이나 명의를 몰래 쓰는 것을 도용이라 한다. 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것을 표절이라고 한다. 모두 법에 위배되는 행동이다. 원작자를 존경하는 마음에서 본받고자 한 것인지 안무가의 의도는 아직까지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행동이라면 한국 창작뮤지컬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창작이 아닌 이미테이션에 불과할 뿐이다.

뮤지컬에 있어서 춤의 요소는 필수다. 춤이라는 것은 특정한 사람들만이 즐기는 ‘무용’의 개념이 아니다. 어깨만 들썩여도 춤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창작뮤지컬은 이제 안무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해야 한다. 훌륭한 안무는 스펙터클을 이루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움직임과 구도를 명확하게 잡아주기도 한다.

한국 뮤지컬은 아직까지도 라이선스 뮤지컬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창작뮤지컬이 뮤지컬계에서 더욱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 보는 수준이 너무도 높아진 한국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어느 요소에서도 허술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대중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주길 원한다면 창작뮤지컬은 이제 안무의 중요성에 대해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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