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로를 비롯해 공연계에는 남풍(男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남성 중심의 공연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인터넷 예매창에는 훤칠한 남자 배우를 앞세운 크고 작은 공연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남자 배우가 주가 되고, 남성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공연이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는 ‘금일랭킹’이 있다. ‘금일랭킹’의 집계 기준은 입금완료를 기준으로 한다. 인터파크에서 판매된 티켓망을 기준으로 판매 순위를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인터파크 ‘금일랭킹’의 뮤지컬 섹션은 ‘모차르트!’, ‘드라큘라’, ‘레베카’, ‘싱잉인더레인’, ‘헤드윅’, ‘위키드’, ‘프리실라’, ‘캣츠 내한공연-대구’, ‘두 도시 이야기’ 순으로 확인된다. 연극 섹션은 ‘사랑별곡’, ‘옥탑방고양이’, ‘데스트랩’, ‘라이어’, ‘미스 프랑스’, ‘NT Live 코리올라누스’, ‘수탉들의 싸움-COCK’, ‘NT Live 리어왕’, ‘작업의 정석’, ‘스캔들’ 순이다.(2014년 7월 16일 오전 10시 37분 기준)

이 중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은 뮤지컬 ‘레베카’, ‘위키드’, 연극 ‘미스 프랑스’ 정도다. 작품 대부분은 여성이 아닌 남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출연진 또한 남자배우들이 전부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개막한 공연 중 뮤지컬 ‘비스티보이즈’는 출연 배우 15명이 모두 남자 배우로 채워진다.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공연은 더 찾기 쉽다. 최근 개막한 연극 ‘수탉들의 싸움-COCK’의 경우 ‘존’과 그의 동성애인 ‘M’과 이성애인 ‘W’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4명의 배우가 출연하고 이 중 3명의 배우가 남자 배우고, ‘W’역 만이 여자 배우로 구성된다.

여성 관객 유입 증가…남성 중심 공연 늘어나

요즘은 여배우가 무대에 설 수 있는 환경이 좁아지고 있다. 이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다만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도드라지고 있을 뿐이다. 2014년, 남성 중심의 공연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상업적인 공연의 경우, 남자 배우 중심일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뮤지컬을 이끌어 나가는 남자 배우들이 관객 유입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여배우 입장에서도 남성 중심의 공연이 늘고 있는 것은 굉장히 속상한 일이다. 배우 김나미는 “현재 공연계 상황은 상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관객의 대부분이 여성이다. 여성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남성이 주인공인 작품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근 공연장을 찾는 20~30대 여성이 늘고 있다. 불황을 겪고 있는 공연계는 이를 타계하기 위해, 주 타겟인 여성을 위한 공연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추세는 공연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티켓 판매량은 고스란히 다른 작품의 제작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연극 ‘유도소년’의 이재준 연출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많은 이들을 공연장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라고 동의했다. 그는 “하지만 편중 현상이 심해질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작품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창작자와 제작자는 작품을 구상할 때도 관객 유입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다보면 작품은 자연스럽게 남성 중심의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다.

시장의 변화 필요…다양한 소재, 열린 시각

계속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재준 연출은 “작년에 미국에 가서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관객들은 공연을 보고 난 뒤에 ‘이것은 이래서 좋고, 저것은 저래서 싫다’라고 공연을 평가하더라. 그들은 작품은 단순히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닌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며 바라본다. 이야기하는 사람도 다양한 이야기로 콘텐츠를 만든다”라고 이유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에 비교해도 다양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관객들은 작품이 좋고 재미있으면 주인공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 이들은 오롯이 극 자체를 즐긴다. 편중되지 않은 공연계를 위해서는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수적이다. 제작자와 창작자는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변화를 꾀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여성 중심의 작품은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다. 드물게도 뮤지컬 ‘위키드’가 최근에  내한초연과 한국어 초연만으로 7월 초 국내 누적관객 5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이례적인 결과다. 제작자들은 성공 사례가 적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많은 작품이 여성의 이야기를 담게 된다면 어떨까. 가능성은 높아진다. 작품의 성공 사례가 많아지면 더 좋은 작품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는 지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설앤컴퍼니, (주)네오, 아시아브릿지컴퍼니, 창작컴퍼니다, 노네임씨어터컴퍼니, 뮤지컬 해븐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