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몬테레이 공원에서 미식축구 경기를 관람하던 관중 몇 명이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면서 구토 증상을 보였다. 경기장 내 의무실에서 그들을 살펴본 결과, 공통적으로 경기장 내 자판기 음료를 마셨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기장 측은 자판기 음료를 마신 사람들이 식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으니 마시지 말라는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그러자 그 방송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관중들이 집단적으로 구토를 하기 시작하면서 큰 소동이 벌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게 됐다.

경기장 측에서는 자판기 음료에 어떤 식중독균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밀검사를 시작했다. 놀랍게도 자판기 음료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곧바로 경기장 측은 복통과 구토의 원인이 자판기 음료 때문이 아니라는 방송을 내보냈고, 잠시 뒤 응급실에 실려 갔던 많은 환자들에게 그 소식이 알려졌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 환자들의 식중독 증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읽으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 이 일화는 사람의 믿음과 기대가 신체에 얼마나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게 해준 단적인 예이다. 한 병원에서 관절염 환자에게 ‘새로 개발된 진통제인데 효과가 아주 좋다’라고 설명하며 주사를 놓았다. 사실 이것은 진통제가 아니라 비타민 주사였다. 시간이 흐른 뒤 그 환자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더니 3분의 1은 기존 진통제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고, 다른 3분의 1은 기존 악재와 비슷한 진통 효과를 보았다고 답했다. 무려 3분의 2나 되는 환자들에게서 진통 효과를 느꼈다는 답변을 들은 것이다. 이는 실제 약효와는 무관하게 환자들의 믿음과 마음가짐만으로 진통 효과가 나타나게 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효과를 ‘플라세보 효과’ 또는 ‘위약 효과’라고 부른다. 실제로 의학계에서는 신약이 개발될 때 그 약의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가짜 약의 효과와 비교한다. 만일 진짜 효과가 있는 신약이라면 최고한 가짜 약보다는 효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험을 할 때 한 그룹은 신약을 투여하고, 다른 그룹은 가짜 약을 투여한다. 물론 실험 대상자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만하면 가짜 약에 대한 효과는 자명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해 가짜 약에 대한 환자의 믿음, 즉 마음의 작용이 몸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플라세보 효과는 질병치료 중인 많은 환자들이 완치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갖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우리의 희망이 질병 치료 과정에서 큰 기능을 한다는 것을 학문적으로 밝혀낸 의사가 있다. 바로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의 제롬 그루프먼 교수다. 희망의 힘과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해온 그는 사실 본인이 의사였음에도 잘못된 척추수술로 인해 19년간 고통을 겪은 환자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의 경험 한가운데에는 희망이 자리 잡고 있으며, 희망에 의해 인간은 기대와 믿음을 낳게 되고, 그러한 마음의 작용이 생리적 메커니즘을 이끌어 몸에 좋은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플라세보 효과는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 몸을 좋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지만, 그와 반대로 우리가 가진 부정적 생각들 역시 우리 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이른 바 ‘노시보 효과’라고 부르는데, 기대나 희망을 저버리는 순간 우리 몸의 반응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 ‘헬스데이 뉴스’에서 노시보 효과의 작용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한 가지 실험을 소개한 적이 있다. 독일 함부르크 대학 메디컬센터의 울리케 빙겔 박사는 사람의 뇌 활동을 관찰하기 위해 22명의 실험 대상자들을 자기공명영상 장치에 눕힌 뒤 다리에 열을 가해 통증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동시에 정맥에는 진통제를 투여했다.

처음에는 진통제가 투여된다는 사실을 숨긴 채 실험 대상자들에게 통증의 정도를 1~100까지 숫자로 나타나게 했다. 처음에는 숫자 70 정도였던 수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66, 55로 줄어들었다. 그때 실험 대상자들에게 진통제 주사가 곧 투여될 것이라고 말하자 통증 감도는 바로 39까지 떨어졌다. 물론 진통제 주사는 이미 처음부터 들어가고 있었다. 잠시 뒤 진통제 주사가 중단되었다고 말하자 통증 감도는 다시 64까지 상승했다. 이번에도 물론 진통제는 계속 투여되고 있었다.

이러한 플라세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는 둘 다 인간의 마음가짐이 인체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들이다.

앞의 실험들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 마음과 감정은 신체적 건강을 지켜나가는 데 너무나 중요한 변수다. 특히, 스트레스에서 한시도 벗어나기 힘든 직장인들의 경우 자신이 느끼던 감정 상태는 곧 자신이 느끼는 신체적 특징들, 이를테면 만성피로나 두통, 어깨결림 등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글_고도일병원 만성피로클리닉 이동환 원장/저서 <굿바이, 스트레스> rivers999@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