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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잘한 것 같다”…배우 문진아①문진아의 첫 번째 이야기 ‘유년시절부터 데뷔까지’

인터뷰를 위해 누군가와 마주 서면, 으레 어색한 한기가 온몸에 서리곤 한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첫인사조차 쉽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배우 문진아는 시작부터 달랐다.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 카페 한편에 그녀가 보였다. 연습이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며 먼저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요즘 여배우답지 않게 넉살 좋고 단단했다.

문진아는 최근 뮤지컬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을 준비 중이다. 뮤지컬 ‘머더 발라드’와 연극 ‘이기동 체육관’을 연달아 끝낸 후 들어간 작업이라 한계가 느껴질 만한데도, 그녀의 얼굴엔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인터뷰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웃거나 탄식하면서도, 우는 법이 없다. 대신 그녀는 유쾌한 웃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탁탁’ 털어냈다.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다시 한 번 문득 궁금해졌다. 무대 위에서, 생활 속에서 넘쳐나는 그녀의 이 에너지는 어디서 튀어나오는 걸까. 배우 문진아의 유년부터 현재까지, 그 숱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외동의 결핍, 무대에서 푼다”

문진아는 부모님 슬하에 하나뿐인 외동딸이다. 유난히 금실이 좋은 부모님 덕에 약간의 외로움을 먹고 자랐다. ‘외동’하면 흔히 하기 쉬운 오해들이 몇 있지만, 그녀는 그러한 ‘외동’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출장이 잦은 아버지와 생활 전선에 뛰어든 어머니 사이에서 할머니의 품에 맡겨져 자랐기 때문이다. 그녀의 유년시절은 약간의 결핍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부모님이 정말 서로 친하세요. 어딜 가든 항상 같이 다니시고요. 같이 여행을 가면 제가 재미없을 정도예요.(웃음) 아버지가 자주 출장을 가셔서 두 분 사이가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전 어린 시절에 외로움을 많이 탔어요. 결핍도 살짝 있고요. 그런 점들이 무대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유년시절의 결핍은 독특한 방향으로 흘렀다. 그녀는 부모님에게 해소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욕구를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이상하죠?(웃음) 사실 제가 부모님께는 조금 틱틱 거려요. 말도 많이 안 하는 편이고요. 싫어서가 아니라 마음은 안 그런데 그렇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것 같아요. 대신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요. 친구도, 사랑도 ‘올인’을 해버리죠. 그래서 어릴 땐 참 상처를 많이 받았었어요.”

지금은 어떻게 결핍을 해소하는지 묻자 “무대에서 해소해요”라며 싱긋 웃는다. 덧붙여 “대부분의 배우들이 결핍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무대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문진아가 음악의 길로 들어선 것은 큰이모의 영향이 컸다. 줄줄이 남자만 있는 외가에서 몇 없는 딸이었던 문진아는 큰이모에게 깊고 너른 사랑을 받았다. 음악과 관련된 대부분의 유년시절 기억도 큰이모의 ‘피아노 학원’에서 출발한다. “외동이라 친척들에게 예쁨을 많이 받았어요. 외가 쪽 분들이 자주 뭉치시는 편인데 딸인 제가 많이 사랑을 받았죠. 피아노 학원을 하셨던 큰이모가 딸을 너무 갖고 싶어 하셨는데 슬하에 아들만 있으셨거든요. 많이 아껴주셨어요. 성악도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이모 덕이에요.”

제대로 노래를 하기 시작한 것은 교회를 다니면서였다. 찬양을 하다 보니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고, ‘노래 잘한다’는 말을 듣기 좋아 계속 노래를 했다. 어린 시절 뮤지컬 무대에 오른 경험도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공연된 창작뮤지컬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을 맡은 것이다. 잠시 추억에 잠긴 그녀는 자신의 옛 모습이 떠오르는 지 연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열두 살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의상이 아직도 기억나요. 초등학생은 가슴이 거의 없잖아요. 플라스틱으로 가슴을 조금 만들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반짝이 천 같은 걸로 만들어서 완전 납작했어요. 가끔 그 비디오를 봐요. 지금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웃음)”

“굉장했던 대학생활”

밝고 명쾌한 그녀의 중․고등학교 시절은 어땠을까. 질문과 동시에 “공부를 진짜 못했다”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기사에 써도 되겠냐고 되묻자 “된다”며 크게 ‘하하’ 소리 내어 웃는다.

“정말 미친 듯이 못했어요. 부끄럽지 않아요.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웃음)”

학창시절은 자신의 미래를 계획해 나가는 중요한 시기다. 문진아 역시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진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성악을 배우기 시작한 것도 진로 고민을 하던 그 시기부터다. 성악을 정식으로 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말부터 1년 반 정도다.

