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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 Art] 해외로 빠져나가는 한국 무용수들

 

지난 8월,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던 박나리 씨가 컨템포러리발레단 ‘싱가포르댄스시어터’로 거취를 옮겼다. 이어서 10월 1일,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하던 하은지 씨도 ‘핀란드국립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로 발탁되면서 한국을 떠났다. 뿐만 아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이며, 유니버설발레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영재 씨는 오는 10월 말에 있을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마지막으로 스코틀랜드의 ‘스코티쉬발레단’과의 계약을 확정지었다.

최근 한국 무용수들의 세계화 바람이 거세다. 몇 해 전부터 세계 유수의 무용 콩쿠르에서 큰 상을 휩쓸었던 한국 무용수들이 이제 그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무용수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일 수도 있겠지만 정작 국내 무용단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젊고 쟁쟁한 무용수들이 속속 빠져나가고 있기에 오죽하면 ‘국내 발레단은 외국 무용단 인력 양성소’라는 말이 오고갈 정도다.

심지어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춘향’에서 주역을 맡기도 했던 외국인 수석 무용수 시몬츄딘은 지난 5월, 또다시 타국의 발레단으로 이적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젊고 유망한 무용수들이 부재한 한국 발레단은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있을 만하다. 국내 출중한 무용수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없는데 이미 세계의 발레를 접한 한국 관객들이 과연 국내 발레에 만족할 수 있을까? 무용수들은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반면 세계 속의 한국 발레단의 위치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발레 대중화는 어려워 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한국 무용계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짚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한국 발레는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강수진 씨는 17세에 로잔느 국제무용콩쿠르에서 우승을 하였고,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김지영 씨는 98년 USA국제발레콩쿠르에서 동상을 차지한 바 있다. 또한 김지영 씨와 함께 파리국제무용콩쿠르에서 커플댄스로 1위를 차지한 김용걸 씨도 현재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국제 대회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발판이 된다. 세계적인 안무가와 예술감독들이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무용수들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계 무용인들의 관심이 집약된 국제 콩쿠르에서 어느덧 한국 무용수들이 매해마다 수상하며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 콩쿠르에서 수상한 무용수들이 국내 무대에서 주역으로 설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40대 안팎이라는 무용수의 길지 않은 정년을 감안해 볼 때 가장 기량이 좋은 20대 초․중반의 무용수들이 주역을 노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가 아닌가 싶다.
물론 단계별로 승급되는 체제에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왜 핀란드국립무용단에서 주역 제의를 받은 하은지 씨는 한국에서 전막의 주역을 맡지 못했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그것은 실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무용단은 세계와 교류하려는 움직임이 미약하다. 물론 유리 그리가로비치 등 저명한 안무가와는 작업하는 활동이 있어 왔다. 하지만 저명한 인사만큼 유명한 무용수들을 영입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대중들은 발레 스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발레 스타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은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무용수들과 한국 무용수들이 한국에서 경쟁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한국 무용수들이 세계적인 무용수와 작업하고 경쟁하게 된다면 굳이 해외로 진출하지 않아도 세계 속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위의 사항들을 종합해 보면 ‘한국 발레단이 세계화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출범이후 전문 무용수의 양성이 활기를 띄고 있다. 그로 인해 각 무용단의 전체적인 수준도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전문 무용수 양성의 속도만큼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그들이 해외 무용단으로 진출하는 것은 타의적이라 할 수도 있다.
한국의 발레단체들은 세계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한국 발레가 대중예술로서 정착하려면 훌륭한 무용수들이 한국을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제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한국에 모여 자유 경쟁을 통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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