가끔 교회에서 그녀에게 진로 문제를 상담하는 아이들이 있다. 문진아는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짠하다고 했다.

“왜 아이들이 그 나이에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희 나이에도 길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잖아요. 간혹 아이들이 제게 진로상담을 할 때가 있어요. 아이들의 눈엔 제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나 봐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님 반대를 많이 걱정해요. 사실 누구나 처음인 인생이잖아요. 아이들에겐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해요. 정답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문을 열어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고민이 많던 시기에 좋은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게 참 다행인 것 같아요.”

대학생활은 ‘굉장’했다. 수원에 있는 기독교 대학 성악과에 입학한 그녀는 그야말로 ‘신나게’ 학교를 다녔다. 술을 잘 안하는 데도 대학생활 내내 친구들과 어울려 왁자지껄 지내기 바빴다. 3년 내내 즐겁고 행복했지만, 삶의 기복은 어느 날 문득 찾아왔다. “이대로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너는 뭐 할거야’라고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마다 각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진아는 그 즈음 추계예술대학으로 편입을 결정했다. 추계예술대학 입학 당시에 대해 그녀는 “신세계를 만났다”고 표현했다.

“추계예술대학으로 편입해 2년을 더 다녔어요. 예술대학이라 그런지 배우는 게 많이 다르더라고요. 전임교수님 덕에 오페라 주인공도 해봤어요. 집이 안산이라 6~7개월 간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오페라 ‘마술피리’를 준비했어요. 그때 ‘파미나 공주’ 역을 했었거든요. 그 전의 대학에선 오페라를 안했었어요. 추계예술대학 와서 한을 풀었죠.”

 

“가슴에 품은 두 개의 데뷔작”

문진아의 데뷔작은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이라고 알려져 있다. 맞는 말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녀는 정식으로 관객들을 처음 만났고, 배우로서의 역량도 익혔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데뷔작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어린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유학을 준비하던 시기에 교회에서 아는 언니를 만났어요. 그 당시에 고민이 정말 많았거든요. 대부분의 성악 전공들은 유학을 다녀와서 교수가 되거나 단원이 됐었고, 정말 잘하는 분들은 오페라를 했었어요. 길고 긴 시간을 버텨야 무언가가 이뤄지는 세계예요. 유학을 다녀와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고민이 깊어지던 시기에 뮤지컬을 하던 교회 언니가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어린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했어요. 피아노를 치면서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쳤는데, 정신이 없더라고요. 아이들은 중구난방이고 계속 집중시켜야 하고.(웃음) 그때 기억이 남아서인지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역을 정말 해보고 싶어요. 그 이후에는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을 했어요. ‘홍연’ 역의 커버였는데 동해 지역 공연을 갔을 때 처음 ‘홍연’이로 무대에 섰어요. 잘 끝나서 다행이었죠.”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과 ‘내 마음의 풍금’은 문진아에게 똑같이 소중한 작품이다. 그녀는 “데뷔작을 두 개라 생각한다”며 “‘사운드 오브 뮤직’은 제게 뮤지컬을 알게 해 준 작품이고, ‘내 마음의 풍금’은 무대 위에서 배우라는 존재를 알게 해 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성악도의 길을 걷다가 뮤지컬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을까. 예상과 다르게 문진아의 대답은 ‘No’였다. 외려 부모님은 그녀를 독려했다. 진로 고민을 이어온 그녀에게 “무엇이든 하라”며 응원을 보낸 것이다.

“대부분 외동이면 부모님의 기대가 크잖아요.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고, 재능도 뛰어났으면 좋겠고요. 기대를 많이 하셨었는데, 그만큼 실망감도 컸을 것 같아요. 뮤지컬을 시작한 이후에는 혼자 생계를 이어왔어요. 잘 시작한 것 같아요.”

가끔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시작했냐’는 부모님의 안타까운 채근도 듣곤 한다. 연습을 하면서 몸이 상하기도 하고, ‘힘들다’ 토로하는 모습도 자주 들키기 때문이다. 최근 공연한 연극 ‘이기동 체육관’ 역시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하루 6~7시간 꼬박 운동만 하기도 했다. “몸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며 한숨을 폭 내쉬면서도 그녀는 곧 웃었다. 힘든 상황을 미소로 바꿀 줄 아는 긍정의 힘이야 말로 배우 문진아의 동력인가 싶었다.

“연극 ‘이기동 체육관’을 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무릎 연골도 나가고.(웃음) 하지만 복싱이라는 운동을 알게 된 것이 정말 좋아요. 건강도 지켜주고, 체력도 기르고, 배우로서의 특기도 가지게 됐으니까요. 앞으로도 복싱은 계속 할 작정이에요. 요즘은 ‘셜록홈즈’ 연습 때문에 자주 못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하려고요.”

이어서 ②편이 연재됩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백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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